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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치지 못하는 불행한 자여~
🧑 김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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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5-05 23:3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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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89
9회말 원아웃 만루-
밀어내든 플라이를 치든 뭐든 배트 한번 휘두르면 끝나는 패색짙은 암울함.
타자의 배트가 공을 치면서 '아!'하는 탄성이 나오고 곧 함성이 터진다.
1루수가 홈쪽으로 가까이 자리를 잡았다가 타자가 친 공을 떨어지기 전에 잡는다.
망설임도 없이 3루로 길게 송구를 한다.
4:4에서 4:5로 마무리가 되려는 순간, 각본이 없는 드라마는 시작된다.
4강에 오른 것만으로도 박수를 칠 준비가 되어 있었고 결승을 응원하러 간 것만으로도
미칠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솜털이 송송한 까마득한 후배들의 전설이 시작되었다.
메이저리그에 스카웃되었다는 상대팀 투수도 휘문고의 임 찬규도 안쓰럽다.
고 3 수험생인 셋째의 고군분투도 안쓰러운데 학교의 명예를, 선배들의 성원에
이미 자신의 한계를 놓쳐버린 후배들의 투혼이 마음을 벅차게 만든다.
11회-
12회-
얘들아!
이미 너희들은 할 만큼 했다.
...승부의 순간은 이미 기억에도 없다.
아마 뇌리 어느 곳에 깊숙하게 박혀 언젠가 또 그런 상황이 오면 튀어 나올 것이다.
큰놈을 낳을 때,
간호사가 분만실을 나오면서 "아들입니다."했을 때....
호랭이의 친구들은 나를 참 이상한 남편이라고 봤었다.
3대독자 집안에 아들이 나왔는데 내 표정이 너무 담담했단다.
그런데... 내게 그 감동은 너무 천천히 다가왔다.
그 느리게 그러면서도 벅찼던 감정처럼, 오늘 휘문고의 우승은 자막도, 대사도 없는 영화처럼
머리, 가슴 전체를 가득 채우며 다가온다.
"이겼다며?"
"우승했다며?"
현장을 겪지 못한 동기들의 전화가 올 때마다 담담하게 "그래."하고 말았다.
몇년전 그런 기쁨을 경험했다며 애써 그 감동을 축소시키는 그놈들에게 속으로 피식 웃는다.
인마!
니들이 이 맛을 알어?
30주년 사은행사를 끝내고 집행부와 뒤풀이를 하면서 모든 기운이 다 빠져
중간에 혼자 집으로 오면서 느꼈던 감정,
해 보지 못한 놈들은 절대 몰라.
현장에 있어보지 않은 놈들은 2010년 5월 5일의 그 감동을 절대 알수도 없고
공감도 하지 못한다.
난 야구를 좋아하지도 않는다.
우승이라는 현실적인 성과보다 13회까지 4시간여 동안 펼쳐진 그 기록이
그 속에 내가 있었다는 것이 어떻게 표현하기 불가능한 담담함으로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지난 2003년이후 휘문고 69회의 일을 하면서 속에 담겨진 모든 일들이
그리고 오늘 목동 야구장의 그 기록이 내 평생에 계속 남아 나를 자랑스럽게 해줄 것이다.
친구들-
나는 그 느낌을 글로, 말로 표현할 재주가 없으이.
앞으로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만남을 계속 만들 것이니 친구들이 직접 만끽해보게나.
요즘 아이들 말로 "강 추"일세.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들이 점점 적어지는 우리 나이에 남이 가질 수 없는 그 맛을
간직하는 것도 인생에 참 소득일걸세.
그리 추천을 해도 맛을 모르는 친구들에게는 더 어찌할 수 없어 참 미안하이.
2010년 5월 5일을 기억하는
세형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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