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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을의 정취
초가을의 하늘은 파아랗습니다. 이름 모를 산새들과 매미 등 가을 벌레들이 요란스럽게 울어대며 산 골짜기를 메아리칩니다. 색색의 나비와 잠자리들도 풀밭 위를 날아다닙니다. 가끔씩 산바람이 서늘하게 불어옵니다. 진돌이는 아침 내 풀려서 뛰어다니더니 땅에 배를 깔고 곤하게 자고 있습니다. 산 너머 멀리서 들려오는 여유로운 단발 비행기 소리가 어릴 적 여름방학 때 추억을 더듬게 합니다. 충청도 두게라고 들었습니다만 아주 어릴 적 기억인데도 삼삼합니다. 완행열차를 타고 온 가족이 놀러갔지요. 초가집 앞에는 제법 큰 개울이 흐르고 있었구요. 야트막한 뒷산에는 샘물이 있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짚으로 깐 흙토방 안에서 전 날 나뭇가지로 얼기설기 만든 집에 잡아 넣은 여치, 방아깨비 등이 뛰쳐나와 우리들과 같이 아침을 맞았지요. 초가집 앞의 대추나무였던가에 매미가 붙어서 울었습니다. \"맴 붙었다. 맴 붙었다\" \"야 임마, 매미가 붙었으면 나한테 먼저 얘기해야지 다른 애들이 잡아가잖아\" 형한테 혼난 기억도 있습니다. 큰누나가 뒷산 샘물가로 쌀을 씻으러 갔는데 옆집 소가 풀렸습니다. 어린 마음에도 매우 다급했지요. \"빨리 누나한테 가서 피하라고 해야 돼\" 막 소리치고 다녔습니다. 다행히 소 주인이 소를 잡아 끌고 내려왔습니다. 누나들, 형과 같이 수박, 참외 서리하러 이웃 마을 밭으로 들어갔습니다. 주인한테 들켰지요. 한데 원두막 위로 올라오라고 하더니 거기서 시원한 수박과 참외를 마음껏 먹으라고 내주는 겁니다. 서리하러 갔다가 실컷 얻어먹고 왔습니다. 그 때 인심이 그랬습니다. 바로 옆길에는 철길이 있었는데 그 철도가 아마 호남선이었을 겁니다. 철길 옆을 지나가다 기차가 오면, 누나가 기차에 빨려들어간다고 겁을 주어, 잔뜩 겁을 집어먹고 바닥에 엎드려, 풀을 손으로 움켜쥐곤 했습니다. 우리들은 기차가 올 때마다 그렇게 땅에 바짝 엎드리곤 했지요. 서울로 돌아오는 날 비가 왔습니다. 마음씨 좋던 마을 아저씨의 도움으로 소달구지를 얻어타고 역전까지 갔었지요. 우리를 데리러 오셨던 아부지가 나를 안고 계셨는데 품에서 그냥 잠이 들었습니다. 거기까지가 산골 추억의 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