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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랑해의 마법적 고찰

피씨방에서 시간을 때우다가 인터넷 동아리에 올려둔 글들을 되새김질했습니다.

가끔 그럴듯한 글이 있더군요.

공감이 될지 안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나도 여기 일원이라는 소속감에 흔적을 남기고자 올립니다.

자유롭던 영혼들이 이제는 가정이라는 단체에 속박(?)되어 있습니다.

그들의 또 다른 자유로운 삶을 위해~~~

=== 사랑해의 마법적 고찰 ===

전씨 아저씨가 해외 여행 자유화로 민심을 달랠 때
어찌어찌 기회가 닿아서 호주라는 나라를 갈 수 있었다.

한여름 아무리 더워도 집에서라면 몰라도 밖에서 반바지라는 걸
감히 상상도 못해본 동방의 예의지국에서 날라갔던 나는
계절이 정반대인 2월의 시드니 공항에서부터 혼란스러웠다.
'와~ 이 씨벌놈들 완죤히 쌍놈들인갑따....'
맥주살로 남산만한 배를 출렁거리며 웃통을 벗어던진 채
반바지만 달랑 입고 벌건 대낮에 길바닥에서 브라쟈 비슷한
젖가리개만한 여편네들과 어울려 지나가는 차를 보고도
스스럼없이 손을 흔들며 '구다이','구다이'하며 웃는다.
( good day, mate을 호주식으로 발음하면 "에이(ei)"가 "아이(ai)" 다.
굿데이, 메이트가 구다이 마잇 으로 누구에게나 통하는 인삿말이다.)

그후 반년여가 지나면서 나도 그들의 입성에 동화되었다.
이민자 영어학교에서 알게된 스페인산 여인과 사귀고 있었고
정통 가라데를 배웠다는 그 여자는 누군가 함께 있을 때면
무릎을 꿇고 앉아 호주 한인사회의 한국계 여인들을 당황하게 하고
그런 여자와 함께 있는 나를 한인 남자들은 부러워(?) 했다.

언제고 돌아가야 할수밖에 없는 내게 주변 사람들은
그 여자와 결혼하면 영주권이 나온다고 부추겼고
20대 혈기방장했던 나는 목적때문에 상대의 선택에
기대야한다는 것이 께름직해서 방황하고 있었다.

1년 가까이 나중에는 비자 만료를 무시하고 반년을 더 살았다.
분위기가 익을 때면 길가에서건 어디에서건 "I love you"를
속삭이던 그 여자에게 나는 늘 같은 변명을 해댔다.
내가 살던 문화는 입으로 '사랑'을 남발하는 곳이 아니라고....

그 여자는 준비가 되어있었고 주한 호주 대사를 증인으로 요청해서
당시 이미 불법 체류자가 된 내 신분을 합법화 해줄 계획도 세워두었다.
마음을 다잡고 결혼 신청전 부모님의 동의를 받기위해 전화를 걸었을 때
거기엔 한국 여자가 없냐는 전화기로 건너오는 내용에 우리 사이는 금이 갔다.

반바지의 문화와 건널목을 지날 때 보행자 우선이라는 그들의 문화에
익숙해지면서도 그 같잖은 남성 우월주의적인 애정 표현 부재의 결과로
나는 마마보이에 믿을 수 없는 한국 놈으로 그 여자에게 인식 변화가 되었다.

그후 2개월여 비굴할만큼 수그러진 내게 더 혐오감을 느끼던 그 여자에게
한장의 종이에 쓸 수있을 한도만큼의 I LOVE YOU를 써놓고
1년 반여의 호주 생활을 마감하고 돌아왔다.
.
.
.
.
.

삐쳐서 그릇이 깨져도 수십개는 깨질만큼 거친 설겆이를 하는
아내를 뒤에서 품으며 귀에 대고 느으끼이 하게 속삭인다.
"내가 아직 미안하다고 안 했었나? ..그리고 ....사랑 해."
덜그럭 거리던 소음이 단숨에 조용해진다.
"담부터 까불지 마. ...그리구..나두 웅~"
호랑이의 노한 눈빛은 어느새 사라지고
포만감 가득한 고양이의 나긋한 모습처럼 아내는 변해있다.

4아이의 엄마이면서 40대 중반이 된 아줌마면서도
아내는 '사랑해'의 마법에 너무도 쉽게 걸린다.
남발을 해도 부작용이 없고 부부싸움으로 앙금진
마음의 상처엔 특효약이다.

단, 이 마법의 특징은 진실된 마음을 담아야 마법이 통한다는 것이다.

이 마법의 단어가 그 여자에게 통하지 않은 것은 아마도 영주권이라는
현실적인 이해관계가 끼어있어서 였는지도 모른다.

아니, 어쩜 지금 이 인연이 진짜이기에 공수표처럼 남발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어쨋거나 난 그때 못 써먹었던 그 단어를 아내에게 과다 사용일만큼 쓰고있고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있다.


이 마법의 단어가 모든 사람에게 통하며
모든 이들에게 각각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며
또 다른 광범위적인 의미를 가진 것임을 최근에야 알았다.

부부간, 부자간, 부녀간, 친구간, 이웃간......

난 아직도 사랑해의 마법에 대한 이해가 너무도 좁다.

휴우~

죽을때까지 이걸 배워도 다 알 수 있을까?

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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