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눈 흩날리던 교토
🧑 최영철
📅 2008-02-17
👀 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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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2170919437.JPG (내려받기)
<P>이 여행기는 2008년 2월 11일부터 14일까지 일본 교토대에서 개최되었던 한일 교수, 연구원들의 모임인 코어유니버시티 세미나에 참가하고 남긴 후기이다.<BR><BR>2월 11일<BR>강남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떠나는 인천공항 행 리무진버스를 세워서 탄 시각이 11시 20분쯤.<BR>예상보다 일찍 도착하여 비행기 티켓 발권을 하고 나니 곧 이어 충북대 이옥화 교수가 나타난다.<BR>이 교수는 언제나 짐이 적다. 하도 외국 출장을 많이 나가서 그런지 간단한 복장에 많은 여행에서 얻은 짐싸는 노하우가 남다르다.<BR>나는 해외에 나갈 때마다 짐을 줄이고 줄인다 하면서도 여행 끝날 때쯤이면 쓸모없는 짐이 언제나 한두 가지 나타나, 이번에는 기필코 후회하지 않겠다며 짐을 쌌는데 과연 어떨지...<BR><BR>시간이 남아 라운지를 찾아들어가 간단한 점심과 커피를 하는데 충남대 최완식 교수가 바삐 들이닥친다.<BR>지난 가을 제주대에서 열렸던 코어유니버시티 세미나 모임 이후 올해의 첫 만남이라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같이 간단한 식사를 한 후 비행기에 올랐다.<BR>마침 먼저 타서 앉아 있던 충남대 이공주 교수가 우리 일행과 서로 인사를 나누다.<BR>간사이공항에 도착하여 입국 수속을 기다리는데 한국에서 참가하는 여러 교수들과 마주친다.<BR>마침 성세진 교수가 일본통이라 일행은 교토 가는 복잡한 티켓 끊는 방법을 전수받을 수 있었다.<BR>하루까를 타고 교토까지 1시간 20분 쯤 걸린다는데, 중간에 연착하는 바람에 거의 3시간이 되어서야 교토 역에 들어설 수 있었다.<BR>덕분에 기차 안에서 이옥화 교수, 코어유니버시티 우리측 대표인 김대영 교수와 첨단망을 이용하여 미국과 유럽 등지에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고 서울의 문화 페스티벌에의 참여에 대해 의논을 할 수 있었고 상당한 의견의 진척을 보았다.<BR><BR>어둠이 내려앉은 지하철역을 나오다가 이옥화 교수가 저녁식사나 하자 하여 역 입구의 퓨전 일식집으로 들어간다.<BR>충남대 최완식 교수, 정보통신대 맹성현 교수, 충북대 이옥화 교수, 나 이렇게 넷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는 일식집으로 들어가 앉으니 일본 고유의 서빙과 안내, 신기한 메뉴에 앞으로 며칠 동안 일본식 식사를 즐겨야겠구나 하며 일행은 음식 선택에 많은 고심을 한다.<BR>서빙하는 앳된 얼굴의 일본 처녀가 서툰 영어로 메뉴판의 여러 음식에 대해 이해시키려 애를 쓴다.<BR>여러 가지 음식들을 골고루 맛보며 이 얘기 저 얘기를 나누는데, 차츰 이국땅에서 맞는 첫 식사의 신선한 즐거움에 빠져든다.<BR>저녁을 푸짐하게 든 후 10시가 넘어 다음 날 아침부터 시작될 세미나 준비 등으로 자리를 접고 일어나자, 메뉴판 가지고 열심히 설명하던 앳된 얼굴의 처녀가 나가는 입구에서 공손히 인사를 한다.