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회 게시판이 과거와 달리 다양해짐을 축하합니다.
갈수록 활성화되기를 바라며 내 사이트에서 또 한 개의 글을 가져옵니다.
이제 연주계의 휴가인 방학도 끝나가고 더위도 막바지로 들어가니 올 후반기의 할 일이 슬슬 밀려오네요...
그동안 오랜만에 친구들과의 해후도 즐거웠고...
칠레의 세현이 일시 귀국으로 수현, 선원과의 번개 미팅과 무범이의 귀국으로 비롯된 연수, 양희, 리오, 상진, 세용, 학주, 승환이와의 만남도 그렇고, 게시판에서의 동기들과의 만남도 그렇고...
동기들 하는 일들에 만사형통하기 바랍니다.
"어플루엔자 증후군"
북한과 아프리카 등 일부 예외 국가들도 있지만 현대인들은 대부분 풍요가 오히려 병이 되어버린, 모든 것이 차고 넘쳐나는 ‘자원 과잉’시대에 살고 있다.
의식주가 너무 넉넉해 비만이 사회문제가 되고, 과소비가 미덕이며, 노후와 여가를 어떻게 즐길 것인지가 새로운 고민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행복하지 못하고 저마다 불행을 호소할까. 의식주만 해결되면 모두 행복할 것 같았는데 왜 아닐까.
임상소아심리학자 출신 영국 작가인 올리버 제임스는 이런 현상을 ‘어플루엔자(Afluenza·부자병)’로 명명한다.
어플루엔자는 1970년대 초반 휘트만이 처음 쓰기 시작한 단어로, ‘풍요’라는 의미의 어플루엔스(Affluence)와 ‘유행성 감기(질병)’를 뜻하는 인플루엔자(Influenza)가 결합한 조어다.
저자는 풍요해질수록 더 많은 것을 바라며 소비지상주의와 능력지상주의라는 환상에 빠진 현대인들이 ‘어플루엔자’, 즉 ‘부자병’이라는 전염병에 걸렸다고 진단한다.
에이즈 바이러스인 HIV가 아프리카에서 유래했고, 요즘 한창 기승을 부리는 신종인플루엔자의 고향이 중남미 멕시코라면, 사람을 풍요 속에서도 정서적으로 고통을 유발시키는 어플루엔자의 기원은 어디일까.
저자는 주저없이 미국 뉴욕, 그중에서도 월스트리트라고 단언한다. ‘이기적 자본주의’가 어플루엔자 바이러스를 퍼뜨린 원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기적 자본주의란 사업의 성공을 오로지 주가로 판단하고, 공공서비스의 민영화와 부자에 대한 과세 제한을 지지하며, 소비와 시장의 힘이 인간의 욕망을 채워 준다고 믿는 것을 말한다.
어플루엔자가 질병이라면 증상은 뭘까. 저자는 이 병에 ‘안전하다는 느낌’, ‘소속됐다는 느낌’, ‘유능하다는 느낌’, 그리고 ‘자율적이라는 느낌’ 등 인간의 기본적인 네 가지 욕구를 방해하는 증세가 있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환자는 무력감과 스트레스, 욕구 불만, 만성 울혈, 우울증에 시달리게 된다. 저자가 심리적 질환에 가까운 부자병을 굳이 바이러스에 빗댄 것은 이 질환이 사회집단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같은 집단 내 사람들에게 서로 전염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바이러스가 만연한 사회에서 자라지 않았다면 감염될 가능성이 낮다”며 광고와 텔레비전 등 미디어가 인위적으로 조성한 소비만능주의 때문에 많은 미국인이 이 병에 시달린다고 꼬집고, 세계 다른 지역이 미국화 할수록 부자병에 걸리는 사람도 늘어난다고 주장한다.
다음은 저자가 20여 개국을 3년 동안 답사하며 수집한 전형적인 어플루엔자 증세 중 하나다.
