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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자년 새해
(시) 경자년 새해
                      시인 신성수

그해 첫날은 영하 팔도였다. 동파(凍破)를 대비해 틀어놓은 물소리는 새해라고, 서둘러 맞이하라고 나를 부르는 것이었다. 눈이 왔으면 했지만 찬바람만 어둠 속에 머물러 있었고 새해 첫 뉴스 올해도 힘들게 읽히는 것이었다. 올해는 일출도 맞이하지 못했다. 재개발로 더 이상 산을 향하는 것은 부끄러움이었다. 산은 언제부터 불면에 시달렸을까. 거기 발을 내딛는 것은 산을 더 야위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고 결국은 텔레비전으로 새해를 맞이하고 말았다. 산으로 향해야했다. 거기 계곡에 세수를 했어야했다. 차가운 물에 얼굴을 담그고 교만을 씻어내야 했으며 이웃을 배려하지 못하고 나만 앞세워 온 시간들을 반성해야했다. 그러나 나는 새해 첫날부터 변명을 만들고 말았다. 성당도 가지 말아야했다. 통회의 기도가 아닌 습관이 되어버린 손 모으기, 무릎도 꿇지 못하면서 소망만 앞세우고 있었다. 무서웠다. 낮은 곳으로 오신 주님을 우러르지 못하는 너는 누구냐는 준엄한 꾸짖음을 들으며 고개도 들지 못했던 회갑의 새해 첫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