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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긴장과 단절의 공간으로 기억돼 온 비무장지대 DMZ, 인간의 발길이 끊기면서 오히려 생태계가 복원된 역설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을 현대 미술로 재조명한 작품들이 지금 한창 DMZ 일대 곳곳에서 선보이고 있습니다.
원래의 상태로 되돌린다는 의미를 담은 '언두 DMZ’전시인데, 옛 미군 기지의 볼링장과 민통선 마을이 전시장이 됐습니다.
분단의 상처를 예술적인 시선으로 담아낸 작품들, 정미정 리포터가 전합니다.
함께 보시죠.
[리포트]
분단의 길목에 자리한 파주로 향합니다.
검문을 거쳐 도착한 곳은 민간인 출입 통제선 너머 북쪽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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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그리브스입니다.
[김태현/경기도 평화협력국장 : "(지금 이곳은 어떤 곳인가요?) 한국전쟁 이후에 미군 부대가 50년간 주둔해 있던 곳입니다. 현재는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가 문화전시체험 공간으로 리모델링해서 활용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흔적을 간직한 채 전시와 문화의 장으로 탈바꿈한 캠프 그리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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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미군의 볼링장이었던 건물은 전시장이 돼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김태현/경기도 평화협력국장 : "언두(UNDO)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원래대로 복귀시킨다', '원형 그대로 복원시킨다'라는 의미가 있는데요. DMZ가 기존에 분단이라든가 전쟁, 아픔의 상징이었다면 그것을 원래 의미인 평화와 다양한 생명체가 공씨엔조이 릴게임
존하는 생태 가치로 복원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시는 첨예한 경계의 땅, DMZ에서 자연과 사람이 함께 만들어 가는 평화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전시장 한편, 예로부터 우리에게 길조로 여겨진 두루미 가족의 신발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장유진/전시 코디네이터 : "실제로 작가가 DMZ 접삼립식품 주식
경 지역에 방문해서 두루 미들을 본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한 작품입니다. 평화로운 DMZ에 두루미 가족들이 날아온 것 같은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버려진 군용 물품을 활용한 이 조형물은 자연의 순환과 새로운 미래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장유진/전시 코디네이터 : "DMZ의 자연을 보호하는 맥락과 더불어 전쟁이 끝난김한결 주식투자연구소
이후의 삶을 상상하게 하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성스레 DMZ 자생 식물로 알려진 복수초와 용담초를 색칠한 유진 군.
군사분계선과 북방한계선, 남방한계선을 표현한 '세 개의 선'을 가장 인상 깊은 작품으로 꼽았습니다.
[신유진/광주광역시 : "남북으로 2km씩, 4km로 나뉘어진 군사분계선이 제일 마음에 남았어요. (전시물품을 보니까 어떤 생각이 들었어요?) 평화 통일을 더 하고 싶어졌어요. (왜요?) 그래야 기차를 타고 파리까지도 가요."]
일반인들은 올 수 없는 DMZ.
이 공간이 언제가 활짝 열리길 염원하는 마음으로 마련된 이번 행사는 다양한 사연이 있는 DMZ 인근 접경지역 곳곳을 전시 행사장으로 활용했습니다.
푸른 논마다 벼 이삭이 알알이 여물어가는 민통선 마을 통일촌도 이번 전시의 무대가 됐습니다.
[장유진/전시 코디네이터 : "접경지역에서 주민들이 터전을 일구며 살아가는 일상적인 공간인 동시에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장소라는 생각이 들어서 통일촌에서 전시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곡식을 보관하던 창고를 개방해 가을 수확 철 전까지 전시장으로 활용할 예정인데요.
이번 전시에는 DMZ를 가로지르는 철새들을 그린 '아드리안 괼너' 등 국내외 10명의 작가가 26점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전시에는 새로운 시도와 실험적 접근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다채롭게 소개되고 있는데요.
["들린다, 들린다. 개구리 소리."]
그중 하나인 김준 작가의 작품 '혼재된 신호들'입니다.
