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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장산, 셋째, 아바타
🧑 김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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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4-12 05: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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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69
동부모임 가던 날인가?
수험생 셋째놈이 느닷없이 우장산에 같이 갈 수 있느냐고 묻는다.
왜?
아니, 그냥 지나오다가 희한한 새를 봤는데 그걸 사진으로 찍고싶어서요....
원...별 싱거운 놈을 다 봤네.
그냥 디카 가지고 가서 찍어...했더니
이 핑계 저핑계 흐지부지... 이상하다싶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디카로 제대로 사진을 찍어본 적이 없고 어쩌고 하더니 구민회관에서
"아바타" 영화를 하는데 지난 번에 못 봐서 이번에...어쩌고..한다.
에고....불쌍타.
그래도 셋째놈이라도 아비에게 뭔가를 같이 하자고 손을 내미니 흐믓한 마음이 든다.
놈에게는 디카를 들려주고 나는 폼나게 DSLR을 들고 일요일 오후 2시-
우장산으로 길(?)을 떠났다.
재개발인지 재건축인지로 텅 빈 아파트를 통과하면서 살벌한(?) 풍경을
연습삼아 찍어보라고 이것 저것 설명하며 지나쳤다.
개나리만 만발했던 곳에 이제는 제법 울긋 불긋 색색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잘 알지도 모르는 사진 찍기 강의를 하면서 아들놈과 걸으니 은근히 좋다.
언젠부턴가 네놈뇬들이 아버지라는 위인을 기피하는 현상이 있어 외톨이가 된 기분이었는데
셋째놈의 그런 제의가 너무 고마운 기분이다.
- 이게 애비로 느껴야 되는 감격인지 참 의심스럽다만... -
디카가 좋은 건 찍었다가 마음에 안들면 삭제해버리면 되니 필름값이 안 든다는거-
배터리 2개에 400장쯤은 충분히 저장할 공간이니 반나절 출사에 용량 걱정할 일도 없고....
우장산 길을 따라 주일이라 산책+운동을 나온 사람들이 많았지만
느긋하게 사진을 찍으며 걷다가 구민회관에서 4:20 아바타 표를 샀다.
주말에 가끔 하는 영화는 처음엔 1천원이더니 언젠가 2천원이 되고 오늘은 3천원이란다.
얼핏 들으니 구민회관에서 자체적으로 하는 구민 봉사가 아니라 개인이 대관료를 물고
빌려서 하는 거란다.
일단 표를 사고 다시 우장산을 한바퀴 돌다보니 국궁터를 끼고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잔다.
중간쯤 국궁터 근처에 이르니 지친다.
셋째를 혼자 올라가라 이르고 길가에 놓인 벤치에 앉았다.

사실 이놈을 찍고싶었던 마음도 한쪽에 있어 셋째는 올려보내고 이곳을 두리번 거렸다.
저번에 찍은 놈이 이놈이 아니었던 거 같은데.... 그래도 비슷한 놈이라....

예전에도 재미있게 생겨서 찍었던 놈인데 아직 거기에 있길래 반가워서 다시 한장 찍었다.

처음 올린 사진은 뭔가를 주려는 손 동작인데 이놈은 뭔가를 달라는 듯 보여서 찍었다.
같은 사물이라도 각도 조명, 구도에 따라 달라보인다는 게 참 재미있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어쩌면 세상 사는 게 다 그렇게 보는 각도와 위치, 자세에 따라 제각각이니
장님이 코끼리 설명한다는 속담이 새삼 공감이 간다.
.jpg)
더 신기한 장면이 없을까 두리번 대다가 벤치에 앉아 담배를 한대 물고
멍하니 앉았는데 정면으로 이 나무가 보인다.
연리지라는 나무는 2개의 각기 다른 나무가 중간에 가지가 합쳐진 나무라고 하던데...
이놈은 뿌리는 같은데 같이 자라다가 밑둥 근처에서 서로 갈라져 자라다가 중간에 잠시 다시 합쳐지고
얼마 안가서 다시 갈라져 완전히 갈라진 모습으로 자랐다.
만나고 헤어지고 또 다시 만났다가 헤어지는......
억지 춘향으로 내 입맛에 맞게 해석한 탓일까?
아니, 더 의미를 주관적으로 달면 느낌이 퇴색할까봐 그냥 이쯤에서 자제해야겠다.
셋째에게 시간나면 네가 여기 어디쯤을 잡고 계절이 바뀌기 전에 와서
같은 장소에 세월이 주는 변화를 기록으로 남겨 보라고 했다.
....시간 맞춰 구민회관으로 가서 아바타를 장장 2시간 40분 동안 보았다.
장승처럼 앉아서 영화 관람을 하는 셋째와 달리
나는 중간 중간 슬그머니 나와 화장실도 가고 흡연도 하고...
"판타지인데요."
"그래. 아바타인지 뭔지가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엘프고 골룸이고..."
한동안 셋째와 나는 집 근처 책 대여점에서 판타지 소설을 같은 눈높이로 보았다.
같은 판타지 소설을 보면서도 서로 의견 교환(?)을 한 적이 없었는데
아바타를 보고나서 집에 돌아오는 20여분 동안 제법 동일한 화제를 놓고 갑론을박했다.
대학을 들어가면 사진을 찍고싶단다.
그거 좋지.
방학때엔 배낭 짊어지고 메모리 카드 빵빵한 놈으로 댓개 들고 가봐라.
허리 44인치인 놈이 방학때마다 사진 핑계로 돌아다니면 허리가 줄어들테니....

봄이다.
수험생 셋째놈한테는 올 봄은 봄이 아닐텐데.....
그래도 놈에게는 더 많은 기회가 있을테니.....
새끼들 크고 둘이 오붓하니 같은 취미로 우장산을 한바퀴 돌고 오니 기분은 좋다.
세형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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