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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밤새 안녕! (최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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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윗 세대의 어른들로부터 내려오는 말에 "밤새 안녕" 이라는 말이 있다.
노년에 이르면 숨 쉬는 것도 밥 먹는 것도 힘들어 어느 때 죽음이 임할 지 모른다며 하시던 말씀이다.
20세기 여러 전쟁과 난리의 광풍 속에 목숨 지탱하기도 어렵던 시절을 수없이 겪으셨던 어른들이셨다.

일제 때에는 괴나리 봇짐 하나 지고 고향을 떠나야 했던 시절도,
일본 순사, 헌병들의 험악한 감시를 당해야 했고,
육이오 동란 때에는 정든 고향 가족, 친척 다 헤어져 아무 기약 없이 정처없는 발걸음도 옮겨야 했고,
한 끼 식사를 걱정해야 하는 비참함도 넘치도록 겪어야 했고,
지금도 실향민은 가족 친척들 생사도 모른 채 가슴 속 깊은 한을 새겨야 한다.

어릴 적 초등학교 동창네 집에 놀러가면 그 친구 할머니가 욕조에 언제나 물을 채워놓는다고 했다.
항상 쌀독을 챙겼다고 하고,
돌아가실 때까지 그런 비상시를 대비하셨단다.
한번은 내 친구가 석유난로에 석유를 붓다가 큰 화재가 날 뻔한 일이 있었는데 그 할머니 침착하게 비상 담요를 욕조에 넣었다 빼시더니 불을 덮어 끄더라 했다.
내 친구 그제서야 할머니의 앞을 준비하시는 지혜에 놀랐다고 하며 지금도 그 얘기를 한다.

아프가니스탄에 봉사하러 간 젊은이들, 유서를 쓰고 갔다고는 하지만 정작 죽음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인질사태가 현실로 나타났을 때 그 충격이 어땠을까?
가기 전에 환하게 웃으며 찍은 사진을 보며, 잠시 후면 닥칠 그들의 운명은 꿈에도 상상치 못했으리라...
미국에서는 우리의 성수대교  사건 같은 다리 붕괴 사고로 사망자가 다수 나왔다.
매년 오는  장마철 태풍 피해나 휴가철 교통사고, 익사사고 등 생각지 못한 불의의 사고는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있다.

온 세상이 자기 것인 것 마냥 휘두르는 못난 지혜 가진 인간들도,
자기네 도와주러 간 자원봉사자들 인질로 삼고 협박해대는 탈레반도,
무너진 다리 위를 사랑하는 가족들과 저녁식사하러 바삐 가던 아빠도,
지구상의 불행을 당하는 많은 사람들과 자기와는 추호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겠지?

하나는 먼 아프가니스탄의 일이고,
또 하나도 먼 미국의 일이지만.
물놀이하다 휩쓸려가는 사람들은 바로 자기가 택하고 즐기던 그 곳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한다.
유서를 쓰고 떠났던 젊은이들이 그래도 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고?
겸손하게 후회 없는 삶을 가져야겠다.
밤새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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