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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산은 참으로 묘한 구석이 있다.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법이 없다.
반만 년 역사를 거치며 산은 사람과 함께 웃었고 사람과 함께 울었다.
우리는 기도를 드리려 산으로 들어갔고, 죄를 지어도 산으로 도망쳤다.
풍류를 읊을 때도 산안에 있어야 했고, 도적질도 산 속에서 저질렀다.
우리 민족의 정기를 끊겠다고 외세는 애 먼 산줄기에 쇠말뚝을 박았고,
동란이 났을때 지리산 골짜기는 사람이 흘린 핏물을 내려보냈다.
우리네 산엔 사람의 역사가 있다.

 우리나라 땅은 지구에서 가장 늙은 축에 속한다.
사람이 엄두도 못 낼 만큼 험한 산이 없는 까닭이다.
그래서인지 이름난 산 대부분은 높은 산이 아니다. 깊은 산이다.
우리 조상은 산에 오른다고 쓰지 않았다. 산에 든다고 적었다.
이 '들 입(入)'자에 우리네 산의 역사와 철학이 들어 있다.

 우리나라 땅의 7할은 산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나머지 3할에 살았던 건 아니다.
우리는 산에 기대어 살았다. 산줄기 따라 길을 냈고,
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길 옆에서 농사를 지었다.
산에서 나는 물과 풀과 나무와 광물로 우리는 연명하고 육신을 보전했다.
산 앞에서 우리는 어미 젖 찾는 갓난아기였다.

 십 년쯤 전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 우리는 산을 찾았다.
지금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이젠 너무 많은 사람이 산 안에 있어 되레 산을 걱정하는 참이다.
하루가 다르게 행락지가 되어가는 오늘 산의 모습에서 자꾸 경박해지는 우리네 삶을 읽는다.

 백두대간에 들겠다고 결심한 건 우리네 삶을 더 들여다보고 싶어서다.
백두산에서 비롯해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1400km 줄기는 우리 강산의 근본이자 중추다.
그 백두대간 안에서 올 한 해 살아낼 생각이다.
여기엔 어떠한 허세도 없다. 산과 몸을 비비고 싶을 따름이다.
백두대간에 든다. 백두대간을 품는다. 아니, 그 무량한 품에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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