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밸얘 67 - 실밸 자녀 교육기
🧑 김개석
📅 2004-02-07
👀 496
여보게, 예전에 문득 약속한 대로 여기 이렇게 두서없이 한 자 적네. 다소 길지만 양해 바라네.
한중일처럼 평소에 소싯적부터 젓가락으로 손재주 연마할 기회가 전혀 없는 이곳 미국에선, 유치원(Kindergarten) 전의 보육원(Preschool) 시절부터 고교(High School) 졸업 때까지 줄곧 줄기차게, 항상 뭔가를 머리로 스스로 생각하고 손으로 그리고 가위로 자르고 뚝딱거리며 만들어서 정해진 시간 내에 제출하게 하는 창조적 숙제(Homework)를 꽤나 많이 내주는 편이네. 그 통에 자녀 교육(Education)에 관심있는 대부분의 여느 부모들도 엄청 스트레스 받고 하네.
그리고 한가지 여기 교육의 특이한 사실은 절대로 암기(Memorization)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네. 학교에서는 하다 못해 구구단도 외우라고 시키지 않더라고, 나 참. 편리한 계산기 다 있는데, 왜 굳이 그걸 외워야 하느냐는 논리지. 실제로, 여기서는 SAT(Scholastic Aptitude Test) 즉 대학 수학 능력 측정을 위한 영어(English)와 미적분(Calculus)도 아닌 대수(Math 또는 Algebra) 시험 중 대수 시간에 계산기 사용이 오히려 의무라네. 평소에 학교 교과서(Textbook)나 필기한 공책들 쫘악 펴놓고 시험 보라는 것은 예사고, 주말 이틀이나 지겹도록 길고도 긴 방학엔 철저하게 선생들이 모두 한꺼번에 약속이라도 한 듯이 숙제를 하나도 내주지 않고 일부러 뺑뺑 놀게 만들고, 그러나 평일에는 집에서 해가야 할 각종 숙제가 산더미라네. 요점은, 각종 시험 후 잊어 버리면 그만인 단순한 문제 해답 기억 능력보다는 인생에 있어서 장기적으로 꼭 도움이 될 수 있을 포괄적인 문제 해결(Problem-Solving) 능력(꺼떡하면 전세계의 분쟁 해결사 노릇을 즐겨 자청하는 일반 미국인들의 평소 태도도 이러한 교육적 관점에서 볼 때 과연 우연이 아닌 필연일 수도 있네)에 중점을 둔다는 아주 평범하지만 매우 그리고 너무나 중요한 미국식 실용주의에 바탕을 둔 합리적인 교육 철학이 그 얼뜻 보기에는 한심한 것 같은 밑바탕에 확실하게 쫘악 깔려 있다는 거네. 기억은 순간적이지만 능력은 영구적이라는 얘기네.
물론, 모든 각급 학교 교과서 자체가 오자나 탈자도 전혀 없이 철두철미하고, 그 내용도 완벽 이상이고, 구성 자체도 아주 깐깐하고, 보충 설명도 너무너무 자세하고, 내용면에서도 굉장히 깊고, 모든 홀수 문제의 자세한 정답과 친절한 풀이 과정은 책 뒤에 아예 붙어 있고, 짝수 문제의 그것은 선생들에게만 배포가 되나, 홀수를 풀 수 있으면 그에 상응하는 짝수는 물론 눈감고도 풀 수 있게 고안되어 있으므로, 애매모호한 점이 하나도 없이 완벽하므로, 아예 영어 사전을 제외한 어떤 종류의 다른 참고서도 필요 없고, 또 그러한 참고서라는 개념도 아예 없고, 따로 학습지라는 것도 개념조차 없고, 물론 교육 환경 사정이 이러하니 과외 공부라는 건 그 개념조차 아예 없는 어쩌면 참으로 \'이상스러운\' 꿈같은 곳이라네. 방과 후의 무료 교내 취미 활동도 아주 다양하게 천지로 널려 있네. 연극, 미술, 수영, 각종 운동, 치어 리딩, 여행, 악대 등 머리 싸매고 공부하는 것만 빼고 거의 모든 것이 언제든지 원하는 모든 학생들에게 순수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제공되고 있네.
그리고 일정한 천재 시험을 거친 학생 개인의 능력에 따라서 어릴 적부터 학교에서 아예 특별 시간표 짜놓고 일종의 천재 교육을 짜투리 시간에 따로따로 시킨다네. 관심있는 선생들의 엄청난 자발적인 헌신이지. 그리고 중학교(Middle School)부터는 애들 진척 상황을 하나하나 면밀히 지켜보고 자세하게 분석한 후 웬만한 과목들은 대개 아예 엄청나게 수준높은 대학교 교과서로 공부를 시켜 버린다네. 물론, 과목별로 월반도 얼마든지 가능하고.
아주 간단한 교육 논리 - 교육의 기본 자료인 학교 교과서가 그토록 충실하니, 보충 설명 참고서는 물론 보충 과외도 아예 원천적으로 불필요 - 누구든지 눈감고 혼자서 독학을 하더라도 마음만 정성스레 집중하면 무난하고 완벽한 이해가 가능한, 더 이상의 그 무엇도 불필요한, 각급 그리고 각종 교과서의 내용과 그 전개 방법들. 책이 이렇게나 충실하니, 어떤 부모들은 아예 애들을 학교에 안보내고 홈 스쿨링(Home-Schooling)이라고 하여 집에서 자신들이 직접 교육시킨다네. 하여튼 그러니, 선생들도 대개 뭘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확실하게 표준화가 이미 되어 있는 셈이지. 물론, 선생에 대한 촌지라는 비굴한 뇌물 개념도 아예 없네. 그러나 선생들은 매 학기 중 중간에 한번은 꼭 부모들을 한꺼번에 학교에 초대하여 자신의 애들이 앉는 책상 앞에 앉히고는 중요한 학습 사항에 대하여 미리 시간 정해 놓고 공식적으로 친절하게 설명한다네. 선생도 학생의 부모에 대해서는 이름과 주소와 긴급 전화 번호와 결혼 상태 등을 제외하곤 일절 아는 게 없다네. 모든 학생들을 철저하게 공평하게 다뤄야 하므로 괜히 더 이상 개인적인 사항들을 이것저것 알 것도 없네. 아주 너무나들 순수하고 착하고 신사적이고 합리적이고 진심으로 열심이네.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학교라는 데가 그 애초의 순수하고도 성스러운 교육의 의무 내지는 책임 자체를 의도적으로 상실하거나 비겁하게 회피할 만한 그러한 어정쩡한 여지가 아예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는 거네.
