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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적인 정체성을 갖고 있어 전형적인 틀에 맞지 않는 경우라면 더 그렇다. 중국의 소수민족이자 한국의 재외동포인 조선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희생자 23명 중 17명은 조선족이었는데, 비극적 사건이 있은 뒤에도 이들이 처한 삶의 조건에 대한 한국사회의 이해가 크게 나아진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주, 경계, 꿈>은 바로 이 조선족의 복잡한 삶의 리듬과 이주 경로를 추적한 책이다. 권준희 캘리포니아주립대 새크라멘 2010학자금대출 토 아시안학과 교수는 이를 위해 12년의 현지조사를 수행하고, 7년 간 책을 썼다.
이 책은 미국에서 <보더랜드 드림(Botehrland Dreams)>이라는 제목으로 2023년 먼저 출간됐고, 다음해 "북미·유럽 중심 연구를 넘어 이주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와 함께 미국동아시아인류학회 프랜시스 L.K. 쉬 저술상을 수상했다 아파트대출이자소득공제 .
한국 바람을 타고 온 조선족이 조국에서 마주친 냉대와 환대
각각 두 개의 장으로 이뤄진 3부로 구성된 책의 1부 '코리안 드림의 부상'에서 저자는 조선족과 그들의 생활 터전인 연변에 대해 이야기하고, 조선족이 한국과 만나는 과정을 살핀다.
저자는 연변을 "소수민족 변경지역", 조선족을 "이주의 바람을 허니문특가 타고 이동하는 소수민족"으로 소개한다. 명말청초부터 이어져 온 조선족의 '두만강', 즉 '국경' 넘기는 청나라가 러시아의 침략을 막으려 한족과 한인의 동북 지방 이주를 장려한 1880년대 이후 본격화됐다.
중국의 소수민족이자 한국의 재외동포가 된 조선족은 이중적 정체성에서 비롯된 복잡한 감정을 안게 됐다. "연변을 고향으로 여기면서도 완 투탑수학 전히 고향으로 여기지는" 못하는 조선족들의 처지는 이후 자본주의적 성장과 함께 불어온 "한국 바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이 됐다.
'한국 바람'에 따른 조선족의 한국 이주는 냉전의 종식과 함께 한중 수교가 가속화되기 시작한 199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코리안 드림'을 품고 한국을 찾은 조선족은 "냉대 또는 환대하는 조국"을 원캐싱 맞닥뜨렸다.
먼저 환대는 조선족을 "'사회주의 중국' 출신의 값싼 노동력"으로 보는 데서 비롯됐다. 출생률이 낮아지며 노동력이 부족해져가는 상황에서 언어 등에 이점을 가진 조선족은 건설과 서비스 부문에서 경쟁력 있는 외국인 노동자 집단으로 빠르게 부상했다.
냉대도 있었다. 한국 정부는 재외동포에게 준시민권을 주는 재외동포법을 1999년 시행하면서 조선족, 고려인, 재일조선인 등은 적용대상에서 뺐다. 이 법은 2004년 위헌 판결을 받고 다음해 개정됐다. 이와 함께 미등록 체류자 신분이던 재외동포들이 사면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문직' 재외동포에게는 자유로운 입국과 장기 체류를 허용하는 F-4 비자를, '비숙련직' 재외동포에게는 일정 기간 취업 체류만 가능한 H-2 비자를 발급하는 방식이 도입됐다. 사실상 조선족, 고려인 등을 주변화된 집단으로 남겨두려 한 것이다.
'차이나 드림'으로 대체되어 가는 조선족의 불안정한 '코리아 드림'
2부 '불안정한 꿈들'에서는 한국과 연변을 오가는 조선족과 연변에 남은 조선족의 독특한 삶의 리듬을 다루고 있다.최대 5년의 거주만을 허용하고 그마저도 3년 일한 뒤에는 본국에 다녀오게 한 H-2 비자 체계에서 조선족들은 한국과 연변을 오가며 살게 됐다.
이런 삶의 리듬 속에서 조선족들은 연변을 "휴식의 공간", 한국을 "노동의 공간"으로 여기게 됐다. 책에 나온 세 명의 인터뷰이는 대체로 노동의 공간인 한국에 익숙해져 상대적으로 느긋하게 시간이 흐르고 소비만이 일어나는 연변의 삶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에서도 이들은 하루 12시간이 넘는 고된 육체노동, 일터에서 마주치는 이들의 은근한 멸시 등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었다. 그 속에서 자신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기 위해 이직 등을 무기로 교섭력을 갖춰나가는 이들도 있었지만, 어느 곳도 안정적인 삶의 터전이 되기는 어려웠던 것이다.
연변에 남은 이들의 삶도 녹록 않았다. 배우자를 한국에 보내고 연변에 남은 이들은 연변의 생활 터전을 유지하고 송금받은 돈을 관리하며, 언제 끊길지 모르는 관계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무임금 감정노동"을 하며 산다. 저자는 이를 "기다림의 노동"이라고 불렀다.
3부 '새로운 꿈'에서는 최근 일어난 연변과 조선족의 변화를 다룬다. 골자는 중국의 경제성장과 함께 '코리안 드림'이 지고 '차이나 드림'이 뜨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족들이 한국에서 벌어 보내온 돈은 과거 연변에 송금 주도형 발전을 가져왔다. 평균적인 중국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조선족의 소비 수준이 지역 경제에 활기를 가져왔다. 연변의 노동은 한국 이주 조선족의 빈 자리를 채운 한족이 주로 맡게 됐다.
2000년대 후반 중국의 경제성장이 본격화하며 변화가 시작됐다. 한 택시기사가 저자에게 "10년 뒤엔 한국 사람들이 돈 벌러 중국에 올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한 것은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 장면이다. 실제 연변에서도 한국에 가지 않고, 이주노동자가 아닌 사장이 돼 부자가 된 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한국 바람' 초기 개척적이라고 평가받던 이주 조선족의 이미지도 점점 부정적으로 변했다. 한국에서 단순노동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주 조선족 대부분이 연변에서 새로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워하는 상황도 펼쳐졌다. 그러면서 '코리안 드림'도 위기를 맞고 있다.
저무는 것은 '코리안 드림'일까 한국사회일까
결국 <이주, 경계, 꿈>은 지난 30여 년 간 한국으로 이주한 조선족의 삶을 다룬 책임과 동시에 저자 스스로 말미에 밝혔듯 이제는 저물어 가는 "코리안 드림의 생애사를 비판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중국의 경제가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코리안 드림'은 연장될 수도 없고, 연장될 필요도 없는 것일지 모른다. 유례없는 저출생 고령화를 마주한 한국사회의 입장에서는 아쉬운 일일 수 있겠지만 말이다.
애초 '드림'이라는 말에 어울리지 않았을, 이주 조선족들이 겪었을 열악한 노동환경과 차별이 '코리안 드림'의 사망을 앞당기고 있을 수도 있겠다. 이건 이른바 '단순노동'을 하거나 비정규직으로 사는 한국인에게도 적용되는 이야기일 수 있다. 책을 덮으며 이대로라면 저무는 것은 '코리안 드림'이 아닌 한국사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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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경계, 꿈>, 권준희 지음, 고미연 옮김. ⓒ생각의힘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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