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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런 곳에서 한번 모임을 할까?



'추억의 거리'에서 낭만을 찾다

2008년 12월 22일 (월) 07:47   스포츠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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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광화문 문화
'광화문통 아이들' 7080세대 "젊은 날의 놀이공간으로"
통기타 라이브 카페 등 '그때 그 시절 문화' 속속 등장

무명의 통기타 가수가 희뿌연 담배 연기 속에서 70년대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던 포크송 '역(逆)'을 열창한다. 옛 추억에 빠져 있는 머리 희끗희끗한 중년의 아줌마 아저씨들이 흥얼흥얼 따라 한다.

1972년 가수 양병집이 미국의 대표적인 반전(反戰) 가수 밥 딜런의 'Don't Think Twice, Its All Right'이란 곡에 노랫말을 붙여 부른 포크송이다. 훗날 김광석이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라고 제목을 바꿔 리메이크, 꽤 알려진 노래였다.

70년대 '청년 문화'의 상징이었던 명동의 '쉘부르'나 '오비스 캐빈'이 되살아난 듯 하다.

광화문이 변하고 있다.

60~70년대 10대의 거리에서, 2000년대 초까지 20~30대 젊은 샐러리맨들의 애환 많은 공간이었던 이 곳으로 '통기타 부대'가 돌아오고 40~50대 중년층들이 몰려들고 있다.

보통 나이가 들어가면서 '놀이 공간'도 변하기 마련이지만 광화문에선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오히려 예전에 즐겨 찾던 곳으로 되돌아와 젊은 날을 추억하고 있다.

14년째 세종문화회관을 바라보고 있는 2층 카페 '가을'의 차성훈 지배인은 "주로 40~50대 손님들이 라이브 카페를 많이 찾고 있다"며 "20대에 한 두번 찾아왔던 곳이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경제적 여유도 생기고, 옛날 생각이 나서 다시 왔다가는 단골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갈 곳이 마땅치 않는 중늙은이들의 욕구와 옛날 다방처럼 꾸미지 않은 분위기가 맞아 떨어져 '광화문 통기타 카페'들이 입소문 나기 시작했고, 새로운 '어울림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아저씨 아줌마들은 편하게 친구가 되고 동료가 된다. 통기타 가수의 노래를 함께 따라 하다 보면 금방 뜻이 맞아 서로 술값을 내주겠다며 밀고 당기거나, 기분 좋게 맥주 서너병을 옆 테이블선물하는 정겨운 광경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주말이면 등산복 차림의 친구들이 어울리고, 동창 모임과 송년 모임 등이 자주 열린다. 4~5년 전부터 이런 변화의 조짐이 보이더니 이젠 '청바지 문화'를 되살리는 명소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왁자지껄한 것이 싫은 아줌마 아저씨들은 직접 통기타를 치며 노래할 수 있는 작은 카페를 찾아 옛 추억에 잠기곤 한다.

땅거미가 지면 세종문화회관을 바라보고 있는 길옆 카페는 물론 골목 안 작은 카페까지 늘 통기타 선율과 어우러진 포크송이나 올드 팝송이 흘러나온다.

검은 교복에 까까머리, 하얀 옷깃에 단발머리로 광화문을 활보하며 꿈을 키웠고 한 때는 재수란 쓴잔을 마시며 방황했던 '광화문통'에서 '7080세대'들은 젊음을 되찾고 있는 셈이다.

1976년 이원세 감독은 윤정모의 소설 '광화문통 아이들'을 영화로 만들었다. 삼수생 하림이 주인공이었다.

새벽부터 단과반을 다니는 학생이나, 종합반 재수생들이 서울의 사방팔방에서 광화문과 종로로 몰려 들었다. 대다수의 버스들이 이곳을 지나기 때문에 자연스레 학원들도 자리 잡았다. 분식집과 빵집도 빼놓을 수 없었다.

어느 날 강남이 개발되고, 그 많던 학교와 학원들이 하나 둘 도심에서 빠져 나가면서 서서히 '광화문의 낭만'도 잊혀져 갔지만 이제 중년이 된 '광화문통 아이들'은 추억의 거리에서 새로운 문화를 써내려 가고 있다.

이창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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