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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답변]미안@참석 못해서 (백운학)
🧑 정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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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1-09 20: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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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5

두 권의 책 때문이었다. 겨울 바닷바람이 칼바람일 줄 알면서도 굳이 동해로 길을 떠난 것은, 정확히 말하면 책에서 본 두 개의 문장 때문이었다. <새벽을 여는 사람들>이라는 책에서 한 신문배달부가 ‘새벽이 있기에 행복을 느껴요’라 했다. <포구기행>에서 곽재구는 ‘쓰디쓴 외로움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따라 한 인간의 삶의 깊이가 결정된다’ 했다. 매달 마감을 마치면서 새벽 공기를 마시며 사무실을 나선 것이 그리 적지 않건만, 행복하다고까지 느낀 적은 많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독하게 외로웠던 적 없지 않았지만 그 씁쓸함으로 내 인생의 깊이가 더해졌다는 생각도 해본 적 없다. 새벽을 행복하게, 그게 아니라면 최소한 활기차게 맞는 사람들을 보고 싶었나 보다. 그래서 떠오른 것은 새벽 내내 잡은 물고기를 사고 파는 이들로 분주한 어느 포구의 새벽 풍경. 또 한편으로는 정신 없이 분주한 그네들 사이를 이방인처럼 떠돌아다니며 외로움도 즐겨 볼 요량이었다.
강원도 양양군의 작은 항구 남애. 사진기자와 함께 휴대전화 알람 소리에 잠을 깼다. 어젯밤 서울을 출발해 2시가 조금 넘어 이곳에 도착했다. 약속은 2시 반, 시간이 남아 알람을 맞춰 놓고 곧바로 잠에 빠져들었다. 잠을 깨 정신을 차리고 약속한 남애리 이종남 어촌계장과 통화를 하니 입출항 신고소에 있다 한다. 신고는 속초해양경찰서 남애출장소에서 한다. 출장소에 들어가니 배를 타러 나가는 이들로 좁은 사무실 안이 북적인다. 신고도 신고려니와 차디찬 바람을 피해 따스한 난로를 쬐기 위함이다.인사를 나누고 신분을 확인해 출항 신고를 마치고 출항을 기다린다. 오는 길에 멀미약을 먹으려 했지만 잠에 취해 멀미약 먹는 것도 잊어버렸다. 전날 늦게까지 마신 술기운이 채 다 빠져나가기도 전에 배를 타게 되었으니 걱정이 태산이다. 쓰린 속과 함께 무거워진 눈꺼풀도 걱정이다. 칼바람이 불고 있으니 잠은 잘래야 잘 수가 없겠지만 말이다.
"도루메기요.""예?"
"도루메기 잡으러 간다고요, 도루메기" 대화는 이런 식이다. 신고를 마치고 출장소에서 나오는 길에 이종남 씨는 갑자기 툭 던지듯 말을 건넸다. 도루묵을 잡으러 간다는 이야기다. 일이 힘들어지면 말은 짧아지게 마련, 말을 한마디라도 아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길게 말해 봐야 바닷바람이 잘라먹으니 헛일이다.
도루묵은 서민들과 친한 물고기다. ‘도루묵은 겨드랑이에 넣었다 빼도 먹을 수 있다’는 속담처럼 별 요리과정 없이도 급한 대로 약간의 불기운만 가해 금방 먹을 수 있다 한다. 또한 동해안에서는 ‘여름에 명태나 도루묵이 풍어를 이루면 농사는 흉년’이라 하는데, 이는 명태나 도루묵이 차가운 바닷물에서 살기 때문에 한류가 흐르면 농작물도 냉해를 입는 까닭이다.
도루묵에 대한 이야기는 재미있지만 도루묵을 잡으러 새벽 포구를 떠나는 일은 고되다. 이제 포구에 매인 굵은 밧줄을 풀고 뱃고동 울리며 새벽바다로 떠난다.
동그란 포구의 대문 역할을 하는 두 개의 등대 사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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