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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북방설한 모진광풍 (최영철)
오늘같이 매서운 삭풍이 몰아치는 눈 흩날리는 밤이면 북에 있는 가족이 더욱 생각난다.
동생 소식을 들은 건 KBS의 동포의 소리라는 프로였지 아마.
감당키 어려울 만치 수많은 편지들로 인해 아나운서가 휴지통에 넣으려다, 편지 임자의 애틋한 사연을 그냥 버릴 수 없어 뜯었다고 하더군.
그 편지는 이북 5도청을 통해 다음날 나에게까지 배달되었다네.
우리 친척 중 겨우 월남의 혜택을 누린 친척이 반밖에 안 되니 나머지 가족들은 아무도 생사를 모르던 중 그 편지로 인해 우리 친척들이 다 울면서 반가워했다네.

곧바로 삼촌과 삼촌의 사위, 형님과 내가 중국으로 날아가 심양에서 중국 공안의 무서운 감시를 피해 고모와 고모부 그리고 동생을 만났었지.
그 때 북한은 매우 극심한 식량난으로 인해 한 마을의 반 이상이 굶어죽는 참상을 겪으며 죽은 시체까지 먹는다는 끔찍한 소식을 고모로부터 처음 들었어.
고모부가 의사인데도 불구하고 먹을 것이 없어, 굶어죽느니 나가다 죽자 하고 탈북을 감행했다는 얘기와 더불어.
그리고 지하교회에서 기독교 신앙을 지키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소식도.

공항으로 다시 돌아가야 할 때에 문밖에 서서 울며 손을 흔들던 고모와 고모부 그리고 동생의 얼굴은 잊혀지질 않는다.
그 후 거기도 중국 공안의 감시와, 같은 조선족의 협박에 시달린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는 한국으로 탈출시킬 것을 결정했었지.

한국으로 온 나는 만사 제쳐두고 남한으로의 귀환 운동에 나선다.
학부형, 친척, 친구 연락 닿을 곳은 다 취해서 방도를 만들었었지.
운명의 날 나는 집에서 전화 앞에서 숨죽이고 벨소리를 기다리고 있었다네.
드디어 벨이 울리고,
인도자의 다급한 소리가 전화선을 통해 들렸어. 고모와 고모부는 홍콩에 도착했는데 동생은 공안에 걸렸다고.
그 즉시 우리는 준비했던 2차 행동에 돌입한다.
주중 한국 대사와 담당 중국 공안의 한국 공사, 형님의 고교 동창인 외무부 탈북 담당관에 연락을 취하고, 홍콩에 도착한 고모와 고모부는 극비리에 한국으로 모셔온다.

동생의 소식을 마지막으로 들은 건 단동의 수용소였지만 이미 북한으로 송환된 뒤였어.
그 뒤 동생의 형부가 총살당했다는 소식을 접했고, 그 누나가 하나밖에 없는 딸을 데리고 탈북해서 중국의 모처에 일단 거처를 마련했었다네.
1년 전 겨울 나는 또 한번의 비통한 소식을 접했다네.
아무한테도 연락하지 않고 고모부 혼자서 딸과 손녀를 데리러 갔다가 공항에서 전부 잡혔다는 소식을 말이야.

이렇게 매서운 삭풍에 눈이 흩날리고 빙하의 날씨가 오면 동생과 친척들 생각이 간절하다.
올해도 명절 때만 되면 남한에서는 서로 기뻐하며 민족의 대이동이 있겠지?
그 때만 되면 휴전선의 철조망을 붙들고 통곡하며 슬픔을 가누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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