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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남편과 아내도 모르는 부부갈등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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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지인이 '손목터널증후군'이란 진단을 받았다. 손목터널증후군이란, 손목을 지나는 힘줄과 신경이 다른 요인들로 인해 간섭을 받아 손가락과 손바닥에 이상이 생기는 증상을 보이는 신경 질환이다. 평생 이 질환에 걸릴 확률은 50%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보통 40~60세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손목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운동을 한 것도 아니고, 손목을 자주 써야 하는 직업을 가진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손목터널증후군'이 자신에게 나타난 것인지 지인은 의아해 했다. 의사의 얘기로는, 손목의 과도한 사용이나 사고로 인한 부상이 아니더라도 평소 '잘못된 습관'을 가지고 있다든가, 집안일을 하며 손목을 비틀고 꺾는 자세를 반복 한다든가 하는 이유로 이러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부부갈등'도 마찬가지다. 꼭 아내와 남편 중 누군가가 큰 잘못을 한다든가, 싸울 수 밖에 없는 요인이 발생해 갈등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가랑비에 옷 젖듯, 별 거 아니라 생각해 '그러려니'하며 넘긴 문제들이 훗날 눈덩이처럼 불어나 '해결불가'의 상황이 찾아올 수 있단 얘기다. 그 '남편과 아내도 모르는 부부갈등의 원인들'은 대체 무엇인지 지금부터 함께 살펴보자. 


1. 나사못의 마모

자전거 여행을 위해 자전거에 짐받이를 단 적이 있었다. 자전거 샵에 맡기면 몇 분 만에 금방 해결 될 문제지만, 난 '스스로 조립하는 걸 좋아하는 타입'의 남자인 까닭에 인터넷으로 짐받이를 주문해 직접 조립하기로 했다. 자전거에 짐받이를 달 수 있는 구멍들이 다 나 있는 까닭에 조립은 어렵지 않았다. 안장 아래에 있는 구멍과 뒷바퀴 근처에 있는 구멍에 짐받이 구멍을 맞춰 나사만 조여주면 되는 일이었다. 

그 나사를 조이는 일이 문제였다. 고정해야 할 네 개의 나사 중 세 개는 쉽게 조였는데, 나사 하나는 반도 들어가지 않았는데 뻑뻑함이 느껴지며 더 들어가지 않는 거였다. 자전거 여행에 가져갈 물품이 많았기에 그 정도로 대충 조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난 힘을 다해 나사를 조였고, 나사는 어느 정도 더 들어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응?'

나사를 조이던 육각렌치가 헛돌았다. 나사가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어 힘을 주었기에, 나사못의 홈이 다 갈려 버린 것이다. 더 조일 수도, 그렇다고 나사못을 뺄 수도 없는 상황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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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라는 이름으로 함께 살다 보면, 마음에 들지 않거나 미흡하다고 생각하는 상대의 '고치고 싶은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다. 필요하다면 그 부분을 좀 더 조이기 위한 시도는 분명 해야겠지만, 상대를 '완벽하게'만들려 무리한 힘을 가하진 말자. 

그 부분을 고치기 위해 다른 사람과 '비교'를 한다거나, 계속해서 그 부분에 집착해 '잔소리'를 한다면 상대는 '마모'되고 말 것이다. 더 조일 수도, 그렇다고 뺄 수도 없는 애매한 관계로 평생을 살다간 부부들은 얼마나 많은가. 절대, 상대를 마모되게 만들어 '포기'란 이름으로 방치하지 말자


2. 꼭 해야 할 말들

언젠가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옆 자리에 앉은 아저씨가 부인과 전화통화 하며 싸우는 걸 들은 적이 있다. 난 그 아저씨의 '화를 내는 방식'에 관심이 간 까닭에 대화를 유심히 들었는데, 그 아저씨는 지하철이 역 두 개를 지날 때 까지 부인과 전화로 싸움을 했지만, 결국 '해야 할 말'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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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가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뭔가를 쓰고 있는 중 전화가 온다.)
아저씨 - 아, 왜? 
(아줌마가 뭔가를 묻는다)
아저씨 - 이따 집에 가서 말해. 끊어. 
(다시 아저씨가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뭔가를 쓰고 있는데, 또 전화가 온다.)
아저씨 - 여보세요? 집에 가서 말 하자고! 끊어. 
(다시 아저씨가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뭔가를 쓰고 있는데, 또 전화가 온다.)
아저씨 - 너 왜 그래? 이따 집에 가서 말 하자고 했잖아. 
(아줌마가 아저씨에 태도에 대해 따진다.)
아저씨 - 알았어. 알았다고. 알았으니까 집에 가서 말하자. 끊어. 
(아줌마에게 또 전화가 온다.)
아저씨 - 너 진짜 사람 화나게 할래? 
(이후 5분 간 아저씨는 '너는 대체 왜 그러는가?'에 관한 열변을 토함.)