<BR>친절이 몸에 밴 듯 보인다.<BR><BR>우리의 가이드 격인 최완식 교수가 한국에서 예약한 코트호텔을 찾으려 지도를 들여다보는데 어디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BR>"이렇게 가다가 아니면 다시 돌아와서 찾지요..."<BR>"식사도 푸짐히 했으니 소화도 시킬 겸 걷는 건 좋습니다."<BR>여자인 이옥화 교수가 추울 것 같았지만 최 교수와 나는 넉살을 떤다.<BR>그래도 물어물어 많이 헤매지는 않고 찾을 수 있었지만 나중에 들어보니 다른 호텔에 예약했던 맹 교수는 무척 헤매다 11시 30분에야 겨우 찾아 들어갔다고 한다.<BR><BR>각자 방으로 들어가 여장을 풀고 샤워를 한 후 유카다 복장으로 TV를 켜 이곳저곳을 돌리는데 NHK TV에서 뉴스가 나온다.<BR>흑백 사진으로 일제시대 때의 숭례문이 화면 위에 펼쳐져 있고, 밑으로는 시커멓게 불타버린 숭례문이 비쳐진다.<BR>아나운서의 멘트가 일본 말이라 무슨 뜻인지 확실히는 모르겠으나 대충 짐작은 간다.<BR>"일제시대 때에도 파손되지 않고 보존되었던 우리의 국보 1호가 자국민의 손에 의해 무참하게 불살라지다니!..."<BR>우리 민족의 상징이며 국보 1호이자 대한민국의 자긍심을 불러일으키던 그 웅장한 숭례문의 불타버린 모습을 남의 나라 TV에서 일본 말로 듣고 봐야 한다니...<BR>국가의 대들보가 무너진 듯, 마치 나라가 허물어진 것 같은 느낌에 가슴이 저려온다.<BR>옛날 우리 조상들 일본 유학 시절 본국에서 일어나는 험한 소식을 들으며 얼마나 소리 없는 통곡 속에 망국의 한을 되새겼을까!<BR>문득 가슴 속 깊이 묻었던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이 북받친다.<BR>아 아! 숭례문...<BR><BR>2월 12일<BR>아침 일찍 식사를 하고 교토대를 향해 우리 세 사람은 택시 위에 오른다.<BR>교토는 794년에 일본의 수도 “헤안경”으로서 건립된 이래, 1200년의 역사를 가지는 오래된 도시이다. 건설 이래 수차례의 시련을 경험하며 크게 변화하였지만 항상 그 시대에 조응한 첨단 장치를 도입하여 산업, 경제, 문화 발전에 국가적 규모로 기여하여 오늘에 이르기까지 고도의 웅자를 전해주고 있다.<BR>이와 함께 교토는 각 시대의 문화적 소산을 “시대의 증표”로서 교토 전역에 남겨왔다. 사원 및 신사 등의 고건축물을 비롯해 전통가옥에 이르기까지 교토풍 건축물의 존재가 이를 나타내고 있으며, 더욱이 다수의 제사와 축제, 전통산업의 전개는 1200년 문화의 계승과 발전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BR> <BR>“수양버들과 벚꽃이 뒤섞여 수도가 꽃비단과 같구나!”<BR>라는 것은 헤안경이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웠던 시대의 경관을 영탄한 것이지만, 이 헤안경도 약 200년을 경과한 10세기 중반부터는 점차 변모하기 시작했다. 11세기에서 12세기에 걸쳐 헤안경은 “교토”라는 새로운 고유명사가 부여된 것이다.<BR>그러나 겨우 완성된 이 중세 교토도 15세기 후반 11년간에 걸친 내란 “오닌, 분메이의 대반란”에 의해 치명적 타격을 받았다. 이 타격으로부터 회복하기까지 25년의 시간을 필요로 하였지만, 결국 과거의 모습을 완전히 되찾지는 못했다. 일체화된 교토는 사라지고 가미교와 시모교 사이에는 약 2km에 걸친 전원지대가 있었으며 그것은 마치 쌍둥이 도시와도 같은 교토였다.