“1995년까지만 해도 피지에는 텔레비전이 없었고, 육체적으로 풍만한 여성이 문화적으로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텔레비전이 들어오고 3년 만에 피지 여성의 11%가 마른 체형의 여성들에 대한 스트레스로, 폭식증과 폭식 후의 죄책감으로 인해 구토를 유도하는 신경성장애를 앓게 되었다. 가정에 텔레비전이 있는 소녀들의 경우 그 위험이 세 배 정도 더 높게 나타났다.”(피지에서 실시한 연구)
그러면 처방전은 없을까. 있다. 저자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백신’이라고 명명한 처방전은 거대한 담론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안들이다. 저자는 우선 가치관과 생활태도의 작은 변화만으로도 우리가 겪고 있는 바이러스로 인한 정서적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본다. 그것은 개개인의 정서적 고통을 유발하는 근본 원인이 개인에 있는 게 아니라는 데 기초한다. 즉 자신의 잘못 때문이 아님을 깨닫고 그것을 인정하면, 자신의 내면에 형성된 불행한 세상은 스스로의 인식변화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한 통상 자본주의 사회에서 좋은 덕목으로 지칭되는 ‘성실성·활동성·장난기(위트)’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고 조언한다. 이것들은 바이러스가 만들어낸 환상들이기 때문이다. 성실성은 인간을 자본주의에 자동으로 봉사하게 하고, 활동성은 자신의 주관이 배제되어 똑같은 가치관을 지닌 태도를 다량으로 생산하게 하며, 장난기는 주변상황을 진지하게 돌아보지 않고 그 순간을 유쾌하고 부드럽게 넘기도록 만든다는 것. 그는 우리에게 이 ‘성실성·활동성·장난기’라는 덫에서 나와 스스로의 진짜 모습과 대면하고 행동하도록 하는 ‘진정성’, 나의 삶에 활기와 흥분을 일으키고 거기에 매료될 수 있는 내면의 ‘생동감’, 현실에서 나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내 삶을 전혀 다른 것으로 바꿀 수 있는 ‘놀이성’이라는 본래 가치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저자가 본 세 가지 함정의 현상은 TV등 미디어의 가장 중요한 목표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어 누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는가에 관심을 줄일 것과 개인으로서나 집단으로서 삶에 ‘더 큰 것, 더 풍요로운 것’보다 ‘더 중요하고 더 소중한 것’이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저자의 통찰은 우리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이상들인 민주주의·능력주의·평등·여성해방 등이 이기적 자본주의에 의해 강탈당하고 왜곡되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더불어 저자는 사람을 정말 중요한 것과 다시 연결하는 법, 즉 사람 안에 이미 가지고 있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힘을 일깨워 준다.
결국 저자의 처방전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남의 삶을 살지 말고 자기 삶을 살자”는 것이다. 저자는 나아가 사회 전체에 대한 처방까지 내린다. 그것은 ‘이기적 자본주의’가 아닌 ‘이타적 자본주의’를 살아보자는 제안이다. 언뜻 보면 황당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상위직의 보수를 평균 임금의 다섯 배 이내로 통제하자는 등 저자의 안목은 웰빙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사회 전체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자는 데로 나아간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저자의 출발선에 대한 인식의 근저는 다소 차이가 있는 듯하다.
자신의 내면의 내재된 무의식적 욕구가 주위 환경과 결합했을 때의 결과인데, 이를 따로 떼어놓으면 도리어 자신의 근본적인 문제점 투사를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자신의 삶을 살자는 취지 자체도 타의나 환경에 의해 조종된다는 논리의 모순이 발생되기 때문이다. 즉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면 어플루엔자의 전염성 이론도 배제되어야 하니, 기초 이론부터 난조에 빠지는 것이다.
해결점이 사회나 타인에게 있다는 가설은 결국 자신의 삶을 살자는 취지와는 정반대의 개념이 되는 것이다.
저자는 이로써 사회에 대해 또 하나의 타의에 의한 조종법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저자의 주장했던 핵심이 뒤로 갈수록 이탈하고 있음을 나타내며, 전문가 두뇌 집단에서 종종 발견되는 불치병적 요소인데, 심층분석에 치우치다 보니 자신의 취지에 역행하는 결말을 맺는 경우이다.
어플루엔자병의 전염과 치유가 타인에 의해 해결된 예는 세상 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으며,(인위적이며 강압적인 사회에서도 결국 실패로 끝났다.) 결국 모든 병의 치유는 자신의 내면에서 이루어져야 근본적 치료방법이 되기 때문이다.
자율을 주장하는 해법이 타율로 결론 맺은 경우이지만 현대인들의 심리 심층 분석과 해결책 연구는 매우 높이 살 만하다.
타인의 자율까지 침범하여 해결책을 제시하면, 그 연구로 이미 자신의 영역이 높아지고 넓어졌다는 착각 속에서 타인의 영역을 간섭하고 싶었던 건 아닐지...
저자의 자율이 이미 사회나 타의에 의해 훼손되었다는 증거인데, 그 병 이름은 사고의 어플루엔자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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