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밸얘 70 - 투 써 위드 러브 II
🧑 김개석
📅 2004-02-19
👀 505
I was saying to an audience, this is who I am; look at me.
(허구한 날 수십 년을 거의 성공적으로 해왔지만서도 사실은 그 연기라는 개념 자체를 잘 모르기 때문에,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 이외의 다른 사람 흉내를 감쪽같이 낼 수 있는 그런 천부적인 속임수 재능을 불행하게도 전혀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난 (늘 그냥 나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관객에게 (바로 그러한 나만의 취약점에 대하여 결국에는 아주 솔직하고 담담하게) 말하고 있었던 셈이죠, (당신이 나의 모든 출연 작품 하나하나를 통하여 반갑게 만나 보시던 것과 똑같은 지금 현재의) 이 모습이 (바로) 저예요; (지금에서야 말이지만서도 평소의 이런) 나를 (한번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자세하게 잘 관찰해) 보세요.
비록 연기에 관한 한 절대적인 문외한인 나로서도, 과연 진정한 연기란 바로 그러한 것이 아닐까 하게끔 쉽게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실제적으로, 그러한 씨드니 포이티어의 그간의 모든 배역들을 자세하게 분석해서 통찰해 보면 커다란 공통점 하나를 누구든지 손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할리웃에서 오랜 세월을 두고 마구 난무해온 통상적인 고정 관념과는 전혀 달리, 한결같이 이지적이고 깔끔하도록 이성적인 그러한 반듯한 보통 남자인 것은 물론, 이 사회의 다수인 백인들에게 결코 위협적이지 않으면서도 정의롭게 당당한 위풍과 세련되게 제한된 분노를 애써서 감추지 않는 그러한 용감한 흑인 남자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렇다. 그를 대할 때면 이상스럽게도 문득문득 그가 흑인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들의 마음 속에는 그가 이미 그의 까만 피부 너머에 너무나도 도도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리라.
대망의 1963년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을 당당하게 거머쥔 그 직후의 기자 회견에서 어떤 백인 기자가 아무런 생각 없이 한마디 묻는다. 하나의 흑인으로서 최초로 이토록 엄청난 상을 받은 소감이 과연 어떻습니까? 잠시의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엄청나도록 신중한 생각으로 맴도는 그의 까만 눈동자들 속에는 순간 자제의 증거가 역력하지만 단 한순간에도 지속되는 기쁨의 미소를 멈추는 어리석은 일은 없다. 드디어 그가 그 속없는 기자를 향하여 찬찬히 또박또박 말문을 연다. 모두가 숨을 죽이는 그런 황당한 자리가 되고 만다.
난 사실 이러한 기쁜 자리에서 당신의 그러한 무례한 질문에 성실하게 답할 준비가 불행하게도 전혀 되어 있지 않거든요. 난 솔직히 말해서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할지 무척이나 무서워지는 상황이거든요. 그러니, 나중에 내가 정신을 차리면 당신에게 개인적으로 조용히 답을 하면 어떨까요? 그리고 이런 현실적인 사항들을 항상 염두에 두시는 것이 피차 속이 편할 꺼예요. 난 사실, 하나의 흑인 배우이기에 앞서서, 보통 인간이고 남자이고 남편이고 아버지이고 형제이고 아들이고 배우이고 예술가이고 철학가이고 등등 평소에 맡아서 하는 일들이 꽤나 많은데도 불구하고, 오늘 이 자리에서 굳이 그 중의 한가지만 끄집어내서 얘기한다는 사실 자체가 굉장히 언짢거든요. 우리 서로 솔직히 까놓고 얘기해서, 난 내가 그냥 단순히 흑인이었기 때문에 오늘 이러한 영광스러운 상을 받았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데, 당신의 생각은 과연 어떤지 알고 싶네요. (와우, 짝짝짝짝. 속이 다 후련하네. 역시 물건은 물건이네. 그럼 그렇지. 그 당시 미국의 아카데미상 심사위원들이 모두 한꺼번에 눈들이 삐지는 않았겠지.)
아무리 일시적으로 당장 돈이 궁해도, 아무리 만삭의 첫 흑인 아내와 함께 뉴욕 한겨울의 얼어붙은 아파트에서 굶어죽을 판이 되더라도, 자신의 마음에 내키지만 않으면, 그렇지 않아도 현실적으로 엄청난 제도적 인종 차별의 피해를 당하고 있던 그 당시 미국 흑인들에게 자신의 철없는 흑인 비하성 배역으로 말미암은 일말의 누도 끼치지 않으려는 그러한 당찬 일관적인 연기 철학에 걸맞지 않으면, 남이 아무리 좋다고 밀어 붙이는 큰 돈 벌 수 있는 배역이라도 단호하게 물리치는 꼿꼿한 연기 자존심의 소유자인 그를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순간적으로, 비슷한 경우에 비슷한 행동을 취한 우리의 차인표 생각이 난다. 일시적인 상업적인 성공을 위하여 할리웃식의 판에 박힌 고정 관념에 바탕을 두고 쓰여진 007 영화 대본을 미리 읽어본 그가 단호하게 취했던 그 출연 거절 결정이 유난히 돋보이는 순간이다.
