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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순천-여수찍고 서울로...
지난 월요일, 저녁 7시쯤....

느닷없이 상국이놈한테 전화-

"아 쓰불..니시키하고 우아한 대화를 나누려니 술이 고프다."

육두문자를 난발하고 나니 뱃속이 허전해 투덜거렸다.

"뭐 어려워, 시키야! 니네 집서 여기까지 얼마나 멀다고. 튀어와. 술은 내가 사줄께."

지놈도 걸죽하게 육두문자 내뱉고 나니 속이 허한갑다.

"야 경윤이 전화번호가..."

미친 눔!

그놈 전화번호 바뀐게 언젠데.... 답답한 마음에 내가 전화를 걸었다.

"야, 너도 오래."

"아, 발달린 짐승인데..."

8시가 대충 넘어서 독산동의 어느 고기집에서 세놈이 모여 앉았다.

이런저런 이야기 중에 순천 얘기가 나왔다.


순천 S국립대에 딸래미가 신입생으로 가 있다.

-요뇬의 지지배! 아버지 품에서 벗어나니 그리도 좋은갑따. 연락 한번 없는 뇬이다.-

"야,  이시키야. 그렇게 보고싶으면 네가 가보면 되잖아. 나도 내일 순천가야되는데..."

"그럴까? 그놈의 시키, 간지 얼마 안되서 애들하고 노느라 애비에미는 머리끝에도 없을텐데..."

"시키, 니가 보고싶어서 안달하면서 그럼 가지 마 시키야!"

"쓰불눔. 내가 언제 안간다고...."

"그럼 내일 9시까지 광명역에서 만나 가자. 경윤이 너도 나와."

상국이놈은 순천역사에 공사를 하는 게 있어 그것때문에 가는거고....

나는 순천 국립 S대에 들어간 딸뇬 보러가는 거고....

그럼...경윤이는......?

발 달린 짐승이니까.


...집에 오니 큰놈이 강릉에서 올라와 있다.

"야, 시커먼 네놈보다는 뽀샤시한 딸뇬 보러 난 내일 순천간다."

"그렇게 하세요."

큰놈도 역시 날 보러 온게 아니라 지 엄마가 해주는 따끈한 밥과 마음씀이 그리워 왔나보다.

새끼 키워봐야 말짱 황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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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24분 광명-순천을 예약했는데 지하철이 가장 정확할거라고 믿고 20분쯤 여유를 두고

집을 나섰는데 금천구청(영등포역)-광명 셔틀 전철이라는 것이 순 구라 뻥이었다.

금천구청에서 9시 5분과 45분에 있고 내가 금천구청에 도착한 것은 9시 6분쯤 되었나보다.

경윤이와 상국이는 분마다 전화질이다.

우쒸! 어쩌라구?! 차가 안 오는걸!!!!

"야 니들 먼저 가라. 난 알아서 할테니."

"야 시키야, 너때메 10시44분차로 바꿨어. 얼른 와."

ㅎㅎㅎ 찐드기같은 놈들.

지들끼리 가라니까... 못 가고들 GR이야.

8시 5분이후로 9시50분까지 담배를 못 피웠더니 입안에 혓바늘이 돋는다.

광명역사를 나가 마음놓고 담배를 피우는데 감기때문인가?

목이 칼칼해서 기침을 하면서 악착같이 피웠다.


광명에서 익산까지는 KTX로 잇간에서 순천까지는 새마을호로 총 4시간이 조금 넘게 걸린단다.

가는 길에 개나리에 가끔 진달래나 철쭉쯤으로 보이는 빨간 꽃들이 보이고

매화, 배꽃, 벚꽃, 목련 등등 이름이 아리까리한 하얗고 분홍빛 꽃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가는 도중 생각해보니..... 딸래미한테 간다는 말도 안하고 무작정 가는 중이었다.

[아버지가 간다. 시간 비워둬라.]

[오늘은 안되고 내일은 되는데요. 내일 오시면 안되요?]

"야, 딸래미가 날 거부하는데 이게 무슨 황당한 경우냐?"

만만한 상대가 호랭이라 뚱한 마음에 냉큼 호랭이에게 전화를 걸어 불평을 늘어놓았다.

"평소에 잘 하지. 왜 걔 생각은 안하고 당신 혼자 북치고 장구치면서 가는거야?"