이후 대화를 통해 알게 된 '아저씨가 화난 이유'는 '거래처에서 보낸 중요한 메일에 답장을 써 주고 있는데, 전화가 와서 흐름이 끊겨 짜증났다.'는 거였다. 

그냥 애초에 아저씨가 "지금 폰으로 중요한 메일에 답장 해 주고 있거든, 내가 조금 있다가 전화할게."라고만 말했어도 아무 문제 없이 넘어갈 상황. 그 짧은 한 마디는 하지 못하고, '넌 왜 보채는가?', '이따 집에 가서 말하자고 하지 않았는가?', '왜 나를 화나게 만드는가?' 따위에 대해서는 수 분간 열변을 토한 것이다. 그냥 그 한 마디만 했으면 되는데 말이다. 

아줌마의 입장에서 살펴보자면, 당연히 퇴근 길에 아내가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뭘 물어 볼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전화를 했는데 남편이 짜증을 내니 화가 난 거다. 그래서 다시 전화를 했는데 남편이 먼저 끊고, 또 전화를 했는데 이번에도 남편이 전화를 끊으니, '너 오늘 맛 좀 봐라.'라는 다짐을 하곤 전화를 걸었다. 아저씨가 통화볼륨을 최소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화를 새어 나오는 시퍼런 소리들을 다 들을 수 있었다. 그 사실로 미뤄, 우리는 아줌마가 얼마나 굳은 각오로 이번 전투(응?)에 임했는지 알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아줌마가 '왜 내 얘기를 들어주지 않고 전화를 그렇게 끊었는가?'나 '내가 뭘 잘못했길래 나한테 짜증을 내는가?'라는 부분에만 화를 냈다는 점이다. 그런 부분은 나중에 따지고, '그렇게 금방 전화를 끊어야 하는 급박한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것은 어떤가?'라든가 '당신이 전화를 걸었는데, 내가 그런 태도로 전화를 끊는다면 당신은 어떤 기분을 느낄까?'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면 어떨까? 

상대가 옷에 흙을 잔뜩 묻힌 채 들어왔다면, 상대에게 "왜 집에 들어 올 때 옷도 털지 않고 들어와?"라며 화를 내는 것보다, 조용히 거울을 보여주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그럼 자신의 옷에 흙이 묻었다는 걸 발견하곤 알아서 털어 낼 테니 말이다. '꼭 해야 할 말들'이란 거울을 잘 활용하길 바란다


3. 슈퍼맨, 슈퍼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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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의 모든 걸 다 책임져야 하는 남편, 남편이 없어도 알아서 척척 할 수 있는 아내, 그러니까 '슈퍼맨'이나 '슈퍼우먼'은 되지 말길 진심으로 권한다. 그대가 '슈퍼맨'이 되거나 '슈퍼우먼'이 될 경우, 무엇보다 

외롭다. 

관심을 가지고 돌보지 않아도 알아서 잘 자라는 식물은, 결국 아무도 돌보지 않게 된다. 그 식물에 손길이 미칠 때라곤 '심을 때'와 '거둘 때'가 전부다. 부부도 마찬가지다. 내가 관심을 쓰고 돌보지 않아도 알아서 잘 하는 상대에겐 점점 무관심해지고, 돌보지 않게 된다. 

그대에게 관심과 사랑, 애정이 필요하기에 어느 날 문득 외로움을 느끼고 상대에게 도움을 요청해 보지만, 

"갑자기 왜 그래?"

라는 말만 돌아온다고 생각하면, 끔찍하지 않은가? 앞서 말했듯 둘 사이에 큰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니고, 상대나 내가 다툴 만한 실수를 한 것도 아닌데, 결국 마음이 울퉁불퉁 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는 그대가 이상하다고, 또 그대는 상대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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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생활을 한 두 달 하고 끝내거나, 몇 년 하다 그만 둘 것이 아니라면
중간중간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자전거를 타고 서울에서 목포까지 내려갈 때, 전력을 다해 내려가면 하루 만에도 도착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하루의 라이딩을 끝내고 난 뒤 머릿속에 남는 건, 검은 아스팔트와 도로 위의 흰 선, 그리고 노란 선 뿐이다. 


한참을 즐겁게 달렸다면, 어디쯤에서는 내려 물도 마시고, 경치도 보고, 하루쯤 쉬어가기도 하자. 그대는 그저 '살기 위해서' 결혼을 한 것이 아니지 않은가. '살기 위해서' 목숨 걸고 달리지 말고, '잘 살기 위해' 천천히 가자. 그리고 그 긴 '결혼'이란 여정에 서로 기대어 쉴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보자. 


"왜 빨리 안 와!"
"너랑 같이 못 가겠어."

라며 즐거운 여행을 망치지 말고, 상대가 힘들어 할 땐 같이 내려서 쉴 수 있는 여유도 갖고, 내가 힘들 땐 상대에게 도움도 요청하며 가보자. 그저 꾹 참거나, 혼자서 다 하려 하거나, 내가 생각하는 '결혼생활'만 주장한다면 결국 '싸운 기억' 밖에 남지 않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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