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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년전의 짠했던 이야기


아직도 그놈의 남의 땅 지명은 아리까리하지만....

좌우간 지난 6월경에 이민간다고 배짱좋게 설치던 연 대길이가 훌쩍 미국으로 떠나
죠지아인지 아틀란타인지에 도착하고 컴맹에 폰맹을 자랑하는 이 위인이 연락도 없길래
이놈이 뭐 그리 믿는게 많아서 연락도 않고 사나...걱정을 했는데

그래도 서울에 있는 신 상균이와는 연락이 닿았던 모양이라 어찌어찌 연락처를 알고
미주 친구들에게 전해줬는지 어쨋는지 정신이 없던 차에 가까이(차로 서너시간 걸리는 거리가)
산다는 박 명훈이가 학창시절 얼굴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무작정 찾아가 만나봤나보다.

이민 선배로 많은 조언을 해주었고 이러저러해서 필라델피아에 있는 정 연보, 김 성호,
서훈, 정 성식이와 연결이 되었었나보다.


처음 자리잡은 곳이 한적한 시골이라 어리버리한 놈이 시간 까먹고있는것이 안타까운
필라델피아 친구들이 자신들이 관리(?)하기 편하게 이사오라고 권유를 했나보다.

막상 이사를 하려니 비행기로는 2시간, 차로는 18시간이 걸리는 한국에서는 꿈도 꾸지못할
이사 대작전을 필라델피아 친구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더라.


한잔 하고 알딸딸한 기분으로 들어서 정리가 안되지만....
성식이가 휴가까지 내고 비행기로 2시간거리인 대길이네 동네로 날아가서는
이삿짐 트럭을 빌려 장장 18시간(날짜로는 이틀)을 운전해 주었단다.

나머지 필라델피아의 친구들은 이사를 오는 대길이의 전입 신고를 위해
업무를 나누어가며 부부가 함께 이리뛰고 저리뛰었고......

어떤 놈들이 날 보고 미친 놈 어쩌고 저쩌고했지만....
이놈들은 참..더 미친 놈들이다.

설마 생업마져 팽개칠만큼은 아니겠지만 힘들게 쉬는 날을 만들어 자비로 2시간이 넘는
비행기를 타고 가서 18시간동안 운전을 꼬박 하고 와준다는 것이 있을 수 있을까?

아이들의 전학과 거주지 이전등의 행정문제도 대길이가 직접 하려했다면 아마도
머리가 터질지경이 되어서 대행업자를 사든지 아님 다 때려치우고 귀국했을텐데....


처음 들었을 때는 잘 이해가 되지않았다.

나도 젊어 한때는 친구들의 이삿짐을 날라주기도 했고 아는대로 돕기도 했으니....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내가 이삿짐을 돕는다고 해봐야 끽해야 반나절남짓이다.
광활하다는 미국땅 서울-부산의 몇배가 넘는 거리를 예전부터 잘 알던 친구도 아니고
미국땅에서 만난 초짜 이민자 동창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부러 시간을 만들어 길을 모르는
동창을 위해 운전대를 잡고 18시간동안 와준다는 것-
내일도 아닌 남의 일, 그것도 궂은 일에 자신의 시간을 뺏겨가며 즐거이 해준다?

글...쎄...다...?

난 절대 못할거야.

대길이에게 그 이야기를 듣고 한동안 띠잉~ 했었다.
한국에 있을 때도 자주 만났던 놈은 아니지만 껄렁거리던 놈이 거의 감격에 겨워
술 한잔에 풀어내는 이바구를 들으면서...

동창들에 대한 인식이 틀려졌다는 대길이의 진지한 모습에
이게...고삐리때의 인연이구나...싶었다.

미주애들이 미리 언급했던 것처럼 낯선 땅, 낯선 언어속에서 고생하며 모은 돈을
모금해서 보낸 준 것도 고맙지만 그보다는 대길이가 받은 그들의 마음이 난 너무 고맙다.

잠시....정리를 해봐야겠지만....
대길이의 말에 감동을 먹어서 그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우리도 그 친구들만큼
서로를 배려하는 휘문 69회가 될 수 있기를 나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는 기분으로
이 글을 쓴다.



205년 닭의 해를 보내면서



세형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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