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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중년 남성의 인생역전 하기 (제록스)
🧑 정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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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1-07 21:3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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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8
[문화비전] 중년 남성의 인생역전 하기 ........ 김종휘
대기업 상무로 '성공 인생’을 달려온 한 사내가 최근 갈림길에 섰다. 이대로 한 계단 더 올라서자면 사생활을 포기하고 회사와 혼연 일체가 되어야 한다. 반면 머리칼이 희어진 자신의 나이와 변변한 여행 한번 같이 못 다녀온 아내와 딸을 떠올리면 가족과 함께 할 시간도 넉넉하지 않다. 고심 끝에 그는 퇴직을 결심한다. 그날 가족은 모처럼 식탁에 둘러앉는다.
그는 짐짓 경쾌한 목소리로 말한다. “앞으론 같이 보낼 시간이 많을 것 같네.” 순간 아내와 두 딸은 굳은 표정이 되어 그를 빤히 쳐다본다. 위로하고 반겨주리라 기대했던 그는 얼굴이 화끈거린다. 돌려 말하는 법이 없는 둘째 아이가 입을 연다. “난 집에 있는 아빠보단 회사 다니는 아빠가 더 좋아요.” 그는 그날로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웠다.
내가 아는 실화다. 40대 중반인 그는 사회적 지위가 있는 중년 남성이 갑작스레 자살하는 이유가 비로소 이해된다는 섬뜩한 말도 했다. 그의 추론에 따르면 자살하는 중년 가장들의 유서는 형식일 뿐 아내와 자식은 그 진짜 사정을 모를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런 일이 생긴 뒤 회사를 그냥 우울하게 다니고 있다는 그는 종종 “이민 갈까?” 하는 말을 불쑥 꺼냈다가 가족에게 ‘왕따’를 당한다며 술자리에서 줄담배를 피워댔다.
이 사연은 30~50대의 중년 남성이라면 그럭저럭 공감할 만한 이야기다. 그들 세대라면 남편, 아버지, 직장인 등의 자리를 통해 확인해왔던 자아 존재감이 한순간 깨끗이 지워지는 기분을 이미 맛보았을 터이기 때문이다. 고로 시인은 이렇게 노래할 것이다. 나쁜 아버지는 좋은 직장인이고 유능한 사회인은 무능한 남편이 되는 이 사회에서 어느 날 자신이 아무 것도 아니었음을 발견하는 자여! 그대 이름은 한국의 중년 남성이로다!
이 허허로운 자화상을 마주하기 싫어서 그들이 택하게 되는 최악의 도피 시나리오 세 가지가 있다. 일에 더 파묻히기, 습관적으로 술 마시기, 포르노적 섹스에 집착하기. 알다시피 이들 중독은 더 큰 허탈감과 더 센 자극을 부르고 결국 우울증에 이른다. 문제는 한국의 중년 남성들이 이런 문제를 털어놓고 말하지 못한 채 꽁꽁 숨기고 산다는 점이다. 그 한 뼘 너머에 돌연사와 자살의 벼랑이 있고 외도와 도박의 늪이 있는데도 말이다.
방법은 있다. 직급과 보수라는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내가 즐길 수 있는 내면의 욕구에 따라 일을 선택하는 것이다. 동네에 작은 원두 커피점을 차린 50대, 소박한 농부가 되어 주말 부부로 사는 30대, 당분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여행을 다니는 40대 등. 비록 아직은 소수지만 허상과 비극의 막다른 골목이 뻔한 그 길에서 벗어나 자기 발길 닿는 대로 길을 새로 내는 중년의 사내들이 늘어나고 있다.
다른 방법도 있다. 혈연과 학연을 벗어나 자신의 취향을 찾아보고 동호회 활동을 하는 것이다. 등산이나 낚시광이 되어도 좋고 영화나 오디오 마니아가 되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또는 가족과 함께 생태주의와 더불어 살기를 실천하는 각종 살림운동에 참여하는 것, 자녀 교육을 걱정하며 형성되는 여러 형태의 모임에 참석하는 것도 좋다.
아차, 한 가지 전제가 빠졌다. 앞서 말했듯 한국의 중년 남성은 자기의 진짜 문제를 쉽사리 털어놓지 않는다. 그러니 현명한 아내가 은근슬쩍 물어봐야 한다. “당신 직장생활 정말 즐거운 거예요?” 자녀도 가끔 대화를 요청해야 한다. “아빠는 어떨 때 가장 행복해요?” 지금 당신의 남편과 아버지는 잊고 살았던 눈물과 분노와 미소를 섬세하게 되살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중년 남성의 ‘인생 역전’에는 가족의 도움이 절실하다.
