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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도둑이야~!
며칠전 새벽

새된 아줌마의 떨리는 고함소리가 들렸다.

"도둑이야!"

3시가 되어가는 시간에 아줌마의 비명같은 고함-

"도둑이야!"

맞고함을 치고 일어나 주섬주섬 옷을 입는데 내가 왜 고함을 쳐 줬지?

혹시 부부싸움하다가 남편한테 맞을 것같으니까 동네사람 깨우려고 하는 건?...

그런데 정말 도둑이면 어쩌지? 그놈 도망가다 막다른 길이라고 대들면 난?

망치라고 하나 들고 나갈까..하다가 랜턴 하나 달랑 들고 나갔다.

3층이니 우리 집까지 올라 올 이유는 없겠지만 일단 문은 닫아두고

비실비실한 개 한마리 믿고 나가려니 조금 걱정은 되지만...


삐뚤빼뚤 계단을 내려가니 대문앞에 코트까지 걸쳐입은 아줌마가 서성인다.

"저리 갔어요."...하는데 내가 나온 우리집 뒤통로다.

고함을 듣고 딴에는 빨리 나왔다고 했지만 다급한 도둑놈 발이면 벌써

두어 블록쯤 멀어졌을 법 한데 아줌마 나를 힐끔힐끔 보며 절대 멀리 안갔단다.

아씨....폭이 1m도 안되는 통로에 조명도 없는데...랜턴 든 죄에 남자라는 허명때문에

쑤시는 관절 내색하지않고 뒤 통로를 랜턴으로 후비며 비춰보니...역시 깨끗하다.


그런데...이상하다?

이 아줌씨 계속 나만 힐끔거리며 멀리 도망가지는 않았다고 우긴다.

"도둑 보셨어요?"

"네."

"뭐 입고 있었어요? 어떻게 생겼어요?"

"나이가 든 사람이었어요. 아저씨처럼 검은 옷 입고...."

이런 된장!

아까부터 힐끔거리는게 이상하다했더니...

소리치고 부스럭거려도 한놈도 콧배기 안보이는데 무슨 정의의 사도라고

랜턴 하나 들고 달랑 튀어나온 내가 그 아줌씨 눈에는 도둑놈으로 보였나보다.

에이 씨...그냥 불이야 나 외쳐주고 창밖으로 불구경하듯 구경이나 할걸....

"신고하셨어요?"

"아뇨."

"그럼 일단 신고부터 합시다."

언젠가 취객이 대문 앞 길에 쓰러져 있어 신고를 했을 때는 3분도 안걸리더니

도둑이 들었다고 신고하니 범인을 봤냐고 묻는데 나야 대답하기 난감해 아줌씨한테 넘겨줬다.

5분이 넘어서야 발산 지구대인가 어딘가라며 전화가 왔는데 순찰차 3대가 출동을 했는데

범인 인상착의를 다시 묻는다.

의심을 받아 기분이 드러운데 순찰차는 오지도 않고 말만 많으니 슬슬 신경질이 난다.

웃옷도 안 걸쳐서 오슬오슬 춥기도 한데....


그러는 사이 도둑맞는 아줌마네 집주인이 의장용 칼을 들고 당당히도 나타나신다.

이곳저곳 다시 둘러보는데 생뚱맞은 놈이 하나 팔랑거리며 지나간다.

아! 저놈 졸라리 의심스러운데....차마 불러 묻기가 뻘쭘하다.

이럴때 순찰차가 딱 나타나면 궁금증이라도 시원히 풀리련만....

다시 전화를 해서 어디쯤 오느냐, 방금 내려간 사람이 의심스럽다...등등 연락을 하고

잠시 기다리려니 엉뚱한 윗길에서 순찰차가 나타난다.

젠장.... 아랫길로 내려간 놈은 이미 건널목을 건넜을텐데...

..돌아버리는 건... 이 아줌씨 아직도 도둑놈이 나이 어린 청년이 아니라

시커먼 옷에 나이가 든 남자라는거다.


가만 생각해보니 랜턴 들고 뛰어다닌 것도 나요, 맞고함질러 동네사람 기웃거리게라도

해준 것도, 경찰에 신고해준 것도 난데... 이런 억울한 일이 다 있나 그래....


"혹시라도 부를 일이 있으면 부르세요."

그래도 대 휘문고등학교를 나온 지성인 아니냐.

경찰을 따라 신고를 하러 가는 아줌마를 멀뚱히 보는 그 아줌마의 아들에게 말해주고 올라왔다.



다른 건 다 놔두고 돈만 털어갔다니... 불행중 다행이다.

쌔비다 들켜서 몸싸움이라도 했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3~40분은 족히 밖에서 떨었는데 나와 본 사람은 나와 아줌마네 집 주인뿐이다.

그나마 뛰쳐 나와주니 대뜸 도둑놈하고 인상착의가 비슷하다니....


다음엔 도둑이야..하면 다시는 안 나온다.

"불이야."하면 뜨거워서라도 나오겠지만.....


그나저나....이거 집에 가스총에 칼 같은 방어용 무기를 비치해둔다더니...

나도 잘때 망치라도 하나 머리맡에 두고 자야하는 거 아녀?



경제가 엿같아서인지 좀도둑이 기승을 부리는 것 같다.

다들 조심하고 옆집일이라고 나몰라라하지말고 최소한 신고는 해주자.


세형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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