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놈아~
친구지간에 내가 네놈 앞에서 두 번 절해야 쓰겠냐?
지날 달에 병실에서 내가 너한테 그랬지
얼른 나아서 너 좋아하는 쏘주 한잔하자고
너도 그러마고 나한테 약속했잖니
그러던 네놈이 뭐가 그리 바빠서
예쁜 두 딸 남겨놓고 서둘러 떠났니
지난 주에 전화할 때도 반갑게 받더니만
그새를 못참고 전화도 안하고 먼길 혼자 떠났니
건강하게 퇴원해서 만나자고 그랬지
누가 장례식장에서 만나자고 그랬니
우리 서로 만난 시간이 어언 30년이 훌쩍 넘었는데
그 동안 사는 모습도 지지리 맘에 안들더니만
가는 모습도 영 맘에 안드는 고약한 놈일세
네놈이 항암치료를 받느라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피골이 상접하고, 뭉개진 손톱, 망가진 이빨을 보며
이렇게 고생할 바엔 이 미련한 놈아
이제 그만 편안해졌으면 좋겠다고 속으로 울었지만
그래도 네놈 손을 꼬옥 부여잡고 이겨내길 기원했는데
이 무정한 놈아 너 그러는게 아니다
나 어제 네놈이 누워 있는 그 자리에 정말 가기 싫었다
네 놈이 뭐가 잘나서 내 앞에 먼저 눕느냐 이 말이다
제대로 잘 사는 모습은 보여줬어야 하는거 아냐
이거 무효야, 다시 해, 나 인정 못해
너 처음부터 다시 보여줘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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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씨불놈..
어제 장례식장에서는 안나오던 눈물이
왜 이렇게 자꾸 나오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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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 나쁜놈아
너 잘 갔다
더 아프지 않으려고
편안한 세상으로 갔다고 하니
속넓은 이 친구가 크게 용서해주마
오늘이 지나고
또 내일이 되면
이제 네놈은 한줌의 재로 바뀌겠지
타다남은 온기를 네놈의 체온인양
마지막으로 만져볼 밖에
잘가라 친구야
그리고 병없는 세상에서 행복해라
심심하면 우리 모일 때 가끔 놀러오려무나
밥상 한켠에 항상 네 술잔 놓아두마
너와 함께 보낸 시간들이
참으로 좋았단다
너를 친구로 두어서 행복하고 고마웠다
선오야 잘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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