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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투 48장에 숨겨진 비밀을 아십니까?
[김덕수의 파워칼럼]화투는 일본문화의 축소판
몇 년 전, 국내의 한 여론조사 전문기관이 성인남자들에게 “여가시간 때 가장 많이 즐기는 게임이 무엇이냐?”라는
설문조사를 했던 적이 있다. 그 때 압도적인 표 차이로 1위를 차지한 것이 ‘고스톱’이라는 화투花鬪놀이였다.
‘꽃들의 싸움(어떤 분들은 화투를 ‘화토’라고 하는데 그것은 잘못된 표현이다.)’으로 해석되는 화투를
고안해낸 사람은 일본인이다. 그들은 화투를 화찰花札, 일명 하나후다(はなふだ)라고 불렀는데,
19세기말 부산과 시모노세키를 오가는 뱃사람들에 의해 한국에 유입되면서 화투로 불리게 되었다.
일본 화투가 수입되기 전까지, 조선에서는 숫자가 적힌 패를 뽑아 우열을 겨루는 ‘수투數鬪’가 널리 행해지고 있었다.그런데 일본 화투가 들어오면서부터 수투가 화투에 밀려 사라지게 된 것이다. 그것을 보면,
단순한 숫자보다 세련된 이미지(꽃그림)를 좋아하는 것은 1세기 전의 사람이나 요즘 사람이나 비슷한 것 같다.
화투는 일본 문화의 축소판이다!
한국인들은 으레 세 사람 이상만 모이면, 어디서든지 고스톱 판을 벌인다.
심지어 신성한 국회의사당 내에서 고스톱 판을 벌인 국회의원들까지 있을 정도다.
정치현장까지 노름판으로 격하格下시킬 만큼의 위력을 지닌 화투이고 보니, 어쩌면 우리나라 전체가 ‘
고스톱 공화국’이라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정작 화투 48장의 실체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화투에 숨겨진 일본 문화의 비밀코드에 대해서는 하등의 지식을
갖지 못한 채, 그들이 전해준 고스톱에 목숨을 걸고 있으니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월月별로 각각 4매씩 총 48장으로 구성된 화투는 일본 문화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화투의 낱장 하나하나가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다. 거기에는 일본 고유의 세시풍속, 월별 축제와 갖가지 행사,
풍습, 선호, 기원의식 심지어는 교육적인 교훈까지 담겨져 있다.
우선 1월의 화투는 아래의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점짜리 삥 광光, 5점짜리 홍단, 그리고 2장의 피로 구성되어 있다. 세칭世稱 삥 광의 화투 문양을 보면 1/4쪽 짜리 태양,
1마리의 학鶴, 소나무, 홍단 띠가 나온다. 여기서 태양은 신년 새해의 일출을,
학은 장수長壽와 가족의 건강에 대한 염원을 나타내는 그들 나름대로의 문화적 코드다.
또 1월의 화투에 소나무가 등장하는 이유는 가도마쯔(門松; かどまつ) 행사에 소나무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1월에 맞이하는 일본의 대표적 세시풍속인 가도마쓰는, 일본인들이 1월 1일부터 1주일 동안 소나무를 현관 옆에다 장식해 두고,
조상신과 복을 맞아들이기 위한 일련의 행사를 의미한다. 또 학을 의미하는 츠루(鶴; つる)가 소나무를 뜻하는
마쯔(松; まつ)의 말운末韻을 이어 받는 것도 일본식 풍류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1년 열두 달 중에서 8월 달과 11월 달을 의미하는 화투 팔八과 오동(세인들은 오동을 똥이라고 얘기하는데, 그것은 잘못된 표현이다.)을 제외한 나머지 10개 달의 5점짜리 화투에 등장하는 청.홍색 띠는, 일명 ‘단책丹冊’이라고 하는 종이다. 일본에서는 하이쿠(俳句; はいく)라는 일본의 전통 시구詩句를 적을 때, 그 종이를 사용하며 크기는 대략 가로(6cm)×세로(36cm) 정도가 된다. 이것 또한 일본인들이 시를 짓는 풍류의식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여기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청색과 적색에 관한 한 일 양국간의 시각 차이다. 한국에서는 빨간색이 사망, 공산당, 화재 등과 같이 부정적인 의미를 갖지만, 일본에서의 빨간색은 쾌청한 날씨, 경사慶事스러움, 상서로움을 나타낸다. 그런 점에서 화투 일, 이, 삼의 5점짜리가 홍단의 구성요소라는 것은, 그마만큼 일본인들에게 1, 2, 3월이 매우 상서로운 달임을 시사해 준다고 할 수 있다.
