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人生)이 바로 수필(隨筆)이다.
[註]피천득의 유명한 수필에 관한 “수필”이란 글은 학교 교과서에도 실린 바 있다.
요즘 이 글을 다시 읽으니 옛날에는 느끼지 못한 “隨筆은 人生”이라는 생각이 들어 글 중 수
필을 인생으로 바꾸어 고쳐 써본다.
인생(人生)은 청자 연적(靑瓷硯滴)이다.
人生은 난(蘭)이요, 학(鶴)이요,
청초(淸楚)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女人)이다.
人生은 그 여인이 걸어가는,
숲 속으로 난 평탄(平坦)하고 고요한 길이다.
人生은 가로수 늘어진 포도(鋪道)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길은 깨끗하고,
사람이 적게 다니는 주택가(住宅街)에 있다.
人生은 청춘(靑春)의 삶이 아니요,
서른여섯 살 중년(中年) 고개를 넘어선 사람의 삶이며,
정열(情熱)이나 심오한 지성(知性)을 내포해야만 되는 삶이 아니요,
그저 자신의 길을 가는 단순한 삶이다.
참된 人生은 흥미는 주지마는, 남을 흥분시키지는 아니한다.
참된 人生은 마음의 산책(散策)이다.
그 속에는 향기와 여운(餘韻)이 숨어 있다.
人生의 빛깔은 황홀찬란(恍惚燦爛)하거나 진하지 아니하며,
검거나 희지 않고, 퇴락(頹落)하여 추(醜)하지 않고,
언제나 온아우미(溫雅優美)하다.
人生의 빛은 비둘기 빛이거나 진주 빛이다.
人生이 비단이라면,
번쩍거리지 않는 바탕에 약간의 무늬가 있는 것이다.
그 무늬는 보는 사람의 얼굴에 미소(微笑)를 띠게 한다.
人生은 한가하면서도 나태(懶怠)하지 아니하고,
속박(束縛)을 벗어나고서도 산만(散漫)하지 않으며,
찬란하지 않고 우아하며, 날카롭지 않으나 산뜻한 삶이다.
人生의 양식은 생활 경험, 자연 관찰,
인간성이나 사회 현상에 대한 새로운 발견 등 무엇이나 다 좋을 것이다.
그 제재(題材)가 무엇이든지 간에
자신의 독특한 개성(個性)과 그 때의 심정(心情)에 따라,
‘누에의 입에서 나오는 액(液)이 고치를 만들 듯이’ 人生을 살아가는 것이다.
또 人生은 플롯이나 클라이맥스를 꼭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자신이 가고 싶은 대로 가는 것이 인생의 행로(行路)이다.
그러나 차(茶)를 마시는 것과 같은 이 人生은,
그 차가 방향(芳香)을 가지지 아니할 때에는
수돗물같이 무미(無味)한 것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人生은 독백(獨白)이다.
인생은 때로 여러 가지 성격(性格)을 가진다.
햄릿도 되고 오필리어 노릇도 한다.
그러나 참된 인생은 항심(恒心)이어야 한다.
인생은 그 사람을 가장 솔직(率直)히 나타내는 거울이다.
그러므로 인생은 다른 사람에게 친밀감을 주며,
친구에게서 받은 편지와도 같은 것이다.
덕수궁(德壽宮) 박물관에 청자 연적이 하나 있었다.
내가 본 그 연적(硯滴)은 연꽃 모양으로 된 것으로,
똑같이 생긴 꽃잎들이 정연(整然)히 달려 있었는데,
다만 그 중에 꽃잎 하나만이 약간 옆으로 꼬부라졌었다.
이 균형(均衡) 속에 있는,
눈에 거슬리지 않는 파격(破格)이 人生인가 한다.
한 조각 연꽃잎을 옆으로 꼬부라지게 하기에는
마음의 여유(餘裕)를 필요로 한다.
이 마음의 여유가 없이 人生을 산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때로는 억지로 마음의 여유를 가지려다가,
그런 여유를 가지는 것이 죄스러운 것 같기도 하여,
자신의 마지막 십분의 일까지도
숫제 초조(焦燥)와 번잡(煩雜)에다 주어 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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