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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어요.
예전 삼미 슈퍼스타즈의 장 명부라는 걸출한 재일교포 출신 투수가 있었습니다.

그가 언젠가 인터뷰에서 자기는 다중인격자라고 아내가 그랬다고 웃으며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전까지는 이중인격자는 들었어도 다중인격자라는 단어는 들어 본 적이 없어

재미있는 표현이라 생각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그리고 그런 다양한 성격들과 부디끼며 살다보니....

아, 다중인격이 이런거구나...하고 나 자신에게 쓴 웃음을 지은 적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오래 만나다보면 죽고 못 살것같아 결혼이란 것을 한 부부도

세월이 지나면서 불만이 쌓이고 엇가는 일들이 생겨 다툼이 납니다.


얼마전 T.V에서 부부가 나와 서로 칭찬하고 흉도 보는 프로를 본 적이 있습니다.

거기에서 부부간 다툼이 생기면 오작교라는 곳에서 다리를 사이에 두고 대화를 합니다.

대화가 잘 풀리면 서로 중간에서 만나 "여보, 사랑해."하고 화해를 하고

골이 깊어지면 "이따, 집에가서 봐!"..하고 돌아섭니다.


공개적으로 화해를 하거나 싸웠기에 관심을 가지고 보긴 했는데

볼 때뿐, 결과는 나와 상관없으니 차후 일은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어쩌다 생각이 나서 글을 올리면서 "집에서 봐!"했다면 난 어땟을까 생각해봤는데

결국 누군가 상대를 배려해주지 않는다면 끝장이 났을 것 같습니다.

애가 몇이건 쥐고있는 것이 무엇이건 흙탕물이 아니라 똥물에서라도 미운 것과는 못사니까.

그게 내 성격이니까.....그렇게 생각합니다.

물론 돌아보면 나도 그런 경험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아직 같이 부부생활을 하는 걸 보면

그것도 내가 가진 다중인격중 하나가 아닌가...합니다.


아내도 스스로 옳다고 믿는 일에 절대 타협하는 성격이 아니고

져주지 않는 아내와 살만큼 성격 좋은 남편도 아닌 내가 이기지도 않은 일에

터질것같은 분노를 안고 같은 지붕에서 살지 못 할 것 같은데 분명 몇번이나

다툼이 있었고 서로 졌다고 한 적이 없는데 아직 사는 걸 보면 불가사의합니다.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동호회라는 것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같은 연령층, 같은 취미, 같은...뭐 공감, 공유하는 크고 작은 명분을 만들어

동호회라고 만들어 활동들을 하는데 어쩌다가 나도 그런 동호회에 가입했습니다.

40몇해를 그저 그런 평범한 놈으로 살다가 얼굴을 보지 않고 글로 자신을 표현하는

당시로는 특이한 환경에 재미가 들려 활동을 했는데 어찌하다보니 거기서 운영권이라는 걸 맡았습니다.

한때는 1,600명이 넘는 남녀가 가입을 해서 그중 3~400명이 참여를 했던 동호회입니다.

재미있는 건 평소엔 흔적도 남기지않는 회원들이 무슨 분쟁만 생기면 튀어나옵니다.

나름 기여를 하겠다는 것이고 보아하니 이놈은 잘했고 저놈은 못했다는 나름의 판결문을 쥐고

이편 저편 들어주고 동조를 하다보면 걸 뭐라고 하나요?

맞짱이 다구리로 변하고 약한 놈 편은 일방적으로 깨지는 게 아쉬운지 힘을 보태는 사람도 생깁니다.

운영권을 가지고 있다보니 양분되고 모래알이 될 것같은 위험스러운 지경이면 중재를 합니다.

얼굴보고 주먹질하는 게 아니니 촌철살인 주둥이로 아니, 손가락으로 상대를 쥐어팹니다.

상대 주먹이 나오기 전에 운영권을 가진 나는 삭제를 합니다.

문제는 스스로 격했음을 알고 사과를 하고 자진 삭제를 해야지

강요에 의한 삭제는 그 삭제를 권한 사람에게 더 큰 대가가 있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입니다.



언젠가 나도 하도 열이 받아 강제 삭제를 했고 삭제에 대한 변명을 거하게 써놨습니다.

의견을 듣지않고 자신의 글을 삭제당한 사람과 그를 옹호하는 사람들의 반발은 당연합니다.

표적이 나로 옮겨지고 중간에서 보고만 있던 더 많은 회원들중 하나가 만나자고 했습니다.


얼굴을 보지않고 상상속으로 그려지는 상대는 예전에 보던 사람이지만 그 사람과는 다릅니다.

좋은 점은 하나도 안 보이고 상상속의 주이공은 나이기에 강자라 일방적으로 매도합니다.

그런데 직접 만나서 얼굴을 보면 글에서처럼 대뜸 주먹질부터 하기 어렵습니다.

남에게 보여야 할 자신의 인격때문일수도 있을거고.....

어쨋거나 그렇게 얼굴을 맞대하면 대부분은 앙금을 안겠지만 상대를 인격으로 대해야 하게 됩니다.

거기에서 중재를 한 사람이 "믿어요."라고 하면 앙금도 대부분 가라앉아 희석됩니다.



나는 휘문교우회 공개 게시판에 글이 올라오지 않도록 내가 속한 69회 게시판에만 비공개로 올립니다.

육두문자를 써도 잘 난척을 해도 나와 3년동안 같은 학교를 다닌 친구들은 뭐든 이해해주리라 믿고

마음에 안든다고 같이 쌍소리를 써도 친구니까 그리고 중간에서 중재해줄 친구가 있으니까 거기에만 올립니다.



69회도 몇년전 30주년 주관 체육대회를 했고 끝내고 좋은 소리 싫은 소리 많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나도 선배한테 대드는 불학무식한 놈, 같은 학교라도 손가락 돌려 들어온 놈 소리도 들었습니다.

내가 대접을 받으려면 내가 먼저 대접을 해야한다는 성격같은 글귀도 있습니다.


선배님이 팼으면 맞죠.

원래 때리면 발 못 뻗고 자고 맞으면 발 뻗고 잔답니다.

뭣때문에 고생고생하며 체육대회를 주관하셨습니까?

우스개 말로 주관하시니 살림살이가 펴지셨습니까?

보람이고 물욕없는 욕구의 충족입니다.

주관하면서 별의 별 선후배 겪어보지 못했습니까?

그거 다 웃으며 잘 넘기고 선후배 박수받고 잘 마무리도 했습니다.


한 호흡 가다듬고 가을 하늘 맑으니 보고 수확걷는 가을 땅에 한해 삶이 있으니 둘러보십시오.


우리 주로 휘문고가 명문이라고 합니다.

교주가 훌륭해서 명문이 아니라 그 휘문고를 나온 동문들이 바르게 뿌리를 내려서 명문입니다.

그런 명문을 나온 동문이라면 언젠가 다시 만취 상태에서(표현대로라면) 보여줄겁니다.

명문고를 나온 사람답게 말입니다.


숨 한번 더 쉬고 나면 체력도 보강됩니다.

그때도 마음에 안들면 그때가서 한번 더 한바탕 붙어보시죠.


나는 믿어요.

내세울 게 없어 동기 게시판이 아니면 나서지 못하는 내가 굳이 공개 게시판을 이용하는 것은

내가 휘문고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선후배님들도 믿기에 지켜보고 있을 겁니다.

 혹시 이 글이 또 다른 분쟁을 낳는 불씨가 된다고 '씹는' 분은 안 계시겠지요?


믿.습.니.다.

휘문고 69회 김 세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