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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남의 땅 둘쨋날.


미쿡 시각으로 2009년 5월 30일 토요일은 워싱톤으로 실려가는 날이다.

긴장한 탓인지 두세시간 잠을 자고 일어나 화장실을 왔다리 갔다리하면서 사이 사이
생각날 때마다 베란다 문을 열고 나가 담배를 피우는 엽기행각을 벌리고 나니
어느덧 날이 훤히 밝아오는데 몇종류인지 모를 새 소리가 귀를 간지럽힌다.

내가 깰까 주방에서 조심스레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는데 혹시 영진이 부인이 
나오셨으면 어쩔까싶어 방안에서 서성대다가 문 두드리는 소리에 열어보니 영진이다.
"아침먹고 내 근무하는 곳에 가서 놀자."
그래. 날 여기 두고 마음대로 돌아다니라고 했다면 보따리 싸들고 집에 가려고 했다.
영진이가 직접 만들어 준 아침을 먹고 카메라가방만 들쳐메고 차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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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에서 5분-
차로 움직이는 그 짧은 시간이지만 각진 비슷비슷한 면적에 개성있게 지어진 집들이
넓고 높아도 3층이상을 넘지 못해보인다.
토요일이라서 그러겠지...하지만 쓰레기 하나 보이지않는 길거리에 인적도 없다.
상상도 하지 않았던 깨끗한 공기며 맑은 하늘은 한국의 높고 푸른 가을하늘을 연상시킨다.
2차선이라기엔 조금 넉넉하고 3차선이라고 하기엔 고개가 조금은 옆으로 흔들릴 정도의
주택가 도로를 따라 가다보니 주택이라 보기엔 크고 상가라 하기엔 좀 믿기지않는 건물의 뒤편으로
영진이의 차가 들어가고 뒷마당 몇십대의 차를 주차할만한 공간에 자연스레 차를 댄다.
'아, 여긴 서울로 치면 몇가구가 공동으로 사는 빌라쯤 되나보다. 근데 여긴 왜 왔지?'
하는 궁금증을 머리에 떠올리는데 주차를 하고 내리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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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내가 근무하는 치과다. 어때?"
뭐라?!
이렇게 후진 집이 상가이고 이런데서 치과를 한다고라?
.....2층 상가 건물이다.
쭈빗거리는 마음으로 뒤를 따라 들어가니 엘리베이터까지 있다.
그런데 그놈의 엘리베이터는 우리나라 엘리베이터처럼 생기지않고
출입문이 열리면 내부가 다 보이는 구조가 아니라 출입문이 전체 면적의 반 정도만 차지하고
내부의 반은 보이지 않게 되어있다.
아! 여기는 병원이다.
2층이라지만 계단을 오르 내리기 힘든 노약자가 오는 곳이기도 하니 당연히 있을 것이다.

예약 환자가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었기에 영진이는 가운을 걸치고 곧장 환자에게 간다.
"응, 세형아. 요리 나가서 조리 가면 강이 보이는데 거기서 사진 좀 찍어봐라."
밋밋하게 기다리느니 나가서 사진을 직으며 소일하라는 건데....
아 쓰불넘! 창밖으로 보이는 곳이 막상 나가서 보면 어딘지도 모르는데 간단하게
손짓으로 이리저리 가리치니... 에라~ 샹!
방위지만 독도법은 알고 아무리 낯선 거리라지만 미로만 아니라면 집은 찾아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1층으로 내려와 일단 주변 경관을 숙지했다.