"애비가 자식보겠다는데 딸뇬 스케쥴 확인하면서 가야 돼? 그뇬이 무슨 중대한 국가 일을 해?

기껏 지방에 유배간 주제에."

멀쩡한 집, 멀쩡한 부모, 멀정한 오빠 동생들 서울에 냅두고 애비곁 싫다고 지방으로 간 자식이

나쁜 자식이지, 그런 자식도 보고파서 불쑥 기차를 탄 내가 나쁜 애비여?


"유배갔다 부모 보고싶어 온 큰놈 냅두고 술김에 딸 찾아 내려간다는 네가 당연히 나쁜 애비지.

가서 만나고 오든 말든 마음대로 해. 끊어. 앞으로 이딴 일로 전화하면 중.는.다."

아, 쓰발!

애비의, 서방의 권위는 땅바닥에 떨어지다 못해 불도져로 땅을 파고 깊숙하게 묻혔구나.

"얘, 아버진데...내가 3시 조금 넘어서 순천에 도착할거야. 잠간이라도 얼굴 볼 수 없겠니?"

.....한껏 꼬랑지를 내리고 전화를 걸어 알현 신청을 했다.

장장 4시간을 넘게 전날 마신 술이 깨기도 전에 산넘고 물건너셔셔 왔는데........

사진 서너장 찍고 5분 데이트를 하고 돌아섰다.




순천-

시골 동네다.

내 표현의 전달력이 어떻게 상대에게 받아들여질지는 몰라도 시골동네다.

신호등없는 건널목에 건너면서 손을 슬쩍 들면 다가오던 차가 멈춰서고

서울처럼 활력이 넘치지는 않아도 상대를 배려하는 여유는 있어보이는 곳이다.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다 일을 보고 나온 상국이와 합류해 어디로 갈까를 망설이다

여기까지 왔는데 여수도 보자고 의견이 일치되어 시외버스로 40분쯤 가는 여수로 갔다.

여수 버스 터미날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물었다.

"초행길인데 술 먹기 좋은 곳으로 데려다 달라.".....고.

돌산대교?

거기 어디쯤 횟집이 많은 곳으로 데리고 가더니 "꼭! 이집에서 드시라." 한다.

이쁘장한 아줌씨가 대뜸 내게 오라버니..하면서 (나뿐만 아니지만.. -.-)

물수건을 주면서 눈물 닦으란다.(바닷바람에 모래가 들어갔나, 젠장!)

안주가 싱싱하니 술이 술술 들어간다.


눈웃음 살살치며 오라버니 넷을 깜빡 죽게 만들던 이쁜 아줌씨는 퇴근한다고 훌쩍 가고

10시쯤되니 문 닫아야 한다고 슬슬 접시를 뺀다.



....눈을 뜨니 나는 침대위에 경윤이는 방바닥에 이불을 끌어안고 있는 중이다.

뭐...여수역전에 갔다가 잠잘 곳이 마땅치않아 봉산동인가 어딘가로 다시 움직였다가

포장마차가 줄지어 있는 곳에서 꼴뚜기를 안주삼아 한잔 더 한다고 어쩌고 했던 기억도 나긴한다.


콩나물 해장국으로 해장을 하고 여수역으로 나가보니 순천보다 더 작아보인다.

"야, 나 영등포역까지 끊어주라. 그냥 go하다가 내리는게 편하다."

익산에 들러 다시 KTX로 갈아타고 광명으로 가자는 상국이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 5월에 개교기념일때 올라갈께요.]

언제 왔는지 휴대전화를 열어보니 딸래미 문자가 와 있다.

"야, 이제 막 신학기 시작해서 그놈 눈에 부모가 보이겠냐? 5월쯤이면 나도 여기 자주 왔다갔다하니까

너 같이 내려와서 딸래미 보고 가."

괜히 여기저기 사진만 죽자고 찍어대는 꼴이 보기싫은 듯 상국이 놈이 옆에 온다.

글쎄?

그때가 되면 다시 집생각, 부모 생각이 날까?

이미 품에서 떠난 놈인데......

여수에서 출발한 기차는 순천을 지나 영등포로 묵묵히 달린다.

광명, 순천, 여수를 찍고 서울로 1박~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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