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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부곡.. (이해일)


아버지 생전에 주말이 되면 주말마다 아버님 댁에 가서
저녁을 먹는 것이 통례로 되어 있다.

며느리가 음식을 장만하기도 하고
간혹 맛있다고 소문난 집의 음식을 큰 냄비에 받아와 대령하기도 한다.

한번은 마포의 유명한 해물탕집에 가서 온갖 해물이 들어간 탕을 한가득 사서
의기양양하게 아버님 댁으로 갔다.
식도락에 정평이 있으신 아버지의 평가가 사뭇 궁금해진다.

한 국물 떠서 드시던 아버지에게서 거침없는 혹평이 나온다.
.. 에이, 맛이 없어..
옆에 있던 동생이,
.. 아버지, 그러시면 모처럼 사온 형이 무안하잖아요.
.. 맛있다고 그러면 계속 사올 거 아냐?
언론에서 식도락가들이 극찬한 깨운한 국물 맛이 일품인데 아버지의 평이 무색하다.

그러나,
갓 결혼하여 서툰 솜씨로 장만해 오는 며느리의 음식을 언제나 달게 드신다.
김치가 맛있으면 잘 담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시고
맛이 이상하면 이상하다고 지적하시면서도 맛있게 드신다.

아버지의 깊은 뜻을 헤아린 것은 돌아가시고 나서였다.
세 며느리가 음식 솜씨가 좋아서
집에서 먹는 모든 음식이 내 입에 잘 맞는다.

부부싸움을 하더라도 남편 밥은 먹여가면서 해라.. 고 하셨던 아버지의 말씀과 함께
며느리들이 손수 음식을 장만하도록 유도하신 뜻을
이제 딸년 시집보내면서 묵은 필름처럼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신문에 보니 장년 상처(喪妻)만큼 서운한 일이 없단다.
부인을 잃으면 누가 따뜻한 밥을 해줄 것인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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