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비오는 날에는
(67회)박 재 형
비오는 날에는 그리움과 기다림의 뒤숭숭한 마음이
빗소리에 개짓는 소리도 잠기는 고향이 생각난다.
비오는 날에는 솔가지위에 앉은 외가리가
새끼를 안고 푸드득거리다 날밝기를 기다리며
긴부리를 딱딱거리는 고향소리가 생각난다.
비오는 날에는 떨어진 배, 터진 봉지 사이로
달려들어 끌고가는 긴 개미행군 그림자가 생각난다.
비오는 날에는 댓돌위에 올라앉은 청개구리가
물끄러미 비를 보며 마지막 불효를 걱정하는 눈이 생각난다.
비오는 날에는 냇가에서 고동을 줍다,
원두막에서 솔갈비로 지핀 불에 웃통을 말리며 웃는 동무들이
멀리서 들리는 어머니 소리에 흙탕물 튀기며
손살같이 뛰어가던 생각이 난다.
비오는 날에는 교련검열 운동장에 엎드려, 장대비 흙먼지에
각개전투 훈련을 하며 뜨거웠던 친구들이 생각난다.
비오는 날에는 빗소리에 들리는 찻소리가,
누구네집에 가는 손일까 궁금해하며
따뜻한 아랫목에 누워 천장을 쳐다보고 이야기하던 생각이 난다.
비오는 날에는 저녁늦게, 아버지 걱정에
우산을 들고 버스정거장에서 기다리는 누나가 생각이 난다.
비오는 날에는 마실갔던 어머니가 얻어온
김나는 옥수수에 수제비로 점심을 주며,
밖에 나간 아버지를 기다리는 생각이 난다.
비오는 날에는 논두렁에서 물꼬를 내며 하늘을 쳐다보는
할아버지 어깨위에 피어나는 김이 생각난다.
비오는 날에는 눅눅한 방 목침에 누운 할아버지를 데피려
정지에서 지핀 짚불에 아픈 무릎을 스담으시는
할머니가 생각난다.
비오는 날에는 생각나는 그리움이 다시 그리움으로 그리며
아득한 세상의 나래를 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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