<BR>이 같은 도시경관은 그 후 약 1세기 동안 계속되었지만, 이 교토를 근본적으로 개조한 것이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통일 정권이었다. 가미교와 시모교의 공백을 없애고 도시화를 계획적으로 추진하여 교토 일체화의 대사업을 단행하였다. 그 도시의 주변을 토담으로 둘러싼 것도 교토 성립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중심부에는 재건된 고쇼 황궁이 있었으며 신축된 슈라쿠다이가 황금색으로 빛났다.<BR><BR>그러나 교토는 그 후 지속적인 성장만을 한 것은 아니다. 호에이의 대화재, 덴메이의 대화재, 겐지의 대화재, 그리고 18세기부터 19세기 중엽에 걸쳐 3번의 대화재를 경험하였다. 이 화재에도 교토는 굴복하지 않고 복구에 노력하였지만, 마지막 겐지의 대화재는 변혁기였던 만큼 그 회복은 메이지시대에까지 지연되었다.<BR>에도에 정치적 수도를 빼앗긴 근세의 교토. 그 수도의 지위는 메이지 초년 1868년에 일시적으로 교토로 돌아왔다. 그러나 일본의 정치 상황은 또 다시 수도를 도쿄로 옮기게 만들었다. 교토 시민의 항의 데모에도 불구하고 천황은 도쿄로 향하였다. 과거의 귀족, 그리고 유력자들도 그 뒤를 따라 교토를 등졌다.<BR>현대의 교토는 제2차 세계대전의 병화에도 살아남아 많은 발전을 이룩해 왔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업적을 자랑하는 학술기관 및 첨단 산업을 산출하는 한편, 저명한 문화유산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BR><BR>교토대가 동경대보다 노벨상 수상자를 더 많이 배출했다는 얘기를 들으며 이 곳이 유서 깊은 문화 도시이구나 라는 생각을 한다.<BR>역시 세미나 시작을 알리는 교토대 야스오 오카베 교수의 인사말에도 교토의 자긍심이 느껴진다.<BR>세미나가 시작되었으나 이옥화 교수가 교토대의 인터넷 망에 연결하지 못하여 교토대 스텝들이 연결을 시도했으나 안 되어 포기한 것을 내가 어떻게 실수를 했는지 연결시켰다.<BR>이런 일을 두고 "소가 뒷걸음질치다가 쥐 잡았다"는 속담이 있는가보다.<BR><BR>오후 세미나 발표까지 다 끝나고 일본 이러닝 팀이 한국의 이러닝팀을 저녁식사에 초대한다 하여 몇 대의 택시에 나누어 타고 교토 시내로 들어갔다.<BR>아침에 오던 비는 어느새 눈으로 바뀌어 교토 시내를 흩날리고 있었다.<BR>택시 기사가 우리가 행운이 겹쳤다며, 일년에 한두 번 올까말까 한 눈이 내린다는 것이다.<BR>눈이 흩날리기도 하지만 날씨도 매우 춥다.<BR>지금쯤 한국의 날씨도 매우 추우리라는 생각을 한다.<BR><BR>일본 이러닝팀의 좌장 격인 아라키 교수는 문화에 대해 매우 조예가 있는 듯했다.<BR>일본식 피리도 즐겨 불며 후쿠오카 축제도 매년 참가한다고 하여, 내가 후쿠오카 축제를 안다고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컴퓨터를 꺼내 자기의 축제 참가 사진을 화면으로 비추어준다.<BR>이후 일본 교수들과 나를 비롯한 한국 교수들 간에 무엇을 입고 뛰느냐에 대해 무척 긴 시간을 할애해가며 입씨름을 했는데 참석한 좌중이 거의 넘어갈 듯한 폭소가 난무하여 온통 웃음바다가 되었다.<BR>일본 측 교수들한테 유쾌한 저녁을 잘 대접받고 우리 일행은 각자의 호텔로 흩어지며 감사의 인사를 나누었다.<BR>이옥화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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