31.
…
용서 되지 않는다면 나를 버려줘요.
그래요.
당신이 그랬다면 나도 당신 용서 안 됐을거야..
그래서 당신이 내게 이러는 거 이해해요..
아니, 받아 들여요..
그런데,
힘들어서…
당신도..
나도 힘드니까..
나도 힘들다는 말, 염치 없지만,
이제
결정 해 줘요.
무슨 결정이든 당신 뜻 따를 거니까…
이렇게 쓴 쪽지를 식탁에 반듯하게 놓고, 남편이 들어 올 시간쯤 그녀는 집을 나섰다.
목이 졸리운 체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을 것 같다.
빈곤한 삶이 기다리고 있다해도, 질식할 것 같은,
산소결핍의 고문 같은 생활에서 벗어 나고 싶은 그녀는,
서훈이 차라리 놓아 주길 바랬다.
… 나를두고 나가 버리다니…
미안하단 말 한마디 없이…
잘못 했다는 말도 하지 않고…
힘들다고?? 참…내…
서훈은 감정이 폭발 할 것 같다.
일단 찜질방으로 간 그녀는 뜨거운 사우나실에서 고문 받듯 앉아 있는다.
나와보니 문자가 와 있다.
남편이다.
어딘거야.. 들어 와…
감정없는 글귀가 문득 두렵다.
갈곳을 정하지 않았지만 기차를 타고 내일에는 이 도시를 벗어나리라
생각하며 있었다.
현관에 들어서는 그녀를 방으로 거칠게 끌고가
그녀를 밀쳐 강제로 안으려는 순간, 온몸의 세포가 죽어 버리듯
그의 것은, 거짓말 처럼 사그라져 버렸다…
… 그녀와의 사랑나눔은 늘 뜨거웠었다.
그래서 그는 지금의 이상황이 금방 이해 되지 않았고, 당황 스럽다.
알코올 때문 일거야..
그리고 요즘 스트레스, 많이 받았잖아…
스스로 자위 하지만 참담한 기분은 추스려 지지 않았다.
너때문이라는 듯 그녀를 구석으로 팽개친다.
쑤셔 박혀진 몸과 마음.. 세정은 의외로 평온함을 느낀다..
그래..날 망가뜨리고 싶을거야..
아니, 없애버리고 싶겠지…
늘어난 알양에 비해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는 그녀는 괴롭다.
그 배를 늘려 잠을 청한다.
술을 한잔 마실걸 그랬나…
..........
32.
회사일을 일찍 마치고 나왔다.
아무에게도 토로 할 수 없는 지금이 너무 괴롭다.
그는 거리를 지나치며 무심히 봤었던 철학관 이란 곳, 계단 앞에 문득 섰다.
'고민상담 '
살면서 한번도 들어가 보지 않은 곳.
문을 밀고 들어서니, 젊은 아가씨가 앉아 있다.
안쪽 '상담실'이라고 쓰인 쪽으로 안내를 한다.
서훈 정도, 아니 그보다 두서너살 정도 더 먹음직한 남자가 앉아 있다.
순간 나가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일었다.
그남자는 서훈의 마음을 읽은 듯 차한잔 마시러 카페에 들어 온거라고 생각하라며
자리를 권했다.
서훈에게 태어난 날을 묻는다.
잘 생기셨습니다. 남자다움도 있고, 의리도 있고, 기품도 느껴지고,
하..여자들에게 인기가 아주 많은 사주군요. 따뜻한 사람이기도 하구요..
무슨 일을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바쁘게 돌아다니는 그런 일을 하심이 좋은…
그런데 현실에 만족을 못하시는군요.
야망이 너무 크셔서 늘 목마른..
술도 아주 즐기시구요…그렇죠?!
말없이 듣고 있는 서훈을 쳐다보며 무엇이 궁금해서 왔느냐는 말투다.
잠시 망설이다 궁금한 것을 물어 보기로 한다.
“아내에게 남자가 있습니다..”
아내의 사주를 묻는다.
태어난 시 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책을 뒤적이며, 이것 저것을 세로로 주욱 쓰더니,
아내를 놓아 줄 수 없다면 남자답게 포용 해 줄 수는 없겠냐고 묻는다.
지금은 마음이 지옥 같겠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면, 내가 참길 잘했구나
할때가 올텐데..
부인께서 만나는 그남자는 옛사랑 남자인 것 같고..잠시 만나다 지금은
정리되지 않았나요?
그리고 선생께서는 둘관계를 어떻게 생각 하시는지 모르지만,
서로 ‘너없인 절대 못살아’는 아닙니다..그런 관계는 될수가 없어요..
둘이 맞지를 않습니다.
각자, 남의 것이 되어 있으니 안타까운 것이지…
아, 물론 저쪽 남자는 살면서 선생의 부인을 잊지 못하며 살 겁니다.
그렇게 나옵니다.. 그러나 뭐, 그건 저쪽 사정이고…
부인이 참 곱군요.. 남자들이 좋아하는 천상 여자 스타일 이네요.
부끄럼도 많고 낯가림도 심한 그런분이고, 바깥일을 하셔도 아주 좋을..
그런데 아깝게도 전업주부이신듯 하네요..
부인께서 혹 직업이 있으신가요?
서훈은 신기 했다.
부인과는 오래도록 함께 해로 하실 겁니다. 절대 헤어지지 못합니다..
무엇보다 선생께선 지금의 아내 없이는 살 수가 없습니다.
아내를 너무 사랑해서 놓을 수가 없는데요, 뭐..
그래서 이 상황이 더 용서가 안되고, 그래서 고통스럽지만,
그렇지만 이렇게 생각 하십시오.
내 아내가 죽을 수도 있었는데, 그대신 잠깐 한눈 판거라구…
이것으로 액땜 한거라구요.
… 이렇게 선생에게 헌신적으로 하는 여자, 만나기 쉽지 않습니다.
이여자분은 누구에게든 어떤 남자를 만나든 이렇게 사랑 받게 할 그런 분입니다.
부인되시는 분도 지금, 많이 힘드실 겁니다. 죄책감에 미안하단 말도 못하고,
들켜버린 것이 무척 당황스럽고 자존심 상할 겁니다.
서로 시간이 해결 해 줄거라 믿으며, 잘 견뎌내셨음 좋겠습니다.
서훈은 가장 궁금한 것을 물었다.
아내가 절 사랑 하긴 하나요?
ㅎㅎㅎ 변함 없이 선생을 사랑하니 그부분은 걱정 하지 마십시오.
그놈을 사랑 하는 건 아니냐고, 그놈을 정말 사랑 했었던건 아니냐고, 지금도
못잊는건 아니냐고.. 묻고 싶었지만 관두기로 한다.
철학관 남자가, 이야기를 끝내고 나가는 서훈의 뒤에다 대고 속마음을 들여다본듯
말했다.
선생의 부인은 처음부터 지금껏 선생만이 ‘사랑’이니, 잊지 마십시요.
이말에 그는 뒤돌아서 술 한잔 같이 하시겠냐고 할뻔 했다.
답답했던 가슴이 조금은 후련해진 기분이다.
허기가 밀려왔다.
아내의 밥이 간절히 고프지만 오늘도 그는 밖에서 해결하기로 한다.
술도 한병 곁들여 밥 한공기를 비우고 집으로 향했다.
오늘은 잠을 좀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
송 승 범 아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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