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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주회를 갖다... (최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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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아침.
첫날 12일 교환교수로 와 있는 선배의 곡을 받아들고 전교수(음악계 선배)가 은근히 걱정하는 빛을 띄고 있는 걸 눈치챘지만 다음날 아침 같이 연습해 본 후에 오케이 사인을 받고는 가벼운 기분이 되어 나와 성현이는 라구나 비치로 향한다.

성현이 둘째 딸이 첼로를 하고 있어서 서울서 오기 전 후배한테 악기 빌리려 하던 건 취소했다.
이번 연주가 현대음악이라 굳이 내 악기를 가지고 올 필요가 없었던 건 매우 다행한 일이지...
성현네는 딸만 셋인데 둘째와 세째는 쌍둥이 자매다.
나성 교외의 부촌인 치노힐스 란 곳에 사는데 우리 식으로 하면 서울 근교의 전원주택 단지 내의 한 집이라고 할 수 있다.
멀리서 소가 거니는 목장이 보이고 아주 평화로운 저택들이 띄엄띄엄 초원 위에 흩어져 있다.

야자수 향이 물씬 풍기는 아침을 맞으며 나와 성현이, 성현이 처는 라구나 비치로 향했다.
내가 바다를 좋아하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성현이가 바다를 택했고 나는 무조건 오케이...
요트가 그림같이 정박해 있는 선착장을 둘러보고 한동안 거닐며 툭 트인 태평양과 벗한다.
해안을 따라 내려가다 보니 마침 결혼식이 있어 바이올린과 첼로가 야외에서 연주하는데,
옛날 학창시절이 떠올라 감회가 새로웠다.

오후에 호프 유니버시티 오디토리움에 리허설 차 5시 쯤 들렀는데 내가 처음이라 리허설 시간이 충분했다.
멋진 사기?극을 연출하니 매우 좋단다.
현대음악 연주란 매우 고상하고 연주하기도 편하다. 내 맘대로 하니까... 후후후...

이윽고 연주회 시간이 되자 나성의 오디언스들이 입장하기 시작했다.
근 300여명의 관람객들이 성황을 이루고 성현이네는 식구와 그 친구 식구까지 참석했다.
분명 알지 못할 곡들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좋다고 와서 인사하는 사람들도 있다.
악수도 하고 감사한 인사도 건네지만 속으로는 재밌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미안...

어쨌든 나성의 음악계 선후배들도 오고 작곡가의 작품에 대해 전문적인 견해도 토로하는 심각한
자리도 가지며 음악회를 성공적으로 끝냈다.
나성에서는 이러한 현대음악 발표회가 드문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보다 많은 관심과 관람객들이 모이는 것을 보며 남다른 감회를 가질 수 있었다.
나성의 유수 미국판 일간지에 보도가 되고 곳곳에 포스터가 붙어 있는 것을 보며 앞으로도 많은 연주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연주회 평과 기사를 서울에 가서 보내주겠다고 약속하고 자리를 떴다.

연주회 뒤풀이는 다소 엉뚱하게 시작되었다.
중국집에 들어가 요리를 시켜 먹는데 연주회에 늦었던 후배 첼리스트가 뒤풀이 장소까지 온 것이다.
이 후배는 UCLA 석사 출신인데 이번 연주회에 첼로를 빌려주기로 약속했던 후배이다.
이후 성현네 집에서 온갖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토론과 쌈박질을 벌이다가 새벽 4시에야,
겨우 결론을 맺고 각자 집으로 향했는데 덕분에 다음날 성현네 식구는 물론 나도 차에 앉아서
선글래스로 무장하고 가면을 취해야 했다.

이 날의 스토리는 먼 훗날 서로 늙어 백발이 성성할 때 밝히련다. 나는 백발이 아닐테지만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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