바로 앞 건너편에 도요다 자동차 판매장이 보인다.
일단 사진 한장 박아두고 -나중에 길 잃으면 지나가는 과객들에게 보이려고-
청개구리처럼 가라는 곳이 아닌 반대편으로 주택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내리막길을 댓블록쯤 내려가며 두리번 거리는데 아무래도 이쪽은 아녀.
아침부터 다람쥐 쳇바퀴 굴러가듯 아니다싶은 내리막길을 거슬러 땀 빼가며 되돌아 왔다.
bayview라고 도로 이름이 쓰인 팻말이 보인다.
해석은 잘 안되지만 뭐 풍경이라는 말같다.
어딜가든 사거리로 길이 열려있던 것과 달리 막다른 도로에 그 건너로 또 다른 도로가 보이는데
아씨!! 건너편으로 보이는 도로로는 차들이 졸라 빨리 지나간다.
강변도로와 올림픽 도로가 갑자기 머리에 떠오른다.
저 길을 건너면 어쩌면 강변이 나올지는 몰라도 길 건너다가 눈먼 차에 치면 나만 손해다.
우쒸! 먼 이국땅에 와서 보호자도 없이 객기 부리다가 다치거나 뒤지면 나만 손해지.
길을 건너는 걸 그렇게 포기하면서 침을 튀겨 방향을 잡으니 왼쪽이다.
길을 잃으면 순차적으로 되짚기위해 도로 이름이 쓰인 팻말이 보일 때마다 사진을 박았다.
이 길은 차보다는 자전거가 더 많이 지나간다.
강변에서 자주 보던 요란한 복장에 헬멧을 눌러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가슴을 봐야 안다.
뭘? 남자인지 여자인지.....^_^
슬슬 발동을 걸어 길을 따라가는데....얼라? 길이 좀 이상하다.
올림픽도로처럼 건너편에 이어지던 도로가 내가 걷는 도로와 합쳐지는데 건널목은 없다.
객기 부리지 말자.
새끼가 넷인데 남의 땅에서 길가다 차에 치면 나만 손핸겨.
저넘어 길은 어떻게 생겼을까에 대한 호기심을 접고 미련없이 되돌아섰다.
꽤 걸었다싶었는데 고작 3,40분쯤 걸었나보다.

영진이의 치과가 있는 건물로 들어서는데 계단에서 카우보이 모자를 쓴 동양놈이 뛰듯 내려온다.
아싸! 종현이 놈이다.
어제 영진이와 함께 마중나오려고 했다가 불발탄 제거작업이 늦어져 못오고 마음이 아려서
아침에 만사 제끼고 보스톤에서 졸라 밟아 왔대나 뭐래나.
제대로 오면 4시간인가 걸리는데 졸라 밟아서 한시간쯤 빨리 왔다며 자랑이 지랄이다.
야 쉐이야, 엉아가 오면 어느 술집인가 데리고 간다고 썰레발을 그리 치더니.....
사진까지 올려놓고 가슴 설레게 그럴듯한 아가씨 얼굴도 찍어 올리더니... 나쁜 쉐이!
-얼마나 기대를 했는데......!!!!!!!!!-
기껏 한다는 말이 허드슨 강에 데려다 줄테니 거기서 사진을 찍으라고?!!!

서울같으면야 내가 왕이지만 여기선 핸들 쥐고 지리 잘 아는 놈이 왕이다.
이시키! 강서구청근처로만 와봐라.
길바닥에 던져두고 집에 가버릴거다.
속으로는 툴툴거렸지만 현실은 냉정한거다.
조수석에 얌전히 앉아 가자는대로 가니 종현이놈도 뭔가 느끼는 바가 있는지
이곳저곳을 고개짓으로 가리키며 설명을 해준다.
이곳은 암반지대라 지하를 파지않고 지상에 그냥 건물을 짓는댄다.
절벽처럼 가파른 지대에 고층 아파트가 지어진 것이 보인다.
와~ 저기서 강을 내려다보면 죽이겠다!
10분쯤 달렸을까?
그림같은 강변이 한눈에 들어온다.
뭐..그 사이 사이 그럴듯한 특이한 구조의 건물들이 많았지만 어휘력의 한계로 생략!
-상세한 설명을 할만큼 귀기울여 들은 것도 없고 들었어도 벌써 잊어버렸다. 어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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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드슨 강이란다.
폭은 한강의 두어배는 족히 넘어보인다.
예전 숀 코네리가 나왔던 붉은 10월호의 그 소련제 잠수함이 야경을 배경삼아 들어오던 강이다.
오른쪽으로는 그 폭이 훨씬 넓었고 강 건너에는 뉴욕이라 불리는 세계적인 대도시가 보인다.
한눈에 담기가 불가능해 나중에 파노라마로 편집하기위해 장면 장면을 끊어 담았다.
"찍는 꼬라지 하고는....."
그런 내 꼴이 마음에 안드는 지 쓰불눔 불평을 한다.
귀는 두개고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린다는 속담을 교범으로 삼아 꾸욱! 참고 사진만 찍었다.

