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올해로 나와 25년을 산 남편은 나랑 오래도록 연애후 결혼 했다.
오랜 연애기간동안 데이트를 하면서 가끔씩 우리집에서 밥도 먹고
차도 마셨다.
그렇다고 우리의 연애가 우리집에서 허락 받은 연애는 아니었다.
내가 중학생때, 남편 고등학생때 만난 우리는 중간 중간 끊김이 있었지만
어른이 되어 가는 모습을 내 부모님도 남편 부모님도 모두 보신 셈이다.
여하튼 그렇게 어른이 된 남편은 잘 생겼고, 장교가 되었다.
그래도 내 아버지는 전혀 흡족해하시거나 환영치 않았다.
그런 어느날, 남편은 중위 계급장을 달고 와 아버지께 정식으로 교제를
허락해 달라고 했다.
남편은 자기의 위치와 상황이 어느정도는 만족해 할만한 수준이라고 생각되어 온 모양이었다.
그러나, 아버지께서는 ‘네게 내딸과의 교제를 정식으로 허락해 줄수 없음’을 조목 조목
나열하셨다.
달변이신 아버지의 말씀에 한마디의 반론도 할 수없이 남편은 완패를 당했다.
남편이 아버지의 말씀에 답한 말은 딱 한마디 ‘잘 알겠습니다’ 였다.
그래도 여지는 주셨다.
내가 말한 조건을 갖춰 온다면 누구에게도 내딸을 내보이지 않고
자네에게 주겠다는 약속이었다.
완패를 당하고 간 남편은 콕콕 집어 하신 내아버지의 말씀이 상처가 되어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었다고 이만큼 지난 세월에 내게 말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해 할 수 있다고…
그래도 남편과 나는 만났다.
가끔 집에 오면 신문너머로 인사를 받는둥 마는둥 하는 날도 있으셨고,
어떤날은 새삼 ‘쟤가 왜 우리집에 자꾸 드나드냐’며 엄마에게 싫은 내색도
여과없이 보이시곤 했다.
남편은 데이트를 마치면 꼭 대문앞까지 데려다 주었고, 늘 따뜻한 마음을 내게 두고 돌아서 갔다.
그러나 그런 남편에게도 변화가 있었다.
잘생긴 외모와 장교라는 직업에 맞선이 심심치 않게 들어왔는 모양이었다.
주변에 여자들의 일방적 데이트 신청도 들어오고…
나는 실, 몰랐다.
그런 어느날,
우연히 남편이 부잣집 딸이며 유학생인 여자로부터 선이 들어왔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기분이 몹시 나빴다.
그것을 안 그날부터 난 전화도 받지 않고, 만나주지 않았다.
왜 그러는지 모르던 남편은 헤어지길 원한다면 이유라도 알자며 마지막으로 찾아왔다.
그때 물었다.
그 여자와 선을 봤냐고.
처음엔 무슨말인가 하더니, 유학생..하니 금방 알아차리고 아니라고 했다.
왜 못 보았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소개 하겠다는 사람에게 분명하게 ‘제겐 만나는 여자가 있습니다’라며 거절 하지 않고,
‘그럼 뭐 한번 만나볼까요?’ 했다는 것에 나는 마음이 몹시 상했던 것이다.
하여 솔직히 말했다.
‘내 존재가 당신 가슴에 없다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더 이상의 만남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함께 끝까지 갈줄 알았는데,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그렇게 선 보다 좋은 사람 만나라.
나만 바라보는 줄 알았는데, 내가 잘못 알고 있었다는 것을 비로서 깨달았다.
나는 내가 잘난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라는 것도 새삼 알았다.
알게 해줘서 고맙고, 환영 받는 여자 부모님 만나 잘 살아라.’고 말이다.
남편은 잘못했다며 간곡히 빌었다.
만나는 여자가 있다는 말을 안한것도 정말 미안하다고 했다.
그래도 난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고도 아마 나는 한참동안 남편을 애먹였을 것이다.
그리고 나서 우린 서로 각자 맞선 자리가 들어와도 보지 않았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흘러 나는 스물일곱이 되었고 남편은 스물아홉이 되었다.
그런 어느날, 시어머님 되실 분이 우리집으로 전화를 하셨고, 엄마와 통화를 하셨다.
상견례를 하자는거였고, 그 말씀을 전해 들은 아버지는 우리가 왜 그집과 상견례를 해야 하냐며,
싫어라 하셨다.
그러신 아버지는 며칠을 아무런 말씀도 없으신체 생각이 깊으신듯 했다.
그렇게 일주일인가 지나고 아버지는 상견례날을 잡으라고 하셨다.
상 견 례 날.
나는 그렇게 꼿꼿하고 꼬장꼬장한 내 아버지께서 그렇게 공손하게 머리숙여 예를 갖춰 인사를
하시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가슴 한쪽이 저릿해 온다…
그날, 남편은 얼마나 당황한 모습이었는지 모른다.
우리 아버지를 만나 남편이 받은 대접중 그런 대접은 처음 이었기때문이다.
내아버지는 시종일관 내딸을 며느리로 맞이해 주셔서 감사하며 그저 부족하더라도
어여삐 봐달라는 말씀과 자세였고, 남편에겐 처음으로 부드러운 웃음과함께
맥주를 받아 주시며 한마디 하셨다.----- 축하하네…
나도 많이 놀랐다.
내아버지의 남편을 향한 마음은 ‘
내딸을 감히 네가..라는 늘 그 사랑이 괘씸하고 서운 하기만 하신 분이었고,
그래서 내딸이 만나는 저놈에게 내딸을 주기에는 너무도 아깝고 아까운 존재였는데,
저렇게 사돈 되실 분 앞에서 저자세로, 계속하여 모자라는 딸 맡기시는양 하시는
모습이 의아했다.
그러나
나는 곧 알았다.
아, 이것이 딸을 시집 보내야 하는 아버지의 마음이라는 것을…
그렇게 상견례를 마치고 한달후 약혼식을 하고 그해 10월 결혼을 했다.
누가 뭐래도 우리만큼은 꽃구름속에서 꿈꾸듯 살것만 같던 결혼 생활은
남들 살 듯, 아니 때론 더 혹독한 시련도 겪으며 25년을 함께 살았다.
결혼기념일날, 아들애가 늘 사오던 케잌을 올해도 잊지 않고 사와 우리는 언제나 그렇게 했듯
춧불을 껐다.
아들녀석이, 너무 오래 같이 살아서 이젠 새로운 짝으로 바꾸는 것만 남은건가요?
각자 좋은 사람 만나길 바래요~! 하며 장난스레 말했다.
우린 서로 그래 볼까? 하며 마주 웃었다.
세월이 참 많이도 갔다.
우리가 10년을 넘게 만나고 또 그렇게 함께 산 시간이 25년이나 흘렀으니 말이다.
앞으로 우리부부가 얼마나 이세상에서 함께 할지 모르지만, 사는동안 서로에게 상처주는
언행은 하지 않으며 늘 따뜻하게 안아주고 보듬어 주며
늘 서로에게 위안이 되어주는 존재로 살았음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송 승 범 아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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