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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젖다

(詩) 비에 젖다.

                    시인 신성수

 

앉아 있을 겨를이 없다.

창을 활짝 열고

낯도 씻고

손도 깨끗이 씻고

힘은 들지만 발도 내밀어 보자.

말끔하게 씻고 나면

근사하겠지

생각하다가 부끄러웠다.

 

거기 나를 세워 보았다.

눕혀 보기도 하였다.

문득

젖은 속살이 뚝뚝 떼어져서

흘러가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점도 남지 않은 나를 보고 싶다.

부끄러움이며 교만 한 구석도 없는

그런 나를 보고 싶다.

 

비여

네 가르침 앞에 선다.

무릎을 조아려야 하는데 하다가

우산으로 가리고 만다.

 

알 수 없는 까닭

 

빗소리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