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건강하다고? 당치 않은 소리!
"다국적 제약사와 의사들은 건강을 상품화한다.
그들은 신약의 효능을 확장해 건강한 사람까지 환자로 둔갑시킨다.
2007.11.19
해마다 전세계에서 ‘마법의 탄환’이라 불리는 신약이 10개 이상 개발되지만, 이상하게 환자 수는 좀처럼 줄지 않는다. 아니,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유는 하나, 수많은 질환이 매년 생겨나기 때문이다. 그 뒤에는 놀랍게도 제약사와 의사들이 숨어 있다. 그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새로운 질병을 동원해 심약한 인간을 공격하고, 그 새로운 질병을 치료하는 길은 신약과 의사들뿐이라고 집요하게 대중을 설득해 왔다. <없는 병도 만든다>의 저자 외르크 블레흐는 그들을 ‘질병 고안자’라 부른다.

ⓒ시사IN 오윤현
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위),
신약의 효능을 설명하는 일은 다국적 제약사들이 가장 흔하게 벌이는 홍보 방식이다
지금까지의 상황만 놓고 보면 일단 질병 고안자들의 공세가 거의 100% 성공한 듯싶다. 전세계적으로 의약품 소비가 증가하고, 수많은 언론에 그들이 생산하는 건강 정보가 버젓이 실리고 있으니까 말이다. 안쓰럽게도 그 공세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물론 <시사IN>도 그 공세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건강하고 싶은 욕구를 갖고 있다. 그래서 자신의 몸에 이상이 있을지 모른다는 얘기를 자꾸 듣다 보면, 고개를 갸웃하며 자신의 건강을 의심하게 된다. 두려움, 그것이 질병 고안자들이 집중 공격하는 약점이다.
질병 고안자들이 건강한 사람을 환자로 몰아가는 방식은 교묘하다. 특정 의약품의 적용 증상을 확장하는 방식은 거의 고전이라 할 만큼 오래되었다. 갑자기 잠에 빠져드는 발작성 수면증 치료약 ‘프로비길’의 예를 들어보자. 이 약의 제조사(세팔론)는 소비자층을 확대하려고 그 약이 정서가 불안정한 어린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정보를 흘렸다. 물론 과장된 정보였지만, 그 뒤 세팔론으로부터 연구비를 받고 ‘프로비길이 불안정한 어린이에게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도출한 의학자가 있었다(<없는 병도 만든다>에서).
현대 의약사를 들추면 프로비길 같은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은 질병 고안자들의 ‘얄팍한 꾀’를 이렇게 꼬집는다. ‘새로운 질병과 치료 방법을 발명하는 것은 아주 간단하다. 삶에서 나타나는 수많은 정상적인 과정-출산, 노화, 성생활, 우울과 죽음-을 의학의 대상으로 만들 수가 있다.’ 일시적인 감정 기복을 정신 질환의 하나로 둔갑시키고, 부끄럼을 잘 타는 성격을 사회공포증으로 바꾸고, 생리를 앞두고 예민해지는 증세를 월경 전 불쾌 장애로 부르고, 나이가 들면서 누구나 경험하는 발기부전이나 폐경을 호르몬 결핍 질환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탈모, 얼굴 주름 따위도 ‘공격’ 대상이다.
