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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사회도 \'준비\' 개념 없는 나라 안타까워
주식으로 돈 번 40대… 모교장학금도 10여차례 \"정부도 사회도 \'준비\' 개념 없는 나라 안타까워\" “이 땅에 사는 사람으로서 아픔을 같이 나누고자 할 뿐입니다. 10년, 20년 후에도 제가 똑같은 일을 할 수 있다면 그 때 제 이름을 밝히고 싶어요.” 평범한 개인이 익명(匿名)을 고집하며 조선일보사에 수재의연금으로 1억원을 기탁했다. 경기도 성남시에 사는 P(42)씨는 19일 오전, 인터넷뱅킹을 통해 수재의연금 1억원을 넣었다는 계좌이체 확인서를 조선일보사에 팩스로 보내며 “기탁자 명단 게재시 익명으로 처리 바랍니다”라는 메모를 덧붙였다. P씨는 이어 오후에도 한 차례 전화를 걸어와 익명 처리를 신신당부했다. P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제 이름이 나가게 됨으로써 주변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것이 부담스럽다. 그렇게 되면 삶을 대하는 내 태도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익명을 고집하는 이유를 밝혔다. 그는 또 “이런 일을 하는 데 꼭 이름을 밝혀야 될 이유가 무엇이냐?”며 “자신의 명예를 위해 기부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도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으며 여러 차례 자신의 신분이 드러나지 않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10여년 전 갓 생겨난 한 정보통신 벤처기업 창립멤버였다는 그는 업체 성장과 함께 보유하고 있던 주식값이 올라 돈을 벌었다고 했다. 현재 20여억원 정도 재산을 갖고 있으며 3년여 전 독립해 성남에서 개인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 P씨의 간략한 자기소개였다. P씨의 고향은 이번 수해로 큰 피해를 입은 대구. 하지만 친·인척들이 모두 수도권 일대에 살고 있어 수해의 직접적인 피해자는 없다고 했다. “지인, 친·인척들이 모두 안녕(安寧)한 것은 다행이지만, 언론매체를 통해 접했던 수재민들 참상에 마음 한켠이 계속 무거웠어요. 코끝이 시큰해진 것도 여러 차례였죠. 특히 없는 사람들만 피해를 당하는 것 같아서….” P씨는 “없는 자들을 위한 가진 자들의 희생이 없다면 이 땅에 희망은 없다”며 “공식적인 경로를 통한 기부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이제부터 죽는 날까지 내가 가진 것을 모두 나눠주고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출신 중·고등학교에도 후배 명의를 빌려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며 10여 차례 장학금을 기탁한 적이 있다고 했다. P씨는 부인과 자녀들에게도 이번 성금 기탁에 대해 상의하거나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냥 겸손하게 살고 싶을 뿐입니다. 아내에게는 이제 ‘진실’을 이야기해야죠. 아마 ‘잘했다’며 제 어깨를 두드려줄 겁니다. 저보다 훨씬 소외된 이웃들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이니까요.” 그는 전화를 끊기 전에 가시 돋친 한마디를 던졌다. “언제까지 이런 재해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해야 되는 겁니까? 미리 대비를 했다면 피해의 상당 부분은 방지될 수 있었을 겁니다. 정부가, 사회가 ‘준비’라는 개념을 전혀 갖고 있지 않아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최승현기자 vaidale@chosun.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