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와 복사꽃
나그네 잠자리 쓸쓸하고 꿈조차 어수선한데
하늘 가득 차가운 달은 내 곁을 비추누나.
푸른 대 푸른 솔은 천고의 절개 지키지만
붉은 복사꽃 하얀 자두꽃은 한 해의 봄을 즐긴다네
왕소군의 아름다운 몸 오랑캐 땅의 흙이 되었고
양귀비의 꽃다운 얼굴 외딴 곳의 티끌 되었네
인생이란 본래 무정한 것이 아니나니
오늘밤 너의 몸 푸는 것을 아까워 말지어다.
贈某女 증모녀
客枕蕭條夢不仁 객침소조몽불인
滿天霜月照吾隣 만천상월조오린
綠竹靑松千古節 녹죽청송천고절
紅桃白李一年春 홍도백리일년춘
昭君玉骨胡地土 소군옥골호지토
貴妃花容馬嵬塵 귀비화용마외진
人生本非無情物 인생본비무정물
莫惜今宵解汝身 막석금소해여신
비판의 대상이 자신의 조상인지도 모르고 모진 욕을 가한 시험지로
과거에 합격한 김병연.
그는 나중에서야 이러한 사실을 알고 세상을 볼 낯이 없어
그길로 삿갓을 쓰고 방랑의 길을 떠났다.
벼슬하여 뜻을 펼칠 수 없었기에 시로 세상을 조롱하고
자신을 자조하며 한평생을 보내야 했던 김삿갓은,
그래서 사대부들이 감히 입에 담지도 못하는 내용을
거침없이 시로 쏟아내곤 했다.
나그네는 잠자리가 쓸쓸하여 잠도 이룰 수 없다.
하늘엔 환한 보름달이 가득 떠 있으나 잠을 동무해줄 연인이 없어
달빛마저 차갑게 느껴질 지경.
나그네가 머무는 집에는 과부가 있었나 보다.
홀아비 맘은 과부가 알고 과부 맘은 홀아비가 아는 법.
그러나 그렇다 해도 어찌 남녀가 유별한데 함부로 심정을 토로할 수 있으랴.
더군다나 본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또 날이 밝으면 떠나가버릴 사람이 아니던가.
하지만 더 이상 정욕을 참을 수 없었던 나그네는
넌지시 시를 한 수 지어 건넨다.
세상사는 요지경 속이라, 각자 지 팔자대로 사는 법이라오.
푸른 대나무 푸른 솔은 사철 푸르러 절개를 뽐내지만,
붉은 복사꽃과 하얀 자두꽃은 봄 한철이 인생의 전부인양 맘껏 생을 즐긴다오.
그 옛날 한때를 풍미했던 미의 화신 왕소군과 양귀비도
모두 죽어 흙으로 돌아갔으니,
우리 사람의 인생이 어찌 저 대나무와 소나무처럼 무정한 존재리오.
우리의 생도 내일이면 시드는 복사꽃과 자두꽃이 아니겠는가?
내일 아침이면 이미 어찌할 수 없으리니 절개를 지킨답시고
오늘 이 밤을 놓치지 마오.
.........................
과연 김삿갓은 성공했을까?
그 여자는 이 시를 받고 어떻게 했을까?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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