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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6월 22일) 밭작물 교육후 집으로 몇 몇 귀농 동기들이 서부 농업기술센터에서 수확한 고추와 가지 등을 가지고 삼보민박 마당에서 고기 구워 먹고 간 날, 나눠 마신 막걸리, 하수오주, 와인(이 희철님이 주신) 몇잔에 취해 한두시간쯤 선잠자고 일어나 다운받은 영화를 열심히 보고있는데 밖에서 누군가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마침 세째가 방학을 맞아 집에 온 날이라 세째가 이층에서 떠드는 소린줄 알고 넘어갔는데....(개도 안 짖길래) 또 뭐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자정이 거의 된 시간이라 무슨 일인가싶어 밖으로 나가려는데 문앞에서 또 소리가.... 현관 비번을 바꾼터라 세째가 모르나싶어 "왜?" 하면서 문을 여는데! 허걱! 세째와는 전혀 다르게 생긴 남자가 서 있는 겁니다!
약간의 술 냄새를 감추려 머뭇대면서 "민박집 간판을 보고 왔는데 방이 있냐?"더군요. 음...나이는 삼십대 중 후반?(사람 얼굴보고는 잘 모르지만 대충~) 자전거를 타고 지나다가 길을 잃어 내가 사는 집쪽으로 왔었나 봅니다. 혼자냐니까 혼자라네요. 숙박비가 얼마냐고 묻는데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피곤한 모습이 부르면 부르는대로 주고 얼른 잤으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언제 갈거냐니까 아침 일찍 갈거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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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자고 가라고 이층으로 안내한 후 내려왔습니다. 돈을 받으면 돈 준 값을 할것같았습니다. 그렇다고 혼자 온 손님에게 제값 다 받으면 바가지라고 할거고 호랭이 마눌님처럼 3만원 받고 라면 주고 계란주고 김치주고 보일라 틀어주면 적자(?)보고도 제주도 민박집들은 다 바가지 씌우는 집들이라는 뒷담화를 들을까봐 어차피 빈 방, 눈 딱 감고 그냥 자고 기운 차리고 일찍 가라고 했습니다. ...어리둥절 해 하더군요. 어쩜 조금 부담이 가더라도 달라는 값이 상식선이면 얼마든 줄 각오였던 모습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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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쯤 되어서 일어나 나오더군요. 4시쯤 일어나는 호랭이 마눌님께 자정쯤 손님이 왔는데 그냥 재웠다고 하니 서방이 그랬다니 그런갑다 알겠다던 마눌님께서 밥이나 먹고 가라며 숟가락을 하나 더 놓더군요. 막내는 일찌감치 아침 먹고 학교갔고 늦잠을 잔 세째와 셋이서 늦은 아침을 먹으려던 차라 식사나 하고 가라고 권하니 잠깐 망설이다 따라 들어오더군요.
사실.... 조금 걱정이 되었었습니다. 오밤중에 술이 취한 채 자전거를 타고 온 나그네..... 상해 모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유럽 유학파라고 자기 소개를 하더군요. 차귀도 근처에서 주민들과 얘기 중에 넙죽 받아 머신 술때문에 길을 잘 못 들어 헤매다가 민박집 간판을 보고 염치불구 문을 두드렸다는 이야기까지.... 시원한 해장국을 기대했지만 내가 국을 잘 안 먹는터라 맨밥을 겨우 먹더군요. 제주도 지도를 주면서 길을 따라 가면 된다고 알려주니 대중교통으로 여행을 하려다가 마음을 바꿔 중고 자전거를 사서 동쪽으로 일주를 했다더군요. 억지로 밥 공기를 비우고 커피를 권하니 반색을 하며 마시더군요.
혹...다음에 오면 이번 숙식비까지 포함해 받겠다고 하며 배웅했습니다.
"야, 우리 이러다가 쪽박차는 거 아니냐?" "흥! 웃겨! 난 그래도 3만원 받고 재웠다." 그래도 밥심에 커피 한잔 한 다음이라 기운이 나는 듯 힘차게 페달을 이름도 안 물어본 손님의 뒤태를 보며 호랭이 마눌님께 말을 거니 피식 웃으며 대꾸합니다.
제주도 월림리민 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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