그리고 선생들은 모든 학생들의 인격을 정말로 존중하네. 선생이 때리거나 체벌을 준다는 것은, 형사적으로 국가에 의하여 감방으로의 직행과, 민사적으로 피해 학생의 부모에 의하여 엄청난 액수의 피해 소송을 의미하네. 학생 개개인의 성적을 공개적으로 발표하여 자존심을 함부로 짓밟는 그런 무식한 행위는 아예 전무하고, 굳이 교실에 또는 교실 문에 공개적으로 방을 붙여야 할 경우에는 학생 이름 대신에 자신만이 알 수 있는 사회 보장 번호 순으로 열거하고, 학급 전체 학생의 상대적인 순위 평가 보다는 절대적인 점수 평가에 의하여 각 과목에 대한 최종 평가를 내리는 편이고, 그러니까 학생들 서로 간의 머리싸매는 너죽고 나만 살자는 식의 극도로 이기적인 딱한 생존 경쟁이 아닌 자기 자신과의 외롭고 의연한 경쟁만을 시킴으로써 학생들 간에 서로서로 모르는 부분을 스스로 도와주는 면학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조성하여, 평소에도 그로 인한 진정한 우의를 다지게 하고, 무슨 공부 어쩌다가 잘하는 놈은 어쩌다가 그 공부는 좀 못하지만 계속해서 그걸 더 배우기를 원하는 놈을 모두 자발적으로 방과 후에 직접 붙잡고 가르치게 함(Tutoring)으로써 자연스런 평준화를 유도하고, 착하게도 동료 학생을 가르치는 학생(Tutor)은 나중에 대학 원서 쓸 때에 선행 한가지를 더 추가할 수가 있으니 좋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모두들 척척이네. 그리고, 점심 급식표는 모두 우편으로 사게 함으로써 그 와중에 가난한 집 학생들에게는 우편으로 신청만 하면 역시 우편으로 아무런 특별 표시가 안된 정상적인 급식표가 배달됨으로써 많은 경우 부모만 그 가슴아픈 도움 사실을 알 뿐 해당 학생들은 그러한 사실 조차 모르는 채 친구들 사이에서 자존심 안 상하고 깨끗하고 천진난만하게 똑같은 점심 같이 잘 먹으며 맘껏 자랄 수 있게 고차원적이고 장기적인 인간적 배려를 하네.
여기서는 보통 교과서 한 권이 최고급 인쇄 양질로 사오백 페이지나 되므로 무척 무겁고, 한 권에 보통 백불 이백불이나 하는 고가(그러므로 저자나 출판사도 모두들 신이 나서 충분한 예산으로 똑부러지도록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내리라)이고, 모두 정부 예산으로 시시각각 각 학교에서 단체로 구입하는 학교의 소유물이므로, 학생들은 교과서에 어떤 형태로든지의 낙서나 자연적 마모가 아닌 훼손을 할 수 없으며, 학기 초에 각 교과서의 겉장 뒤의 정해진 난에 자신의 이름과 인수 날짜를 주욱 강제로 쓰게 되어 있어서 자신의 선배 사용자들을 모두 한눈에 접할 수 있고, 만약에 분실과 손상 시에는 나중에 부모에게 고약한 잔소리 편지와 함께 피해 보상 고지서가 날라오며, 교과서의 평균 수명이 10년 이상(그래서 내용면으로 퀘퀘 묵은 것들도 종종 있지만, 그때그때의 부록 등으로 해결하리라)인 것은 예사이고, 책들이 너무나 무거워서 자연스럽게 학교 구내에 열쇠달린 개인 사물함(Locker)에 쳐넣고 집에는 거의 빈 손으로 가게들 했으나, 그 사물함들이 일부 불량 학생들에 의하여 각종 마약이나 무기의 은신처로 사용되자 대개는 폐쇄하는 편이고, 이제는 아예 학기 초에 각 학생 집에다가 숙제용의 한 벌의 책들을 빌려주는 것 외에 각 과목 전문 교실마다 각 책상 앞으로 한 벌의 여벌을 마련하여 교실 수업을 하는 방법으로 교과서의 무리한 하중 문제를 해결하는 추세라네.
그리고 여기서는, 공부를 아예 잘하는 학생들은 집안 형편과는 상관없이 천지에 널린 각종 장학금(Scholarship)으로 원하는 대학에서의 수학을 할 수가 있고, 집안 형편이 워낙 힘들거나 대학 못간 부모들을 가진 학생(대표적인 예로, 지금 현재 미국 민주당 예선에서 거의 2등을 하고 있는 장래의 부통령 후보 지명감인 쟌 에드웟즈도 그의 부모는 그 흔한 대학 교육을 못받았다네)들은 공부나 성적에는 거의 상관없이 일단 어느 수준만 되면 각종 정부 보조금(Financial Aid)을 받으며 약간의 일도 하며 대학에서 아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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