(김종휘 / 문화비평가· 하자작업장학교 교사)
대기업 상무로 '성공 인생’을 달려온 한 사내가 최근 갈림길에 섰다. 이대로 한 계단 더 올라서자면 사생활을 포기하고 회사와 혼연 일체가 되어야 한다. 반면 머리칼이 희어진 자신의 나이와 변변한 여행 한번 같이 못 다녀온 아내와 딸을 떠올리면 가족과 함께 할 시간도 넉넉하지 않다. 고심 끝에 그는 퇴직을 결심한다. 그날 가족은 모처럼 식탁에 둘러앉는다.
그는 짐짓 경쾌한 목소리로 말한다. “앞으론 같이 보낼 시간이 많을 것 같네.” 순간 아내와 두 딸은 굳은 표정이 되어 그를 빤히 쳐다본다. 위로하고 반겨주리라 기대했던 그는 얼굴이 화끈거린다. 돌려 말하는 법이 없는 둘째 아이가 입을 연다. “난 집에 있는 아빠보단 회사 다니는 아빠가 더 좋아요.” 그는 그날로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웠다.
내가 아는 실화다. 40대 중반인 그는 사회적 지위가 있는 중년 남성이 갑작스레 자살하는 이유가 비로소 이해된다는 섬뜩한 말도 했다. 그의 추론에 따르면 자살하는 중년 가장들의 유서는 형식일 뿐 아내와 자식은 그 진짜 사정을 모를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런 일이 생긴 뒤 회사를 그냥 우울하게 다니고 있다는 그는 종종 “이민 갈까?” 하는 말을 불쑥 꺼냈다가 가족에게 ‘왕따’를 당한다며 술자리에서 줄담배를 피워댔다.
이 사연은 30~50대의 중년 남성이라면 그럭저럭 공감할 만한 이야기다. 그들 세대라면 남편, 아버지, 직장인 등의 자리를 통해 확인해왔던 자아 존재감이 한순간 깨끗이 지워지는 기분을 이미 맛보았을 터이기 때문이다. 고로 시인은 이렇게 노래할 것이다. 나쁜 아버지는 좋은 직장인이고 유능한 사회인은 무능한 남편이 되는 이 사회에서 어느 날 자신이 아무 것도 아니었음을 발견하는 자여! 그대 이름은 한국의 중년 남성이로다!
이 허허로운 자화상을 마주하기 싫어서 그들이 택하게 되는 최악의 도피 시나리오 세 가지가 있다. 일에 더 파묻히기, 습관적으로 술 마시기, 포르노적 섹스에 집착하기. 알다시피 이들 중독은 더 큰 허탈감과 더 센 자극을 부르고 결국 우울증에 이른다. 문제는 한국의 중년 남성들이 이런 문제를 털어놓고 말하지 못한 채 꽁꽁 숨기고 산다는 점이다. 그 한 뼘 너머에 돌연사와 자살의 벼랑이 있고 외도와 도박의 늪이 있는데도 말이다.
방법은 있다. 직급과 보수라는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내가 즐길 수 있는 내면의 욕구에 따라 일을 선택하는 것이다. 동네에 작은 원두 커피점을 차린 50대, 소박한 농부가 되어 주말 부부로 사는 30대, 당분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여행을 다니는 40대 등. 비록 아직은 소수지만 허상과 비극의 막다른 골목이 뻔한 그 길에서 벗어나 자기 발길 닿는 대로 길을 새로 내는 중년의 사내들이 늘어나고 있다.
다른 방법도 있다. 혈연과 학연을 벗어나 자신의 취향을 찾아보고 동호회 활동을 하는 것이다. 등산이나 낚시광이 되어도 좋고 영화나 오디오 마니아가 되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또는 가족과 함께 생태주의와 더불어 살기를 실천하는 각종 살림운동에 참여하는 것, 자녀 교육을 걱정하며 형성되는 여러 형태의 모임에 참석하는 것도 좋다.
아차, 한 가지 전제가 빠졌다. 앞서 말했듯 한국의 중년 남성은 자기의 진짜 문제를 쉽사리 털어놓지 않는다. 그러니 현명한 아내가 은근슬쩍 물어봐야 한다. “당신 직장생활 정말 즐거운 거예요?” 자녀도 가끔 대화를 요청해야 한다. “아빠는 어떨 때 가장 행복해요?” 지금 당신의 남편과 아버지는 잊고 살았던 눈물과 분노와 미소를 섬세하게 되살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중년 남성의 ‘인생 역전’에는 가족의 도움이 절실하다.
(김종휘 / 문화비평가· 하자작업장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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