[장유진/전시 코디네이터 : "작가가 DMZ 인근의 접경지역에 실제로 방문을 해서 그곳에서 촬영한 자연의 이미지나 작가가 직접 녹음한 자연의 소리가 들려오는 작품입니다."]
풀벌레 소리와 군사 통신음 등 DMZ 인근에서 작가가 직접 채집한 소리들이 독특한 감상을 남깁니다.
[장유진/전시 코디네이터 : "DMZ 안에서 일어나는 평화와 긴장의 상태를 함께 보여주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곳 경계의 땅에서 작가들은 분단의 현실을 예술의 언어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DMZ의 현재와 미래는 어떤 가치를 가질까요?
마침 이번 전시에 참여한 박준식 작가를 직접 만날 수 있었습니다.
자연의 빛을 머금은 채 투명한 병 안에 담긴 풀과 꽃들.
모두 박준식 작가의 작품입니다.
["혹시 여기서 아는 식물 있으세요? (뭔가 알 듯 말 듯하게 생겼는데. 작가님 이거 배초향 아니에요?) 이걸 어떻게 아시죠? 어려운 건데. (배초향, 예전에 접경 지역 근처에서 굉장히 많이 나는 풀이라고 본 적이 있거든요.)"]
박 작가는 2019년부터 파주 접경 지역에서 수집한 식물을 표본으로 만들어 지도 형태의 구조물 위에 배치하는 설치예술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박준식/작가 : "DMZ의 땅은 많은 역사의 아픔과 상처가 있는 땅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은 복원되고 거기서 새롭게 생명들이 피어나는 거 저한테는 새로운 의미였고 그렇게 다가와서 지속적으로 이렇게 작업을 하는 것 같습니다."]
식물은 그 땅의 지리와 환경, 그리고 역사를 담아내는 또 하나의 기록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박준식/작가 : "얘가 미국자리공이에요. 사실은 얘를 채집한 곳은 미군 부대 근처입니다. 그러니까 외래종인데요. 미군 부대가 몇 개 있듯이 군수품이 들어오면서 들어오는 경우도 있고요."]
작업은 생태학자와의 협업 속에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밖에 개망초가 있어서 하나 데리고 왔어요."]
유은화 박사는 DMZ에서 자생하는 식물을 과학적인 시각으로 분석해 나가고 있습니다.
액체 보존액에 식물을 보존하는 방식도 제안했다고 합니다.
[유은화/생태학자 : "(무슨 작업 하시는 거예요?) 이거는 외부에서 채집한 식물을 썩지 않게 건조시킨 다음에 액침 표본을 만들 건데요. 그 첫 번째 단계로 건조 시키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 건조제를 넣고 있는 상황입니다."]
유 박사는 식물 조사와 기록에 역점을 두고 있는데요.
[유은화/생태학자 : "언젠가 없어질 가능성이 높은 식물들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식물들이 차후에 저희의 식물 자원으로써 활용될 수 있게 기초 자료 구축을 하는 데 의미가 큰 상황입니다."]
이들은 오늘도 분단의 땅에서 피어난 작은 생명들로 DMZ의 미래를 그려봅니다.
[유은화/생태학자 : "이건 까마중이라는 꽃이고요. (까마중이 이렇게 생겼구나.) 이 까마중은 다른 까마중에 비해서 키가 작은 편이고요. 열매는 익으면 까맣게 열매가 익을 거예요."]
DMZ를 통해 연결된 자연과 사람.
그리고 과학과 예술.
박준식 작가는 예술을 매개로 DMZ에서 소통하며, 사람들이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갈 꿈을 키워갑니다.
[박준식/작가 : "접경지의 삶과 그들이 살고 있는 여러 가지 모습을 기록하는 것이 제 작업이지만 어떤 시각적인 작업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 작업 자체에서 소통을 할 수 있는 역할을 해준다라는 거..."]
갈등을 넘어, 평화로 되돌아가기 위한 예술의 여정.

그 여정은 오늘도 분단의 땅, 경계의 지역에서 조용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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