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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남으로 600m,북으로 800m
🧑 김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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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3-03 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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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52
남으로 600m쯤 내려가면 리사무소가 있고 옹기종기 동네가 모여있다.
북으로 800m쯤 올라가면 망오름이라는 화산분지가 있고 그곳에 가면 확 트인 바다가 보인다.
그 망오름을 따라 올렛길로 쓸만한 산책로가 있고 남으로는 리사무소를 따라 쭈욱~
저지라는 곳까지 올망졸망한 집들이 늘어서 있다.
서울에서는 흔하디 흔한 유흥업소가 이곳에는 하나도 없다.
-밤문화가 없다는 것이다. -.- -
사철 푸름에 열대에서나 봄직한 야자나무같은 것이 듬성듬성 이곳이 한국인가싶다.
햇빛은 따뜻한데 창밖으로 나무가 흔들리는 것을 보면 장난이 아니다.
처음 온 며칠은 마냥 따뜻한 봄날이더니 서울이 영하권으로 떨어졌다는 꽃샘추위에
이곳도 뼛속을 저미는 바람에 슬그머니 오한이 들 정도라 선뜻 외출이 꺼려지는 마음이다.
마음 좋은 이웃을 만나 집을 지으려는 내 땅에서 90m쯤 이동하면 되는 곳에
임시로 거처를 얻고 한국놈 아니랄까봐 빨리, 빨리하는 조급함으로 조바심을 내니
몸과 마음이 지쳐갈 즈음, 오늘에야 건축허가가 떨어졌다.
영화속에서나 봄직한 밀림같던 폐허가 된 과수원도 제법 필요한 곳을 오갈만큼의 길을 내고
어제와 오늘은 폐가로 흉물스럽던 농가, 창고, 돈사에 슬레트 지붕을 철거하기위한
비게며 외벽 막이가 둘러져 허가가 떨어지는 내주 초쯤이면 더 이상 흉물스럽던 모습이 사라질 것이다.
읍에서는 제법 부촌이라는 이곳에도 근자에 들어 집을 짓는 곳은 내가 처음인 듯하다.
지대가 다른 곳보다 조금 높아 집을 지으면 제법 풍취가 살거라는 주민들의 말에
기대를 해보지만 남의 집살이가 아직도 어색한 나는 얼른 내 집이 지어져 살았으면 한다.
건축허가와 필요한 일을 하려 읍내로 시내로 오가다보면 문득 눈에 들어오는 바다!
언덕을 내려올 즈음에 마주치는 바다는 마치 육지를 점령하러 덤벼드는 듯 높다랗게 보인다.
푸른 쪽빛에 이따금식 서로 부딫혀 일으키는 하얀 포말들은 장관이다.
함께 고생하는 친구의 말에 의하면 제법 작품이 될거라고 장담을 하는데
워낙에 빡빡한 예산으로 우는 소리만 해대니 집을 지어주겠다고 흔쾌히 나서준 친구는
예산을 줄이고 보다 나은 집을 짓기위해 밤을 새우며 고민을 해 삐쩍 말라간다.ㅎㅎㅎ
욕심을 부리지말고 그냥 애들 내려오면 잘 곳정도로 규모를 줄였다면 저 친구가
저렇게 고민하고 고생할 필요는 없었을텐데...하는 후회와 미안함도 들지만
누군가를 위한 사랑방을 만들어 오는 지인들의 편한 휴식을 바라는 마음에
그 친구의 고민을 모르는 척 좀 더 싸게, 좀 더 아늑하게...를 입버릇처럼 중얼거린다.
함께 내려온 막내는 한 학년에 10명인 중학교에서 큰 부작용없이 급우들과 친해진 모양이다.
밤마다 서울에 두고 온 막내의 친구들이 전화를 해대며 언제쯤 내려가면 되냐고 묻는다며
흐믓한 표정을 짓는다.
4월에 내려와도 될 것을 막내 전학문제로 이사 시기를 앞당겨 왔고
건축허가도 진행중이었던 때라 사실 불확실한 생활에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이제는 언제든 집을 지을 수 있음에 안도의 한숨을 쉰다.
컴퓨터에 인터넷까지 연결되었고 마음좋은 이웃의 배려로 안락한 거처까지 생기고 나니
이제 느긋한 마음도 든다.
사실 며칠 인터넷 접속이 어려웠던 때에 답답해 미칠지경이었고
며칠만에 들어와 서울의 많은 소식들이 궁금했었는데 그동안의 공백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을 보고
솔직히 서운하고 아쉬었다.
그래서 앞서 쓴 두개의 글도 좀 거칠었고 지금도 조금은 그런 앙금이 남아있다.
이제는 얼추 머릿속의 집은 다 지어진 시기이다.
이제와 그게 아니고 저건 잘못되고는 또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리는 일이다.
이제는 죽이되든 밥이되든 밀고나가야하고 후회는 나중에 하면서 고치면 된다고 마음을 굳혔다.
밤길을 나서기에는 좀 겁나지만 밝을 때는 동네 사람들과 얼굴을 익힐 겸 슈퍼에 나가기도 하고
조금 한갓져지면 주변의 호젓한 산책로도 개척하고 바닷가로 나가볼 생각이다.
날이 풀리면 아침결에 오름을 올라 바다도 보고오고.....
어쨋거나....오늘부터는 꿈도 조금 편하게 꾸겠다.
세형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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