대충 찍은 후 공원에 걸터앉아 시덥지않은 잡담으로 시간을 때웠다.
카우보이의 전설이라고 지놈딴에는 떠들어 댔지만 세상 그나이만큼 살아온 놈 치고 사연이 없겠냐?
과거에 나도 금송아지 수천만마리에 이놈의 땅덩어리만큼 넓은 땅 가진 로얄페밀리였단다.
단추 서너개 잘 못 끼운 것도 아니고 하나 잘 못 끼웠는데 깐 놈의 단추 떼어내고 보기 흉하면
바지춤에 쑤셔 넣으면 다들 지 먹고 살기 바쁜데 누가 그거 신경쓰나?
왕년에 잘나갔다고 과거 얘기하는 놈치고 반편같지않은 놈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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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그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J-market인가를 들렸다가 빈손으로 돌아오는데
갑자기 길가에 있는 향수가게로 차를 들이민다.
한국인 점원에게 뭔가를 꼬치꼬치 묻더니 척 보기에도 비싸보이는 향수를 고르더니
포장하고는 나보고 가져가란다.
왜?..하는 얼굴로 보니 호랭이 주란다.
야, 나 요즘 애인도 키우는데 하나 더는 안될까?
GR!!!.....이란다. -.-;;;
짜식, 매몰차네.
그래, 딸래미 향수는 남대문 향수 아줌마한테 가서 팍팍 깍아서 사야겠다.
그런데 이놈이 또 하나를 고른다?
"응, 이건 그 놈 부인한테 네가 전해 줘."
짜식! 남의 부인한테 점수 따서 뭐하려구,...가다가 배달사고 내면 되겠구나. ㅎㅎㅎ

아따! 이러다 워싱톤은 언제 가냐?
대충 대충 넘어가자. 날림 공사면 어떠냐?
아마츄어가 쓰는 기행문인데. ^.~*


대충 넘어가서 치과로 가니 워싱톤에서 치료를 받으러 치권이가 이미 와 있다.
아씨...수다떨다보니 틀림없이 점심은 영진이 사무실에서 짱꽤 음식으로 종현이랑 같이 먹었는데
알리바이가 도무지 기억나지않는다.
치권이 오기 전이고 아침부터 부산스러운 종현이 놈과 함께 다녔더니.,...분명 점심때 먹었다.
10일 조금 넘었다고 이렇게 기억이 나질 않으니.....에블봐디, 아임 소리!(발음 죽이지?ㅎㅎㅎ)

부부동반으로 온 치권이는 학교 다닐 떄도 거의 본 적이 없고 이민온지도 30년 가깝다니
나와는 전혀 만날 인연이 없던 친구다.
미주 69회가 부지런해지면서 이따금 올라오는 사진에서 독특한 치권이만의 표시인 코수염이
인상에 남아 기억이 날 뿐이다.
치권이한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처음에는 어색한 기분이었다.
치권이를 처음 봤으니 당연히 치권이 부인도 처음 보는 것이 정답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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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권이가 치료를 받는 동안 넉살좋은 종현이 놈, 치권이 부인에게 작업(?)을 건다.
여친이 묵은지에 고등어 조림을 먹고싶다고 찬거리를 사러 장을 봐야하는데 베테랑 주부의
물건 고르는 안목이 필요하다나...
영석이가 거기서 근무하니 잘하면 볼 수도 있다는 말에 나도 따라나섰다.
이번에는 K_mart다.
한국에 있는 할인마트처럼 익숙한 한국말에 시식코너며.... 이거 내가 미쿡 온거 맞어?

