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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자유 고속
아는 사람만 알고 있겠지만 나는 집은 서울이고 일터는 경기도 안산에 있는 어느 철공소이다.
대중 교통을 이용해서 안산에 가야할 경우 주로 5601번 광역 버스를 이용하는 데 배차간격이 30분마다 한대여서 어쩌다 운이 좋은 날을 빼고는 이삼십 분은 기다려야  이 버스를 탈 수 있다.

아는 사람만 또 알고 있겠지만 안오는 버스 기다리다 보면 엄청 짜증난다. 다른 번호 버스는 벌써 몇 대 째 지나갔는 데 예는 언제 오나 하면서 말이다. 그러다 보면 무슨 팔자가 허구헌 날 오지도 않는 버스를 기다려야  하나 하는 서글픈 생각도 든다.

그날도 기다리는 5601은 오지 않고,  금새 지나갔지만 또 지나가며  "얼른 타세요 에어컨도 시원해요" 라고 나를 반기는 듯 인사하는 군포 버스 뒷 모습을 보다가, 다음에 군포 버스 한 대 더 올때까지도 이놈의 안산버스가 안오면 절대로 군포 버스를 타지 5601 안산 버스만은 타지 않겠다 라고 스스로에게 맹세아닌 맹세를 해버렸다.

그 후에 어떻게 되었냐구 ? 결국 군포가는 버스를 타게 되었고 군포까지는 못가고 중간 지점인 안양역전에 내려서 전철로 갈아타고 안산에 갔다. 누가 고생되지 않았냐고 물어 주었으면 좋겠다. 실제로 안산 가는 데 한 시간 가량 시간은 더 걸렸지만 놀랍게도 기분이 상쾌했다. 매일 똑 같은 데서 타고 내리고, 멈추거나 바뀌어 질 것 같은 삶의 루틴에서 일탈을 해서 였을거라는 이유를 곰곰히 생각하여 끄집어 냈다. 그렇다 맞고 말고. 암....

인간은 보이지 않는 끈이나 리모컨으로 조정되어 내장된 기억에선 자유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믿지만 실제로는 미리 짜여져 있는 , 그것도 매일 같은 일을 수십년 동안 하도록 쓰여 있는 수천 페이지가 넘는 같은 내용의 각본대로 살아야 하는 노예에 불과하다. 작은 체험 이지만 프로 그램을 이탈했을 때 느꼈던 해방감 같은 기분이 인간이 노예의 삶을 산다는 사실을 이미 증명하지 않았는가.

나는 위에 적은 내용과 같은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돕기 위하여 고속 버스 회사를 하나 사려고 한다.
최소한 삼 사십대의 버스를 가지고 처음 사업을 시작하려고 하는 데 이 사업은 아주 전망이 좋아서 빠른 시일에 크게 성공을 하고 돈도 많이 벌을 수 있을 것이 틀림없다. 자유 고속이라는 회사가 이미 있는 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회사 이름은 자유 고속이라고 붙일 것이다. 우리 버스는 전국 방방 곡곡 안 가는 곳이 없다. 부산, 진주, 목포,광주 대도시를 비롯하여 산이라면 산, 바다라면 바다도 , 전국 사찰, 땅끝까지 안가는 곳이 없다.

다른 고속 버스와의 차이가 없지 않냐고 ? 물론 커다란 차이가 있다. 우리 회사 버스를 탄 승객은 버스가 도착할 때 까지는 버스가 어디로 가는 지 절대로 알 수 없고 기사에게 물어 보아도 사칙에 위배되므로 가르쳐 주지 않는다. 그렇지만 목적지 행 버스 티켓은 매표소에서 사도록 되어 있고 다른 회사 버스의 목적지와 다른 것은 다른 고속 버스 회사에선 부산이란 팻말을 붙인 버스는 반드시 부산으로 가지만  우리 회사의 부산이라 적혀 있는 버스는 부산에만 안가고 아무데든 지 맘가는 데로 간다는 것이다 . 다시 말해 설악산 버스는 설악산에만 안간다. 이 사업이 성공하는 것은 이미 정해진 일이라 조만간 해운업과 항공사업에 진출해야 할 것이고, 나아가 우주 여행 까지 사업을 확장하는 일은 단지 시간의 문제이다.

고속 버스 한대 사려면 얼마나 할까 ? 저녁에 완구점에서 모형 버스라도 하나 사가지고 들어갈까? 아님 그돈 가지고 히야시 잘된 캔 맥주를 서 너개 살 까 ? 큰 일을 시작 하기전에 결정해야 하는 작은 일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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