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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박제된 천재 ! (정철)
🧑 정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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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1-27 16: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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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3
얼마 전 아이와 함께 말레이시아로 가서 2년간 살다 서울로 돌아온 아는 엄마가 찾아왔다. 나도 자식들과 함께 외국생활을 하다 들어온 경험이 있는지라 관심을 갖고 하소연을 들어본 바, 얘긴즉슨 다시 말레이시아로 돌아가겠다는 것이었다. 기러기 가족생활을 청산하고 가족이 재회한지 1년도 채 안되어 돌아가는 이유가 자못 궁금하여 물었더니 역시 아이의 교육문제였다. 나는 내심 2년간의 공백으로 국내 아이들과 경쟁에서 떨어져 그런가 하는 의심을 했는데 엄마의 얘기는 그게 아니었다.
즉, 국내 교육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그 한 예로 중학교에 올라간 자기 아이의 체육 시험문제를 말해주었다.
문) 다음 중 뜀틀을 넘는 자세 중 옳은 것은 ?
① 두발을 엇갈려 넘는다.
② 팔을 가급적 뜀틀에 가깝게 잡는다.
③.....
단적인 예이지만 운동장에 나가서 한번만 해보면 간단하게 끝날 것을 굳이 시험문제로 만들어 평가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긴 나 역시 예전에 베트남에서 지내다 들어온 우리 초등학교 5학년인 딸아이의 중간고사 시험문제를 보고 혼란에 빠진 적이 있었다. 우연히 아이의 사회과목의 시험지를 보다 틀린 게 있어 문제를 읽어보니 이랬다.
문) 기상예보에 따르면 올해는 추위가 빨리 온다고 한다. 이 기상예보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사람은 누구인가 ?
① 어부
② 농부
③.....
이 문제에서 아이는 정답을 ‘어부’로 골랐는데 틀렸다고 돼있었다. ‘아니 이게 왜 틀리느냐’며 흥분해서 살펴보니 ④번에 '난방업자'라는 답이 있었던 것이다.
순간 아이의 경솔함을 탓해야 할지, 문제가 치사하다는 것을 탓해야 할지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물론 상대적으로 보아 난방업자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추위가 일찍 오면 어부나 농부 역시 작업량이 줄거나 채소 값이 오를 수도 있으며 개인에 따라서는 그 영향이 난방업자가 받는 것보다 훨씬 클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리고 이런 식의 문제로 5학년 아이들이 얻을 수 있는 교육적 가치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나름대로 상대적 비교감각과 균형감각을 가르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면 할 말 없지만 내가 어이없어 하는 것은 개인적 가치와 판단이 필요한 문제임에도 주관을 고려할 여지를 애초부터 박탈하는 평가방식이다. 즉, 심하게 얘기하면 네 주관을 버리고 눈치껏 상대적으로 판단하라는 것이다.
아무튼 그 엄마는 ‘한국은 중학교에 올라가면 대개가 예, 체능 과목까지 학원수업을 하고 밤 12시가 돼야 집으로 돌아온다’면서 나보고 항공권 예약 및 발권을 해달라며 며칠 전 다시 말레이시아로 떠나버렸다.
수년 전 대입에 논술비중이 높아진다고 하니 예외 없이 논술 열풍이 불어 아니나 다를까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이면 항상 학원마다 논술과외를 한다는 협박성 광고전단이 봇물처럼 쏟아졌고 그 협박이 오죽했으면 우스개 소린지는 몰라도 3살짜리 아이가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으며 논술준비를 하고 있다지 않았던가.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1930년대 요절한 작가 이상의 ‘날개’에서 나오는 첫 대목이 떠오른다. 박제가 되어버린 사회에서 박제가 된 기성세대들이 대를 이어 우리 아이들을 박제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것도 엄청난 시간과 돈까지 들여가며.
그래서 얼마 안 있으면 이런 시험문제가 나올 것 같다.
문) 다음 중 가장 행복한 가정은 누구일까 ?
① 40평 아파트에 사는 가정
② 30평 아파트에 사는 가정
③ 20평 아파트에 사는 가정
④ 임대주택에 사는 가정
아니 이미 알만한 애들은 다 알고 있는데 굳이 종이 아깝게 문제까지 낼 이유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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