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커뮤니티 메인

휘문교우회 로고
📖 게시글 상세보기
[제목] Greetings from Tbilisi!
하도 게시판이 조용해서 멀리 구루지야, 트빌리시에서 한 마디 올립니다.

비록 눈팅만 하고 가지만 우리 동기들의 활력 넘친 재담 항상 재미있게 읽고, 혼자 즐거워하곤 하지요. 그 재담꾼들이 어째 이리 조용한가요. 다 잠수병에 걸렸나요. 많이 들어 보지도 못 했을 구루지야라는 나라에 와 호텔에 박힌 지 2 주 째, 흑해안 바투미라는 항구도시에 잠깐 길 구경 갔다온 거 빼고는 수도 트빌리시 호텔방에서 거의 매일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벗삼아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루에 몇 번씩 게시판에 들어와 보지만 이 또한 썰렁하고, 호텔 밖 유럽풍의 거리에 우산을 쓰고 걷는 영화에서나 본 듯한 금발의 여인은 그림의 떡이고, 생각나는 게 서울의 박종훈이 노정민이 육두문자 그득한 걸진 목소리네요. 차가운 소주 한 잔과 함께 말입니다. 손대령의 구성진 목소리도 이제 가물가물 하구요. 저녁 때 가끔 이 나라의 소주격인 짜짜라는 보드카 한 잔 목구녕으로 넘겨보기도 하지만 앞에 앉은 얼굴이 종훈이 정민이가 아니라 별 감흥도 없네요. 

나이 오십줄에 접어드니 성깔이 많이 죽고 마음이 여유로와 지는 게 스스로 느껴집니다. 젊었을 때는 왜그렇게 항상 앙칼지고, 뾰족해서 남을 다치게 했던지. 특히나 가까운 와이프, 애들, 부모님들 마음 참 많이 상하게 했지요. 그리고 그런지도 몰랐구요. 부모님 생전에 마음 상하게 해 드린 건 죽을 때까지 회한으로 지고 갈 업보입니다. 지금 힘 빠지고, 성질 죽어서 가만히 되돌아보면 정말 쓸데없는 힘 많이 썼다는 생각입니다. 조금만 힘을 뺐으면 제 삶이 좀더 여유롭고, 풍요로울 수 있었을텐데 후회가 막심입니다. 

다 같이 늙어 가는 우리 동기분들 우리 모두 같이 마음의 힘을 좀 빼보시면 어떠실지? 멀리 트빌리시에서 썰렁한 게시판 몇 번이나 클릭하며 불현듯 든 생각입니다. 서울엔 꽤 여러 명 나온 모양이던데, 인플루엔자 조심하시구요, 여름에나 서울서 얼굴들 한번 보길 기대하겠습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