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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호의 眞面目... (정철)
고등학교 시절 국사를 배우면서 조선시대 대표적 실학자로서 '이익'과 그의 대표작 '성호사설'에 대해 그저 간략히 배운 적이 있다. 그런데 성호 이익은 그저 18세기 전반 영조대의 뛰어난 실학자라는 명성에만 가려져 그가 사실은 1,100여 수에 이르는 많은 시를 남겼으며 또한 '도솔가'를 비롯 110수를 담은 '해동악부'의 저자이기도한 뛰어난 시인이라는 사실이 종종 간과된다.  그래서 여기 그의 詩 일부를 소개하며 같이 감상해 보자.


먼저 '기다림[候人三首]'이라는 詩다.

기약이 없었다면 기다리지 않겠지만
만날 기약하고 보니 기다리기 어렵구나.
그대 마음 또한 설레리니
기다리는 사이에 해가 저무네.

오래 기다리니 다시 짜증 나고
시간이 지나가니 문득 화가 나네
어디쯤 왔을까 점쳐 보니
길에 있는 사람도 내 마음과 같으리.

산 아래엔 가을 풀 덮여 있고
산마루엔 조각구름 떠다니네.
석양 저 너머 길 가는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그대인 듯.....

오호! 성호의 애틋하고 오롯한 마음이 물씬 묻어나오지 않는가?


다음으로 '솔개와 황새의 둥지 다툼'이라는 詩다.

낡은 황새 둥지 솔개가 차지하였는데
황새 와서 제 집 찾으니 솔개 도리어 미워하네.
황새 힘들여 처음 집을 지었지만
솔개 또한 집을 지켜 왔네.
솔개는 가벼이 날아 후려치기 잘하고
황새는 날카로운 부리로 쪼기를 잘하네.
아! 둘 중에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하늘 향해 한번 웃을 뿐 내 어찌 알랴!

당시 만연하던 당쟁을 은밀하고 멋지게 풍자하지 않는가?
 

성호는 83세까지 장수했는데 33세에 외아들 '맹휴'를 가져 종종 그를 자랑하는 기록을 남기기도 한 바, 맹휴는≪예론설경 禮論說經≫·≪춘관지 春官志≫·≪접왜고 接倭考≫ 등을 남기기도 했지만 그의 나이 39세에 요절하여 성호의 노년은 허전할 수 밖에 없었다.  다음의 詩를 보자.

근심은 푸른 바다처럼 깊어
아득한 나락으로 떨어지는 내 영혼.
어느 때 이 고통 다할까
올해는 밤조차 유난히 길구나.
시렁 위 책에는 먼지만 쌓였는데
술잔을 가까이하여 창자를 적신다.
바라건대 날랜 말을 타고서
한낮에 평평한 언덕을 달려 보았으면.

아들의 요절을 목도한 성호가 71세 되던 1751년에 지은 ‘근심[愁二首]’이라는 시다.
한편, 그가 지적한 노인의 열 가지 슬픔이란 내용도 살펴보자.

‘노인의 열 가지 좌절이란 대낮에는 꾸벅꾸벅 졸음이 오고 밤에는 잠이 오지 않으며, 곡할 때에는 눈물이 없고 웃을 때에는 눈물이 흐르며, 30년 전 일은 모두 기억되어도 눈앞의 일은 문득 잊어버리며, 고기를 먹으면 배 속에 들어가는 것은 없이 모두 이 사이에 끼며, 흰 얼굴은 도리어 검어지고 검은 머리는 도리어 희어지는 것이다......중략...’

원래 나이가 들면 성호가 지적한 내용들이 공감이 가지만 아마도 외아들을 잃어버린 슬픔과 공백이 은연중 어느 정도  작용했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서도 그는 끊임없이 학문에 전념, 성호사설 이외에도 ≪곽우록 藿憂錄≫·≪성호선생문집≫·≪이선생예설 李先生禮說≫·≪사칠신편 四七新編≫·≪상위전후록 喪威前後錄≫과 ≪사서삼경≫·≪근사록≫·≪심경≫ ≪이자수어≫ 등을 남겨 후대 학도들에게 칭송받는 인물로 남게되니 한 시대를 주름잡는 인물은 뭐가 달라도 크게 다른 것 같다.

그건 그렇고 오늘은 신입직원 환영식이 있는데 2차까지는 기본일 것 같으나 대체 어떤 쟝르의 노래를 불러야 존경과 공감받는 어른이 될 수 있을지 벌써부터 정말 고민된다.  빨리 정하고 건물 옥상에 올라가서 조금 연습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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