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동네에서 한잔 걸치는데 국교 동기에게서 문자가 왔다.
부친상 문자다.
곧이어 다른 동기에게서 누구 아버님이 돌아가셨으니 내일 몇시쯤
조문을 가자며 문자를 보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고인보다는 고인의 유족이 되는 동기와의 인연이 생각나면서
마음이 싸해진 탓인지 아님 그 핑계였는지 술이 좀 들어갔다.
다음날, 빈소에 갔다가 휴가 탓인지 조금은 쓸쓸한 상가에서
다른 국민학교 동기와 처음으로 마음에 있던 말들을 나누며 한잔 더 했다.
9년 가까운 치매 노모의 병수발이며 갑작스러운 형님의 병환 등등으로
겉보기와는 달랐던 그 친구의 주변 이야기를 듣고 다음 모임때 보자고 헤어졌는데
다음날 같은 병원 다른 빈소에서 그 친구 어머님의 영정을 보아야 했다.
....하루가 다르다.
연이틀 다녀온 빈소는 지하철 역에서 빈소까지 1km가량 둑길을 따라 걷는 곳이 있다.
예전같으면 반가워서라도 걷던 길인데 그 1km남짓한 거리가 무섭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는데 아래의 글이 하나 눈에 띈다.
아직 긴 시간이 남아있다고 하지만
마음에 남아 옮겨본다.
지개꾼과 아들
일생 나무를 져 나르던 지게꾼 아버지가 있었다.
언제가 시작이고 왜 나무를 져야 했는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도 없으며 물어온 사람도 한평생 없었다.
그렇게 아버지는 새벽부터 저녁까지 나뭇짐을 날랐다.
어깨에 진 지게는 아버지 육체의 한 부분이 되었고,
지게에 상처가 나면 아버지도 아팠고,
아버지가 등이 시리면 지게도 등짝이 시리곤 했다.
아버지와 지게는 결코 분리될 수 없는 것이었다.
아버지를 보는 사람도 아버지와 지게를 같은 몸으로 보아
지게 옆에 아버지가 없거나 아버지 옆에 지게가 없으면
무슨 사건처럼 생각할 정도였다.
그러기에 아버지는 적어도 인생에서 나뭇짐 하나 정도를
지는 데는 누구보다 숙달되어 있었고,
더러 과적해 위태로울 때도 거뜬히 위기를 넘기곤 했으니
이른바 나무 '꾼'이나 '쟁이'가 되어 있었다.
일생 지게를 졌으므로 누구도 아버지가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아침에 태양이 뜨듯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그렇게 아버지는 일생 나뭇짐을 날랐다.
세월이 속임수처럼 흐르고 아버지도 지게처럼 마르고 나이가 들었다.
어느 날 아버지는 나뭇짐을 지고 일어나다가 주저앉았다.
아들이 말했다. "아버지, 왜 그래요?"
아버지는 말 없이 몇 번 일어나려 하다가 다시 주저앉았다.
아버지는 오래 말이 없었다.
'왜 그래요'라니…
사실은 처음이 아니었던 것이다.
벌써 오래 전에 아버지는 그런 낌새가 몸으로부터
전달되었지만 이렇게 아주 일어날 수 없는 이 순간까지
아버지는 지게를 지고 나무를 졌던 것이다.
"아버지, 왜 그래요?"
아들이 다시 물었다.
아버지는 다시 아무 대답이 없다.
그 침묵이 차마 손톱이 들어갈 수 없게 딱딱하게만 보인다.
그 딱딱함 위로 철썩철썩 차가운 것들이 쏟아져 내렸다.
아버지는 늘 지게를 지는 사람,
나뭇짐을 나르는 그 이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사람,
나뭇짐을 가득 싣고도 비틀비틀 작대기를 짚으며 일어나는 사람,
그렇게 반드시 일어나고야 마는 사람,
그 사람이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맘속으로 말한다.
아들아 나에게 바로 이 시간이 왔다.
누구에게나 이 시간은 오는 법이다.
그것이 일생을 녹여 바친 '꾼'이나 '쟁이'라 해도
더는 일어날 수 없는 순간이 오는 법이다.
어떻게 이 순간의 절망과 패배를 설명할 수 있겠니.
그리고 구름 떼 같은 무서움증과 뼛속 아리는 외로움을
어떻게 너에게 설명할 수 있겠니.
그리고 이 순간이 너에게도 언젠가 온다는 것을
가슴 저려 어떻게 말할 수 있겠니.
그러나 아들아 이 순간의 현실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아름다움이야말로
세상의 질서를 바르게 해 가는
인간 사랑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니?
- 신 달 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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