의학자들을 동원해 질병의 위험성을 과장 홍보하고, 약물의 새로운 효과를 알리는 것도 오래된 선전 기법이다. 한 자료에 따르면, 언론 매체에 발표되는 모든 의학 논문과 기고문의 70~80%가 계획적인 홍보 활동일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 제약사들도 이른바 ‘키닥터’(자문 의사)를 두고 있는데, 이들은 언론 기고나 인터뷰를 통해 신약과 관련한 질환의 위험성을 알리거나 신약의 효과를 은근슬쩍 홍보한다. 심지어 국내 한 대학병원의 의사는 다국적 제약사 세 곳의 오리지널 약품을 홍보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제약사들이 자사 제품을 처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유럽 의사들에게 투자하는 돈은 해마다 1인당 8000~1만3000유로(<없는 병도 만든다>에서). 당연히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수많은 의사가 제약사 영업 직원에게 공략당하고 있다. 서울 시내 ××내과의 한 아무개 원장은 “병원에 찾아오는 제약사 영업사원이 한 달에 10~15명쯤 된다”라고 말했다. 그들이 병·의원을 방문하는 까닭은 분명하다. 자사 제품을 홍보하고, 그 제품을 처방해달라고 요구하기 위해서다. 개중에는 리베이트를 건네는 영업사원도 있다. “솔직히 한 달에 200만원 이상 리베이트를 받는다. 병원 재정 상태가 안 좋아 외면할 수가 없다”라고 한 원장은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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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안희태 우리나라 제약 산업에서 다국적 제약사의 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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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 제약사 '홍보 자료' 비판 없이 유포
제약사들은 새로운 연구 결과를 무기로 공세를 가하기도 한다. 발기부전 치료제의 경우 비아그라·시알리스·레비트라가 3파전을 벌이고 있는데, 각 제조사가 내놓는 자료를 보면 3사 모두 강직도·만족도·발기도에서 자사 제품이 제일 뛰어나다고 주장한다. 분명 그 자료 뒤에 과학을 신봉하는 의학자들이 있을 텐데, 어떻게 결과가 제각각일까. 답은 간단하다. 자사 제품을 기준으로 연구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물론 종종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그럴 때면 그 자료는 가차 없이, 은밀히 폐기된다.
언론이 과장된 의약품 자료나 치료 정보를 다루지 않으면 별 문제가 없을 것도 같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다수 기자들은 제약사나 의료 홍보 대행사가 만들어준 선전 자료를 아무 비판 없이 수용하고 유포한다. 물론 그 전에 제약사들은 간담회나 여타 행사에 기자들을 초대해 자사 제품을 알리고, ‘우아한 접대’를 통해 기자들을 자기 편으로 만들어놓는다(기자도 가끔 정보 습득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우아한 대접을 받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일부 기자와 언론사가 특정 질환이나 특정 약품을 소개하는 조건으로 제약사나 학회로부터 광고나 인쇄제작비 등을 제공받는 것이다. 물론 그들은 약품이나 치료법에 대해 검증이나 비판을 거의 하지 않는다(사실 검증할 방법이 많지 않다). 의학자와 기자들이 제약사 편을 드는 사이 과장된 약품 정보와 의료 정보로 피해를 보는 쪽은 국민이다. 부풀린 정보를 토대로 자신의 건강을 염려한 나머지 몸에 약간만 이상이 생겨도 병원을 찾거나 약국을 찾는 것이다. 병원에 가면 환자로 진단받을 가능성이 높다. 건강 검진을 받은 사람 중에서 ‘어떤 질환도 없다’는 진단을 받는 사람이 43%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에 다국적 제약사의 제품이 국내 제약 시장에 파고드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신약연구단에 따르면, 현재 국내 제약 시장은 직수입 의약품 39%, 복제 의약품 36%, 다국적 제약사와의 라이선스 의약품 20%, 개량 신약 5%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이 구도는 시장 규모가 18조원이 되는 2016년쯤 비정상으로 변할 수 있다. 즉 직수입 의약품이 70%를 차지하고, 나머지 30%를 복제 의약품(15%)과 라이선스 의약품(10%) 등이 나누어 차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때가 되면 우리나라에 건강한 사람이 남아 있을까.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이 멀쩡한 상태에서 건강 염려증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다행히 질병 고안자들의 공세와 유혹에서 피할 방법이 없지 않다. 질병에 걸린 사람은 두말할 것도 없이 의사를 찾아가야 하지만, 의학 정보를 보고 의심이 드는 사람이라면 생활환경부터 바꿔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자신이 건강하다는 믿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예컨대 어느 날 갑자기 가슴이 뻐근해지면 심장질환 자료부터 뒤적일 게 아니라, 스트레스나 피로에 시달리고 있지 않은지 그것부터 의심하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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