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밸얘 28 - IBM 소송 사태로 본 강자가 약자를 무서워하는 사회
🧑 김개석
📅 2003-11-07
👀 288
IBM lied to me.
(과거에 약 14년간 이곳 남부 실리콘 밸리의 일반 주택 단지 한가운데에 위치한 세계적인 대기업 IBM의 컴퓨터 하드 디스크 생산 공장의 청정실에서 평소 취급하던 온갖 화학 약품의 독한 냄새에 눈과 코가 빼꼼하게 그대로 노출된 채로 미세 먼지에 의한 생산품의 오염 방지만을 위해서 고안된 토끼옷을 입고 그러한 작업 환경이 인체 건강상 절대로 안전하다는 회사 상사의 그럴싸한 말만 철썩같이 믿고 수시로 강요되던 회사 비밀 고수 방침을 지키기 위하여 타인들에게는 회사 일에 대하여 되도록 쉬쉬하며 나름대로 열심히 일했으나 결국 꽤많은 다른 직장 동료들처럼 유방암에 걸려서 절제 수술을 받아야만 했던 멕시코 출신 알리다 허난데스라는 전 종업원이 바로 몇달 전에 우연히 미국 언론에 아차 실수로 공개되었던 IBM내 각종 암환자 종업원 분포 실태 장기 조사 비밀 보고서에 격분하여 옛날 직장 동료와 함께 그것을 근거로 어마어마한 손해 배상금을 요구하는 민사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곳 싼타클라라 법정에서 최근 열리고 있는 공판에서 무작위로 차출된 12명의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을 쳐다보며 어제 증언한 말인데) IBM이 (애초부터 불안전한 작업 환경에 의한 발암 사실을 분명히 알면서도 아무런 실질적인 종업원 건강 보호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로 발암 실태 비밀 조사까지 하면서도) 나한테 (절대로 안전하다고) 거짓말을 했어요. (다소 흥미로운 그녀의 관련 증언 한토막에 의하면, 과거 어느 날 IBM 회사 작업 비밀 고수 방침을 곧이곧대로 준수하다가 상사에게 걸려서 잘했다고 백불짜리 특별 보너스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 현재 약 200개의 거의 똑같은 민사 소송이 IBM을 겨냥하여 이곳 법원에 계류 중이며 이곳 실리콘 밸리 뿐만이 아니고 미국 내의 하이텍 기업 대부분이 이러한 IBM 사태의 추이를 주의깊게 지켜보며 혹시나 자기들한테도 대량 민사 소송 불똥이 튀길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참고로, 여기서는 이러한 민사 소송의 경우 재정적이나 신체적이나 정신적으로 억울하게 직접적인 피해를 보았다고 느끼는 원고는 일단 누구든지 자기 비용 한푼 안들이고도 원하는 변호사를 Contingency Fee라는 성과급 수임료로 얼마든지 고용하여 이기면 미리 정한 비율로 나눠먹고 지면 그만이고 하는 식이기 때문에 아무리 막강한 피고일지라도 그 어떤 사회 구성원이라도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총체적인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 그리하여 각종 기업체는 물론 정부 기관도 일반 대중의 편의와 안전을 위하여 또는 일단 법적으로 지면 너무너무 그 재정적 피해가 심각한 대량 민사 소송 사태를 미리 사전에 피하기 위하여 항시 전전긍긍하며 맡은 바 소임을 정말로 철저하게 하는 편이다. 간단히 예를 들면, 어떤 회사가 물건을 대강대강 만들어서 출시했다가 만에 하나 사용 고객 중 피해자가 발생하면 하루아침에 웬만한 회사의 사활이 걸릴 수도 있고, 어떤 시 당국에서 시내 도로 시설물 정비를 게을리했다가 그것 때문에 치명적인 차량 사고라도 발생하면 그 피해액 보상 문제로 웬만한 시 정부의 예산이 불시에 위태로워짐은 물론 담당 공무원의 밥줄 내지는 주민 선거로 당선된 그 기관의 수장 마저도 다음 선거에서 위태로울 수 있다. 과연 똥이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고 더러워서 피하는 격이다. 그러니 비교적 아주 간단한 밑져야 본전 제도 하나로 강자가 약자를 두려워할 줄 아는 올바른 사회가 인위적으로나마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 그에 따른 폐단도 좀 있지만 전체로 보면 득이 훨씬 크다.
여담으로, 이번에 문제가 된 그 하드 디스크 공장은 우리집 어귀에서도 그 건물 뒷부분이 낮은 철망담 사이로 빤히 보일 정도로 아주 가까운데, 예전부터 거의 매일 이상스럽게도 꼭 밤만 되면 그 건물 지붕 위의 작은 굴뚝에서 알 수 없는 하얀 연기를 밤새도록 내뿜어서 우리도 항상 궁금한 채로 다소 걱정했으나 그 공장이 재작년에 어떤 일본 회사에 매각된 후로는 그런 현상이 말끔히 사라졌으며, 옛날에 하루는 내가 하도 답답해서 우리 동네에 저녁 때마다 종종 떠돌던 쾌쾌한 냄새의 정체 파악을 위하여 관련 당국에 신고한 기억도 있다.
아무튼, 이번 IBM 사태에 대한 최종 결과야 뚜껑을 열어 봐야 알겠지만서도 믿을 만한 구석 하나가 또 줄어드는 것만 같아 약간 찝찝하기도 하다.
P.S. 이 글 쓰던 도중 조금 아까 내 책상이 번쩍하고 들리는 쪼끄만 지진을 경험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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