바리바리 싸들고 영석이는 만나지도 못한채 K-MART를 막 나서는데 영진이 전화다.
치료가 끝났으니 치과로 오지말고 집으로 곧장 오란다.
...암만해도 종현이 놈, 뭔가 있다.
영진이 집에 도착하기 무섭게 도로 보스톤으로 가야한다고 신발 싸들고 몰래 나와
인사 않고 갈테니 말 잘해달라고 부탁을 한다.
이걸 말려야하나 아님 그냥 보내야 하나 고민하는데 구세주! 오셨네~!!!
영진이와 치권이가 도착한 것이다.
종현이가 말이 빠른 편이라면 치권이는 사분사분 일정하고 낮으막한 톤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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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톤은 4시간(?), 워싱톤은 5시간이란다.(숫자에 약해서 1을 빼든 더하든 그냥 봐라.)
영진이 집에서 짐을 빼 치권이 차에 싣고 나는 이제 워싱톤으로 떠난다.
배웅하던 영진이가 뭔가 봉투를 준다.
혹시 모르니 비상금 하란다.
-나중에 알았는데 만명이 그만큼을 주었다면 나도 막다른 골목길에서 담 넘다가 뛰어내릴 뻔헀다.-
하도 병신같은 쉐이들이 많은 나라라 이것도 뇌물이라고 찝쩍대면 어쩌지?
아니다, 비행기표까지 언놈은 뇌물이라며 뒷담화를 깔지도 모르겠다.
어쨋거나 내가 미쿡 대통령이 되면 그이상의 이권을 주마.
지금은 고맙게 쓸께.
액수는 나중에 청문회가 열리면 밝히고 일단 봉투는 받았다.

뉴욕-뉴져지- 댈라웨어(?)-메릴랜드- 워싱톤-버지니아...이렇게 인지는 모르겠지만
영진이네 집에서 치권이네 집이 있는 곳까지 5시간여 차로 달리면서 지나친 미쿡의 주가
대여섯개 주를 지나간다고 운전을 하면서 치권이가 자상히 설명해줬는데...머리에 입력되지않았다.
(미안하다, 치권아. 어쩌냐, 홀반인데.... 더 자상하게 설명해주신 치권이 부인께는 더 더욱 미안합니다.)

4시가 조금 넘어 출발한 것같은데 운전중에 몇군데 전화를 건 치권이는 9시가 거의 되어
워싱톤의 수원갈비에 차를 멈췄다.
내리기가 무섭게 차문을 열고 후다닥 간 곳이 어딜까?
담배 피우러 쓰레기 통 찾으러 갔다.ㅋㅋㅋ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못 봤던 명훈이나 목회일을 한다고 2년쯤전 이민온 상섭이의
반가워하는 모습도 뒤로하고 담배를 피우러 가는 내가 참.................

치권이 부인은 치권이를 수원갈비에 떨궈놓고 먼저 집으로 가시고
나중에 도웅이가 합류했고 워싱톤 멤버인 창범이는 끝까지 연락이 되지않아 걱정을 했다.

생갈비에 소주잔을 기울이며 회포를 풀고 얼큰한 취기에 2차를 내심 기대했지만....
미국의 밤문화는 정말 재미없어 보였다.
게다가.....목사님도 계시니..... 아! 오늘도 나는 목탁이나 두들기며 참회경이나 외울란다. 흑흑흑

이쯤에서 꼭 알아두어야 할 애연가들의 상식 하나.
조지아에서 온 명훈이와 나를 위해 치권이가 호텔을 예약해 두어서
상섭이 차를 타고 호텔에 투숙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금연객실인지 모르고 객실에서 담배를 피웠다.

객실요금이 70$인데 벌금이 350$이 나왔단다.
비싼 수업료를 대신 물게 된 치권이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이다.

좌우지간......
소주에 입가심한 맥주에 취기가 얼큰하니....
워싱톤에서의 첫날밤은 이제 침대로.......

이바구를 하다보니 또 사족이 길어졌다.
사진은 나중에 적당히 넣기로 하고 나도 오늘은 잠이나 잘란다.
서울 돌아온지 둘째날이다.ㅎㅎㅎㅎ

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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