[2월 화투의 그림]
2월을 나타내는 화투의 문양에는 꾀꼬리와 매화가 나온다. 2월의 화투에 매화가 등장하는 이유는, 일본의 매화 축제는 2월에 시작되기 때문이다.
매화 축제는 이바라키현 미토의 가이라크 매화 공원을 비롯한전국의 매화 공원에서 동시에 개최된다.
또 꾀꼬리는 ‘우구이스다니’라는 도쿄의 지명地名에도 남아 있을 만큼 일본인들에게는 매우 친숙한 새다.
한 가지 의아한 것은, 꾀꼬리가 봄철이 아닌 2월에 등장한다는 점이다. 조류학자들에 따르면, 철새인 꾀꼬리가 일본으로 되돌아오는 시점은 대체로 4월 이후라고 한다. 그런데도 2월의 화투에 꾀꼬리가 그려져 있는 이유는 과연 무엇 때문일까? 아직까지 그 의문을 시원스럽게 풀어줄 수 있는 단서를 찾아내지 못했다. 다만, 꾀꼬리와 매화가 봄의 전령사임을 노래하는 대표적 시어詩語인 동시에 꾀꼬리의 일본어 표기인 우구이스(うぐいす)와 매화를 뜻하는 우메(うめ)간에 두운頭韻을 일치시키려는 일본인들의 풍류의식을 반영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일본의 벚꽃 축제는 3월 달에 최고 절정에 이르기 때문에, 3월의 화투문양은 온통 벚꽃(일본인들은 벚꽃을 사꾸라 꽃이라고 명명한다.)
으로 가득 차 있다. 삼광光의 벚꽃 밑에 그려진 것은 만막(慢幕; まんまく)이라는 휘장인데,
그것은 지금도 일본인들의 경조사 때에 천막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 휘장 속에는 벚꽃을 감상하며 술잔을 기울이는 상춘객들이 놀고 있을 테지만,
삼광의 화투에서는 그 모습이 나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상춘객들이 화투 하단의 숨겨진 1인치 속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오래 전에 국내의 모 TV회사가 광고 멘트로 사용했던 ‘숨어있던 1인치를 찾았다!’고 외치면,
그 만막 안에서 낮술에 취한 채 봄날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는 상춘객이 그대로 튀어나올 법도 하다.
4월의 화투 문양은 흑싸리가 아니라 등나무 꽃이다! 그래서 4월의 화투 문양은 등나무 꽃(보라색을 띤 등나무 꽃은 마치 포도송이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따라서 아래 그림과 같이 화투를 배열해야 옳은 배열이 된다.)이 주류를 이룬다. 등나무는 일본 전통시의 시어詩語로 쓰이는 여름의 상징이며, 4월의 화투 10점짜리에 그려져 있는 두견새 역시 일본에서 시제詩題로 자주 등장할 만큼 일본인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 등나무 꽃을 한국 사람들이 ‘흑싸리’로 착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흑싸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시골에서 자란 40, 50대 사람들은 빗자루를 만드는 재료로 활용되는 싸리나무의 색깔은 녹색이며, 가을철에 그것을 베어 햇볕에다 말리면 갈색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4월 화투의 그림]
한편,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5월의 화투에 등장하는 것이 ‘난蘭’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난이 아니라 붓꽃이다.
5월의 붓꽃은 보라색 꽃이 피는 습지의 관상식물(습지와 난은 상극관계에 있다.)로서 여름을 상징하는 시어詩語다.
또 한국 사람들은 5월의 10점짜리 화투에 나오는 3개의 작은 막대기는 애연가들이 좋아하는 딱성냥으로,
T자 모양의 막대는 건축사들이 즐겨 사용하는 ‘제도용 막대 자’정도로 알고 있는데, 그 또한 잘못된 생각이다.
여기서 T자 모양의 막대는 붓꽃을 구경하기 위해 정원 내 습지에다 만들어 놓은 산책용 목재 다리이며, 3개의 작은 막대기는 목재 다리를 지지하는 버팀목이다.
일본인들은 그런 목재 다리를 ‘야츠하시(八橋; やつはし)’라고 부른다.
