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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너와 나를 아우르는 친밀한 단어지만, 같은 소리와 표기를 가진 또 다른 ‘우리’는 짐승을 가둬 두는 족쇄 같은 공간을 뜻한다. 우연한 동음이의어이긴 해도, 발견하고 보니 관계의 양면적 속성을 드러내는 것만 같다.

한국의 안무가 해니(31·본명 김해니)가 체코 안무가 미스터 크리스와 협업해 다음 달 14~1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선보일 70분 신작 ‘우리 원리금균등상환이란 (OO-LI)’는 이 말장난 같은 발견에서 시작했다. 두 안무가뿐 아니라, 이들이 공개 오디션을 통해 뽑은 28명의 무용수까지 총 30명이 무대 위에서 ‘우리 내면의 대화’를 보여준다. 두 사람의 대면은 수많은 자아간 충돌과 융화를 빚어내며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한국 앰비언트 뮤지션 모하니와 아이슬란드 작곡가 올라퍼 아르날즈 등이 음악을 맡았다.
남성직장인 해니는 지난해 세계적 팝스타 어셔, K팝 아티스트 에스파 같은 대중 가수는 물론 삼성·나이키 등 글로벌 브랜드와도 협업해온 떠오르는 안무가다. 어릴 때 발레를 통해 춤을 처음 접했지만, 이후 자유로운 몸의 움직임에 푹 빠져 어떤 장르의 한계를 두지 않고 춤과 관련된 작업을 해왔다. 에스파의 최근 곡 ‘더티 워크’ 뮤직비디오에선 ‘무브먼트 디 대학생 국가장학금 렉터’로 참여했다. 연출자가 원하는 멋진 몸짓이 카메라에 담기도록 소통하는 역할이다. 한때 백남준을 동경하며 비디오 아티스트를 꿈꿨던 적도 있었던 터라 영상, 안무, 워크숍 등 여러 방면에서 활동 중이다.
최근 세종문화회관 연습실에서 만난 그는 이번 신작에 대해 “호흡을 맞춘 듯하면서도 즉흥적인,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움직임을 무대 위에 상권분석시스템 끌어내고 싶다”며 “무용수 각자가 무의식적으로 춤추며 해소의 에너지를 뿜어낼 텐데, 관객들도 ‘왜’라는 질문보다는 그저 몰입해 에너지를 받아 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6일엔 이런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누구나 춤의 언어를 배울 수 있는 워크숍(춤 수업)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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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작업 중인 안무가 크리스는 끊임없이 틀 바깥의 자극을 던져주는 동료다. 해니는 “크리스는 허물을 벗도록, 내면으로 깊이 들어가 솔직하게 춤을 추도록 이끌어주는 사람”이라며 “크리스의 워크숍에 가보면 저절로 모든 걸 벗어던진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고 했다. 해니는 “나도 한곳에 고여 있길 싫어하고 벗어나려고 하지만, 크리스는 그냥 틀 안팎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친구”라고 설명했다.
그래선지 작품에 참여하는 무용수들에게도 어떤 역할조차 부여하지 않을 생각이다. 해니는 “내가 느낀 것을 당신도 느껴야 한다고 강요하고 싶지 않다”며 “(안무를 전수할 때) ‘나는 이렇게 만들었지만 당신이 느끼는 대로 추고 감상하시라’라고 두는 쪽이 좋다”고 했다.
해니는 고여있지 않는 예술을 지향한다. 10년여 디렉터로서 꾸려왔던 안무팀 매그놀리아를 논의 끝에 해체한 것도 자신이나 팀원들이 그 안에 안주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지금은 세계 각국에서 워크숍을 여는가 하면, 서울 마포구에 연습실이자 커뮤니티 ‘마주’를 운영 중이다. 그는 “나와 작업하는 무용, 스트릿, 커머셜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이 함께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며 “같은 춤인데도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분야가 많은데, 그런 의문을 해소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안무가들이 방송을 통해 명성을 얻는 등 대중적 요구도 커졌지만 “나는 상업적 작업을 할 때도 춤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도전적인 작업이 끌린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이어 “어떤 작업이든 긍정적인 점이 있지만, 거기서 내가 받거나 혹은 지지하게 되는 부정적 영향력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는 편”이라고 했다.
해니는 “매 순간 솔직하게 작업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할머니가 돼서도 혼자 하는 공연을 만들고 싶어요. 순간순간의 모든 작업이 쌓여서 마지막엔 무슨 말을 하고 싶을지 저도 궁금해요. 그 모습을 보고 싶어서 지금을 열심히 사는 것 같습니다.”



세종문화회관 ‘싱크 넥스트 25’에서 8월 14~16일 안무가 해니, 미스터 크리스의 신작 ‘우리’가 상연된다. 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다음 달 세종문화회관 ‘싱크 넥스트 25’에서 신작 ‘우리’를 선보이는 안무가 해니. ‘우리 내면의 대화’를 주제로 체코 안무가 미스터 크리스와 협업 중인 그가 연습실 거울 앞에서 동작을 취해 보이고 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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