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여사는 서른 아홉 이른 나이에 죽었다.
제초제의 후유증인 잔인하고도 독한 통증을 고스란히 겪다가 일주일만에 숨을 거뒀다.
이 농약은 사람이 숨이 넘어갈때까지 정신만은 말똥 말똥 살아 있게 해
죽어가는 이나 지켜 보는이 모두 비참하고 지독한 경험을
눈으로 확인하게 하는 무서운 것중 하나다.
부부싸움 후 순간의 성질을 못이겨, 먹고 죽어 버릴거라며 남편을 위협하다가 정말로
홀딱 마셔 버렸다는 것이다.
창자와 속기관이 모두 사그라져 없어져 버림을 느껴야 하는 고통은 그 사람만이 알 것이다.
병원에 누워 있는 동안 찾아온 친구에게
" 야! 죽을려면 빨랑 가라! 남은 사람들 속 시끄럽게 하지말고!" 라는 말을 듣고도
말똥한 정신에 죽기전 보러 와 줘 고맙다며 웃던 나 여사는 남편에겐 울며 그랬다고 한다.
나, 죽어도 재혼 하지 말고 혼자 살아 줘…부탁이야.. 나만 생각하며 살아줘…
그러마 손 잡고 우는 남편 곁에 있던 친정붙이는 말했다.
그런 형벌을 왜 지워 주고 가냐고…
그렇게 꼼짝 못하고 누웠다 세상을 아주 버린 날,
나 여사의 남편 B씨는 폭풍 같은 울음을 쏟아 냈다.
몸부림치며 울어대던 B씨의 모습에 몹쓸 사람이 된 것은 이미 망자가 되버린 나 여사였다.
아이고 B씨는 어찌 살꼬… 눈을 감고 서라도 내 옆에만 있어달라며 통곡 하는B씨는
보는 이 또한도 울게 했다.
나 여사의 무덤에서 오열 하는 B씨를 보고 B씨의 친구들은 말했다.
짜식… 정말 나 여사 못 잊어 혼자 살 놈이야…저렇게 슬퍼 하는 걸 보니…
무덤을 어루만지며 그는 그만 가자며 끄는 친구들을 먼저 내려 보내고
하염없이 무덤가를 서성 댔다.
죽은 자를 묻고 돌아온 사람들은 또 그렇게 산사람으로 바쁘게 살아가는 법이다.
B씨도 그랬다.
매일의 일상을 보내며 그도 그렇게 지냈다.
슬픈듯 아닌 듯
잊은 듯 아닌 듯…
그렇게 시간이 흘러 흘러 나 여사가 떠난지 100일쯤 지나 B씨에게 여자가 생긴 것
같다는 풍문이 돌았다.
아니,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낯 익은 여자인 것 같다는 말도 들렸다.
나 여사가 죽기전 부부 싸움속에 가끔 등장하던 그 여자일거라는 말까지…
그 새로 생긴 여자가 누구든 사람들은 말했다.
죽은 사람은 불쌍하나 산 사람은 살아야지, 나 여사랑 금슬이 좋았 다며?!
그런 사람은 외로워서 더 혼자 못살지…
아니, 왜 하필 그 나 여사가 늘 신경 쓰여 하던 그여자냔 말이지..
죽어서도 기분 언짢을 거 아닌가…
아니, 뭘 그래… 생판 모르는 여자 만나느니, 알던 사람이 훨 낫지…
남얘기 좋아 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B씨를 안주 삼아 이야기를 나눴다.
B씨가 만난다는 낯선 여자는 아파트 모퉁이 상가에 작은 커피점을 하고 있다.
40대 초 반쯤의 그 여자는 미망인이라고도 하고,
어느 중재벌의 작은 부인이라는 소문도 있고, 원래 싱글이라는 말도 있다.
작고 하얀 손, 늘 조용하고 나즉한 목소리로 주문과 계산을 하는 그 여인은
사실 아름답고 곱다…
늦은 오후 B씨는 오늘도 변함없이 그 집에 들러 커피 한잔을 받아
모양 좋게 심어져 은은한 향을 뿜어내고 있는 허브 화분자리에 가 앉았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커피점이지만 B씨는 자기의 음악을 들으려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거기엔 나 여사와 바다를 보러 갈 때 듣던 음악이 들어 있다…
아,,
아직도 그는 나 여사를 사랑하고 있는가…
잊지 못하고 있는가…
잔잔한 웃음으로 손님의 주문과 계산을 하는 커피점 여주인과 B씨의 눈길은 늘 마주치듯
엇갈린다…
송 승 범 아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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