바로 얼마 전에 일시적으로 삐딱한 상업적인 마음가짐으로 일부러 금덩어리 장식이 달린 자신의 오른쪽 젖을 전세계에 확실하게 노출했던 미국의 싸구려 가수 쟤닛 잭슨은 우선 차치하고라도, 비록 까만 털 안달린 웃통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몫돈만 생긴다면 연기자로서의 자존심이고 뭐고 유교적인 체면이고 뭐고 순식간에 서로들 옷들을 홀라당 벗어버리는 남고려(South Korea)의 소위 유명 여자 연예인들 소식을 접할 때마다, 이곳 실밸에서의 맨 정신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감정이 생기는 것도 과연 이와같은 중추적인 맥락에서가 아닌가 하는 일종의 의구심이 생기는 순간이다.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명확한 사실 때문이리라. 겉으로는 결코 그렇지 않은 것 같지만서도, 이곳 미국에 사는 거의 모든 양식있는 사람들은 그러한 싸구려 밑구녕 그림들을 전혀 일종의 고귀한 예술이라고 여기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걸 모르고 거기서 함부로 날뛰는 여자들은 물론 그러한 응큼한 분위기를 인위적으로 조성하는 남자들도 그저 딱하기는 매한가지다. 참고로, 진짜 미국은 그리고 진짜 미국인들은 의외로 거의 모든 면에서 무척이나 이성적이고 실용적이고 합리적이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극도로 보수적이다.
최근에 몰래 남태평양의 아름다운 외딴 섬 팔라우에서, 과거의 일본 군대에 강제로 끌려가서 정신대 노릇을 한 불쌍한 할머니들을 돕겠다는 아주 엉뚱한 발상으로 눈먼 돈을 한껏 벌기 위해서, 아주 느긋하게 맨살로 실컷 찍어 오고서도 처음에는 인천 공항에서 시치미 뚜욱 떼고서, 결코 아니라고 그냥 간단한 화보집이라고 애써서 우기던, 그 얼굴이나 몸매나 모두 예쁘지만 과연 변변한 철딱서니 하나 만큼은 전혀 미처 갖추지 못한 것 같은 이승연 양이 단 한순간이라도 우리의 씨드니 포이티어의 진면모를 미리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면 과연 지금쯤 인간적으로 사회적으로 그리고 직업적으로 완전히 몰락하고 있지는 않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자못 딱한 마음이 앞서는 순간이다. 그나저나, 본인의 뜻과는 전혀 관계도 없이 알게 모르게 그 누드 화보집 촬영에 분명히 일조했을 우리의 한참 순박하고도 몹시나 외롭고도 무척이나 멋있는 그 팔라우 미스터 김은 그토록 위풍당당하던 이승연 양이 지금 이렇게까지도 철저하게 거의 하루아침에 풍비박산이 난 지금쯤 과연 무슨 상념에 잠겨 있을까나. 과연 이러한 딱한 소식을 알고나 있는 건지.
하여튼, 평소에 자신이 일부러 그런 식으로 꼬장꼬장하게 자신의 배역을 일관적으로 매몰차게 몰고 갔든 아니든, 의외로 당당한 흑인 위상의 상징인 우리의 씨드니 포이티어는 결과적으로 이곳 미국에서와 궁극적으로 더욱 나아가서는 남아공에서의 배타적인 인종 차별 정책의 근본적인 타파 노력에 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영화상으로나마 숭고스러운 초창기 불을 지핀 멋진 사람이 되고야 만다. 그의 그러한 당시로서는 도저히 미처 상상할 수도 없었던 엄청난 흑인 배역들을 아무런 무리없이 훌륭하게 감동적으로 소화해 냄으로써 그간 온갖 편견으로 꽁꽁 얼어 붙어 있던 다수 백인들의 마음속 빗장을 하나하나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풀어내리는 그런 엄청난 인류적 과업을 수행하게 된다. 그리하여 미국에서의 1960년대 민권 운동의 숨은 선구자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여담으로, 그가 한 명의 정식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곳 미국 할리웃의 월트 디즈니사의 최근 총이사회에서, 한동안 잠시 고전하는 회사 경영 사정을 빌미로 자존심 상하게시리 캄캐스트라는 어떤 잘 나가는 다른 회사가 파격적인 인수 제의를 해왔으나, 우선 단번에 거절했다고 하는데, 혹시나 그 꼬장꼬장한 우리의 씨드니 포이티어가 한마디의 자존심적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는지 자못 궁금하다.
아 그리고 또 마지막으로, 정든 바하마를 거의 빈 손으로 떠난 이후 정확하게 8년 동안 그는 그러한 금덩어리를 남들처럼 손쉽게 길에서 줍지 못하는 현실적인 미안함으로 말미암아 고향에서 자신을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던 사랑하는 부모 형제들에게 단 한 통의 편지도 빈 봉투로는 차마 보낼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아주 오랫동안 단 한 줄의 소식도 전혀 없는 그러한 그를 두고 그의 고향에서는 당연히 그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라고 체념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지난 1950년에 처음으로 처녀 출연한 영화 한 편이 대박을 터뜨리자 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은 조용히 혼자서 담담하게 고향 섬을 찾는 일이었다고 한다. 일종의 나홀로 금의환향인 셈이다. 시끌벅적한 것을 원래 싫어하는 그의 차분한 성격이 여기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n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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