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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을 맞으며 (최영철)
🧑 정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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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1-06 22:3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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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2

새해 들어 휘공들의 첫 벼락 산행이 있는 날이다.
검단산 초입의 애니메이션 고교 앞에서 백운학, 백경택, 김응구와 사무실 직원 둘, 이정식, 김동식, 김선봉, 유홍림, 최영철이 집합했는데 오늘 산행의 멤버들이다.
올 겨울 들어 가장 매서운 추위가 몰아닥친 주말이라 평소보다는 등산객이 뜸한 것 같았다.
바로 전에 온 눈이 맹추위로 얼어 길이 미끄럽고, 사방에 교통사고로 차들이 엉금엉금 기는 가운데서도 신년 산행에 동참하고자 나온 휘공들은 하나같이 기세가 있어 영하의 날씨를 무색케 한다.
어제 저녁 경택이네 단골 등산 용품점에서 추위에 대비해 새로 중무장한 운학, 경택, 정식은 그대로 에베레스트산 등정을 해도 무리가 없을 듯 보인다.
일행은 지난번 산행 때처럼 돼지들의 소풍을 재현하지 않으려고 인원 점검부터 확실히 한다.
하지만 오늘은 길 찾은 어린 양이 합류하지 않았으니 문제는 없다.
선봉이는 오늘도 물 한 병 달랑 들고, 유씨 문중에서 헌당한 해우소 앞에서 각반과 아이젠까지 찬 채 폼을 잡고 서 있다.
약간의 검단산 정복 작전에 대한 토의 끝에 일행은 비장한 각오로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중턱을 넘어서자 중간 쯤에서 가던 정식이가 엔진에 무리가 온다며 기어 1단으로만 가니 6천 RPM을 넘겼다고 호소하기 시작한다.
"왜 이렇게 1단으로만 가냐? 1, 2, 3단이 골고루 있어야 쉬면서 갈텐데"
일행은 못 들은 척하고 앞으로 향한다. 알아도 할 수 없는 노릇 아니냐.
산 중턱을 넘어서자 매서운 칼바람이 닥치면서 눈, 귀, 코, 입에 이상이 오기 시작한다.
그러자 선봉이가 얼굴에 쓴 "양들의 침묵" 탈을 자랑한다.
검단산 등산객들 모두를 둘러봐도 선봉이 차림은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었지만 본인은 제멋에 산다. 역시 이름 그대로 패션도 선봉이다.
유구한 역사를 온갖 영욕을 겪어가며, 쓰레기와 오물을 받아내면서도 묵묵하게 말없이 흐르는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사진 한 장을 박으며 전열을 재정비한다.
사람들도 저 한강의 넓디넓은 아량을 본받아야 할텐데.
선봉이는 집에 무슨 일이 있다며 이번에도 선봉 서서 내려간다.
선봉 되게 좋아하네.
정상에서 때마침 온 다른 회사원들의 단합대회 복창에 따라, 우리 일행도 돼지 멱따는 소리를 같이 지르고는 전번 산행 때 전세 냈던 유씨 묘역의 식당으로 향한다.
점심은 골고루 싸온 반찬과 밥 등을 언 손을 녹여가며 겨우 들고는 따뜻한 정종과 양주를 한 잔씩 하자 추위가 좀 가시는 것 같았다.
산곡의 산새도에서 장작불 타는 페치카 앞에서 일행은 예의 인삼동동주로 입가심을 하며 올해의 산행에 대해 이 얘기 저 얘기들을 하다가 응구와 나, 정식이의 원 고향이 평북 선천이라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다. 부인이 선천인 동식이까지 넷이서 하이파이브 변형인 하이포 한번 하고 버스편에 검단산으로 다시 향한 후, 응구네는 가져온 차로 집으로 가고 내 차에는 운학, 동식, 홍림, 경택이 타고 올림픽아파트로 향한다.
가던 도중 눈 덮인 낚시터를 보며 마주앉은 카페에 잠시 들러, 차 한 잔씩을 하며 건강, 정치, 학창시절 등 여러 얘기들이 오가다, 휘공회 배낭을 공동으로 맞추기로 결정하고 나머지는 차차 하나씩 준비하기로 한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친구가 그리워 하나씩 둘씩 게시판을 찾는 동창들이 많아지는 데 대해 좌중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반가워한다.
따뜻한 허브 차와, 30여년 전의 생음악, 창 밖에 펼져진 눈 쌓인 낚시터의 풍광이 전혀 낯설지 않아 보이는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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