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타’ 기획자로 유명한 송승환 PMC프로덕션 대표(52)는 최근 문화전도사로 나서고 있다. 4월 24일 서울 청담동 난타전용극장에서 열린 ‘난타와 함께하는 체험교실’에서 진행을 맡은 송승환씨는 객석을 향해 난타 이야기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이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예술교육에서 소외돼온 학생들을 위해 운영 중인 문화예술인 명예교사제 행사의 하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후원하고 있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칼로 도마를 두드리는 소리를 좋아했던 추억이 있어요. ‘다다다다다다’ 소리도 경쾌하지만, 그 소리가 나는 날은 저녁 반찬이 좀 괜찮았던 것 같아요.”
송 대표의 이야기에 서울 및 수도권 지역 중학교와 청소년 쉼터에서 온 3백여 명의 학생들로 가득한 객석이 웃음바다가 됐다. 무대 가장 가까운 쪽에 앉은 서울농학교 학생들 20명도 인솔교사의 수화와 송 대표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물통을 두드리면 북소리가 나고, 쟁반을 두드리면 징소리가 나고, 작은 냄비를 두드리면 꽹과리 같은 소리가 날 수 있고… 한 시간 반가량 두들기기만 한다면 지루할 수 있겠죠. 그래서 뭔가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있고….”
‘난타’ 공연에 앞서 송 대표가 풀어놓는 자유로운 창작 정신, 일상의 사물 속에서 사물놀이의 소리를 찾는 과정은 그대로 어린 학생들에게 문화와의 접점이자 창의교육이 됐다.

“요즘 청소년들은 학업에 매달리느라고 오히려 저희 때보다 문화경험을 더 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많은 문화를 접하고, 그것을 계기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찾고, 그 일을 찾았다면 미친 듯이 할 수 있는 정열을 가졌으면 하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청소년들에 대한 송 대표의 각별한 관심은 1964년 아홉 살 어린 나이에 KBS 아역 성우로 데뷔한 자신의 이력과도 맞닿아 있다. 성우를 거쳐 탤런트 생활을 하면서 보성중학교와 휘문고등학교를 나와 한국외국어대에 입학한 송 대표는 신입생 시절 연극의 매력에 빠져 결국 학업을 중단하고 극단 ‘76극장’에 입단했다. 연극 ‘에쿠우스’로 백상연기상을 수상하고 인기 절정이던 1985년, 그는 돌연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왜 떠났냐는 질문에 “우리나라보다 더욱 많은 공연이 열리는 미국 뉴욕과 영국에서 연극을 마음껏 보기 위해서”라고 답한 송 대표는 노점에서 싸구려 시계를 팔아가며 보고 싶은 연극 티켓 값을 벌었다고 한다.
연기에 대한 송 대표의 열정은 공연기획자가 되겠다는 꿈으로 이어졌다. 열악한 국내 공연시장에서 한 걸음 나아가 해외시장을 노린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언어적인 장벽은 당시 유행하던 ‘비언어적 공연(Non-verbal Performance)’의 도입으로 해결됐다. 한국적이면서 세계적인 소재로는 사물놀이의 리듬을 택했고, 그 배경으로는 두드릴 만한 것이 가장 많은 일상의 공간인 주방을 생각하게 됐다.
1997년 10월 10일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난타’가 초연됐고, 비언어극에 유명배우 한 명 없는 이 실험적인 공연은 연극 팬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개막 2주가 지나자 연일 매진을 기록했다. ‘난타’는 1999년 세계적인 연극제인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출품돼 최고의 평점을 받았다. 이후 ‘난타’는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4백만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제가 ‘난타’를 만들고, 공연기획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려서부터 문화를 가까이 접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뉴욕에서 문화의 다양성을 접한 영향이 컸습니다.”
문화의 힘을 몸소 체험한 그가 문화생활을 누리지 못하는 이웃들을 위한 활동을 펼치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PMC프로덕션은 2007년부터 ‘사랑의 좌석 나눔’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아름다운 가게’ 등 사회봉사단체와 손잡고 소외계층 등에게 ‘난타’ 등 PMC프로덕션의 공연을 보여주는 활동이다. 2007년 2월에는 경기 포천시의 요청으로 포천시 상계마을을 찾아 마을 주민들과 인근 군부대 장병들에게 무료로 ‘난타’를 공연하기도 했다.
“공연에서는 수익뿐 아니라 공공기능도 중요합니다. 찾아가는 공연,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에게 보여드리는 공연 활동도 최대한 많이 하려고 합니다.”
지난해 제주시 제주영상미디어센터에 문을 연 난타전용극장에서는 매주 토요일 공연장에 책 한 권을 기증하면 4만원인 관람료를 1만5천원으로 할인해준다. 이렇게 모인 책은 지역 내 ‘책 읽는 주부들의 모임’에 기증된다. 제주뿐 아니라 서울 정동과 청담동의 난타전용극장에서도 전국 중고교의 신청을 받으면 대폭 할인된 가격에 공연을 보여주는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송 대표는 바쁜 일정임에도 오는 10월까지로 예정된 ‘난타와 함께하는 체험교실’에 자신이 직접 반드시 참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학창시절의 많은 경험은 정말 중요한 재산입니다. 사회 각 분야의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겪어보는 것이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청소년 시기에 정말 좋은 교육이자 살아 있는 교육입니다. 저도 여력이 되는 한 아이들에게 좋은 선험자가 되어주고 싶습니다.” 글·남창희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