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제시장’은 世代差의 골을 메웠다
영화 ‘국제시장’이 누적관객 600만을 돌파하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년말 년시 모임에서 ‘국제시장’ 화두가 빠지지 않는다.
주인공 ‘덕수’가 나보다 한두 살 아래지만 같은 시대를 살았고
더구나 주 무대인 국제시장은 내가 살던 집과 학교가 국제시장 근처이었기에
잊으려 해도 잊지 못 할 어릴 적 추억이 깃든 곳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흥남 부두에 몇 만명의 피난민이 몰린 스팩타클한 장면부터
시작하여 역사적인 시대상을 전개하는 스토리텔링이 지루하지 안않다.
로케이숀도 독일 함브론 광산은 체코에서
월남 장면은 태국에서 촬영을 했다고 한다.
나는 영화관에서 영화도 영화지만 관객층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재미난 사실을 발견했다. 내가 본 관객 가운데 내 나이 또래는 몇 되지 않았다.
대부분이 50대 이하였으니 왜 주인공 덕수와 같은 시대를 살지 않은 世代들이
영화에 열광하는가?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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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이가 60대 후반 세대들은 실제로 겪은 시대의 얘기이지만
이 영화를 찾는 대부분의 관객은 실제 경험하지 못했지만
어른들로 부터 전해 들었을 뿐이다. 아니 듣기 싫을 정도로 들었고
부모들이 “우리 어릴 때는...”하고 시작하자 말자
“아버지! 이제 그 얘기 그만해요!”하고 말문을 틀어막던 세대들이다.
먹을 것도 입을 것도 부족한 어린 시절을 고생하면서 자란 부모 입장에서
요즘 걱정 없이 풍족하게 자란 자식들이 하는 행동이나 사고방식을 대할 때
영 마음이 불편하기 마련이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이를 웅변으로 대변하고 있다.
할머니 제사가 끝나고 손녀가 ‘굳세어라 금순아“를 부르자
아들이 아버지에게 어린애에게 이런 노래를 가르쳐 주었다고 면박을 준다.
덕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옆방으로 가 흥남부두에서 해어질 때
아버지가 벗어준 두루마기를 쥐고서 아버지 사진을 보면서 하는 말,
"저도 열심히 살았어예. 근데 참 힘들었어예~`"가 이 영화의 절정이다.
카메라가 멀리서 두 개의 방을 비춘다.
흐느끼는 할아버지의 방, 그 옆에서 즐겁게 노는 자식들의 방.
세대차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굳세어라 금순아' 가요는 노랫말에 흥남 부두, 1·4 후퇴, 국제시장 같은
키워드들이 다 담겨있어 바로 덕수의 일생을 노래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들이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면박을 주었으니
덕수의 심정이 얼마나 아팠을까?
잠시 현인의 노래 가사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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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 찬 흥남 부두에
목을 놓아 불러봤다. 찾아를 보았다.
금순아, 어디로 가고 길을 잃고 헤매었더냐.
피눈물을 흘리면서 1·4 이후 나 홀로 왔다.
일가친척 없는 몸이 지금은 무엇을 하나.
이 내 몸은 국제시장 장사치기다.
금순아, 보고 싶구나. 고향 꿈도 그리워진다.
영도다리 난간 위에 초생 달만 외로이 떴다.
철의 장막 모진 설움 받고서 살아를 간들
천지간에 너와 난데 변함 있으랴.
금순아, 굳세어다오. 남북통일 그날이 오면
손을 잡고 웃어 보자. 얼싸안고 춤도 추어보자.“
이 영화의 99%는 아버지 또는 큰 형님 세대 얘기이고
자신들의 얘기는 1%밖에 안 되는데 왜 이들이 ‘국제시장’에 열광하는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기 싫었던 소리도
이제는 아버지 세대를 이해할 나이가 되어서일까?
그러나 아직도 2,30대들은?
50대는 IMF때 하루아침에 직격탄을 맞고 실직과 부도 등
희생도 많았을 뿐 아니라
현재까지도 아이들 학비걱정, 결혼걱정, 대출문제,
직장에선 명퇴와 노후 대책문제로
40대는 자녀 교육비 문제, 회사에서 승진 등 살아남기 고민으로
30대는 취업 및 결혼문제
20대는 대입 및 취업문제 등
각 세대별로 마음 편한 세대가 없이 다 고민 세대이다.
덕수 세대는 먹고 살기 위해 뛰어야 했으나 그
나마 뛸 수 있는 마당이 있었다.
그러나 덕수 이후의 세대들은 호구지책과는 별도로
어떤 의미에서는 자기 눈높이에서 뛸 수 있는
마당이 마땅찮은 것이 고민이다.
심리학에서 ‘동일시(Identification)’ 라는 것은
자기의 환경 속에 있는 중요한 인물의 행동을 본받으려는 현상으로서
이를 통해 기대되어지는 태도와 행동을 습득하는 심리를 말한다.
아동에게 있어 부모는 최초의 가장 빈번한 접촉자이기 때문에
동일시의 일차적 대상이 된다.
그러나 20,30대로 성장하면서 부모 세대와 세대차를 느낀다는 의미는
다소 동일시와는 거리가 있다는 애기이다.
그러나 '국제시장'의 관객층을 보면서 포스트 625세대들도
자신들의 고민 속에서 해매다 어느날 갑자기 반항과 반감의 대상이었던
'덕수'세대의 고민을 이해하게 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포스트 625 고민 세대들이 ‘국제시장’에 열광하는 것은 ‘
자신보다 강력한 상대에 대한 증오, 두려움 내지는 반감을 거꾸로
친근감으로 느끼는 우회적 자기합리화’ 기재인 프로이드가 말한
<억압자와의 동일시(Identification with Aggressor)>라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 아닐까?
‘덕수‘의 2세들이 ’Identification with Aggressor‘로 다가 왔다면
이제는 ’덕수‘가 ’Identification with the oppressed'
('피억압자와의 동일시'물론 이런 용어 내가 지어낸 것이지만)으로
껴안아야 할 차례가 된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국제시장’은 흥행에 성공 했을 뿐 아니라
‘덕수’ 세대와 포스트 625 세대들과의
세대차의 골을 좁히는데도 기여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