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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시) 겨울나무를 보다

(詩) 겨울나무를 보다

- 산정호수에서

詩人 신 성 수 

나무가 나를 보고 가엾다고 했다.

나는 속살마저 기꺼이 땅에게 내어주어 땅이 겨울을 넉넉하게 나게 하는데 한 몫을 하는데

사람아, 너는 올 한 해를 되돌아보았을 때 뭐 하나 뚜렷하게 나누어 준 것 하나 있느냐고 물었다.

나무의 계속된 물음에 나는 대답이 궁색하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앞가림만 해 온 한 해였지 이웃을 생각하거나 배려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얼마 전까지 알몸으로 서 있어 눈길조차 가지 않던 나무의 키가 훌쩍 더 자라보였다. 나무는 내 옷소매를 붙잡기도 하고 작은 가지로 툭툭 치기도 하였다.

나는 그러지 말라고도 못하고 변명 거리 하나도 못 만들고는 나무가 눈치 채지 못하게 한 걸음씩 물러서는데 이노옴 하고 목덜미를 잡는 것이 있었다.

뿌리쳐야했다. 달아나야 했다. 그래야 했다.

그러나 달아날 수 없었다. 등 뒤의 그림자를 떼어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귀를 막아야했다. 나무가 뭐라고 하든 듣지 말아야했다.

그게 겨우 떠올린 변명이었다.

 

갑자기 겨울 산정호수가 우웅 하고 큰 기지개를 켜는 것이었다.

사방 나무들이 살아났고 심지어 호수에 뿌리를 내린 나무들도 깨어 나를 가두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거기 호수에 부끄러운 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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