또 다리 끝에는 붓꽃을 감상하는 사람이 있는데,
삼광光에서와 마찬가지로 화투 하단의 보이지 않는 1인치 속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그 사람을 볼 수 없다.
6월의 화투 문양은 모란꽃이다. 모란꽃은 여름의 시어詩語일 뿐만 아니라 고귀한 이미지마저 갖는 꽃으로서
일본인들의 가문家門을 나타내는 문양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꽃과 나비하면, 바로 모란꽃을 떠올릴 정도로 동양 사회에서는 모란꽃을 꽃의 제왕으로 쳐준다.
그러나 한국화韓國畵에서는 모란과 나비를 함께 그리지 않는 것이 오래된 관례慣例라고 한다.
그것은 당 태종이 신라의 선덕여왕에게 보낸 모란꽃의 그림에 나비가 없었다는 점에서 연유한다고 한다.
그러나 6월을 의미하는 화투를 보면 일본화日本畵의 관례대로 모란과 나비가 함께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이것을 통해 한국과 다른 일본 고유의 문화적 특성을 발견할 수 있다.
참고적으로 6, 9, 10월의 화투 5점짜리에는 청단이 있는데, 일본에서 청색은 우울하거나 좋지 않은 일을 암시하는 색상이라고 한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6, 9, 10월 달에 태풍이나 집중호우로 인한 수재민들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평균적으로도 1년 중 이 기간에 각종 사건 사고가 비교적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7월의 화투 문양은 싸리나무다. 7월의 화투 중에서 10점짜리에만 싸리나무 숲에서 멧돼지가 노니는 모습이 등장하고 나머지 화투에는 싸리나무만 등장한다.
7월의 화투에 멧돼지가 나오는 이유는 근대 일본에서 성행했던 멧돼지 사냥철이 7월이었기 때문이다.
8월의 화투 문양을 보면 산山, 보름달, 기러기 3마리가 등장한다. 이는 일본에서도 8월이 오츠키미(달구경; おつきみ)의 계절인 동시에
철새인 기러기가 대이동을 시작하는 시기임을 알려주는 일종의 문화적 암호다.
또 한국에서 제작되는 8월의 화투에서 검은색으로 처리된 것이 산이다.
10점짜리와 피에서 흰색으로 처리된 부분은 하늘을 의미한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8월의 한국 화투에는 산에 억세 풀이 없는데 반해,
일본의 화투에는 억세 풀이 그려져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8월의 화투에는 5점짜리 화투도 없고 홍색이나 청색 띠도 없다.
그것은 일본에서도 8월 달이 1년 중에서 제일 바쁜 추수철이기 때문에
한가롭게 시詩를 쓰고 낭송할 만큼의 시간적 여유가 없음을 시사해주는 것이 아닌가 한다.
고스톱꾼들이 9월의 화투를 유난히 좋아하는 이유는? 9월은 일본에서 국화 축제가 열리는 대표적인 계절이다. 따라서 9월의 화투문양으로 국화가 등장하는 것이다.
또 9월의 화투에서 10점짜리를 보면 ‘목숨 수壽’자가 새겨진 술잔이 등장한다.
이는 9세기경인 헤이안 시대부터 ‘9월 9일에 국화주를 마시고,
국화꽃을 덮은 비단옷으로 몸을 씻으면 무병장수를 한다.’는 일본의 전통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특히 국화가 일본의 왕가王家를 상징하는 문양임을 고려할 때, 그것은 일왕을 비롯한 권력자들이 흐르는 물에다 술잔을 띄워놓고 국화주를 마시면서 자신들의 권세와 부귀가 영원하기를 기원했던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9월의 화투 가운데 10점짜리 화투만이 자기 맘대로 쌍 피(2장의 피)가 될 수도 있고, 10점짜리 화투로 남을 수 있는 특권을 갖는 것도 바로 9월의 10점짜리 화투가 일왕을 상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사실, 왕만 되면 모든 것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지 않은가?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필자는 9월의 화투문양 중에서 10점짜리 화투만 보면, 신라시대의 고관대작들이 포석정에 둘러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임금과 자신들의 태평泰平과 안녕安寧을 기원했던 풍류가 연상된다.
술잔을 의미하는 사카즈키(さかずき)와 국화를 뜻하는 키쿠(きく)간에 말운末韻과 두운頭韻이 연속성을 갖는 점도 흥미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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